낡은 트럭, 길거리 포장마차지만 "우리에겐 삶의 터전이죠"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07 15:34:01
낡은 트럭, 길거리 포장마차지만
"우리에겐 삶의 터전이죠"
만석동 노점상 두 아주머니의 일상...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아
나씨 아주머니는 단속을 피해 지난 94년 동일방직 뒤편으로 왔다.
추운 겨울 길을 걷다보면 오뎅, 떡볶이, 붕어빵등을 파는 포장마차를 볼수 있다. 누구나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국을 마셔가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만석동에도 추운 겨울에 잠시 몸을 녹일 수 있는 포장마차 두 개가 있다.
동일방직 앞 고가도로 옆길에는 오후 2시만 되면 트럭한대가 와서 주차를 한다. 이 트럭에는 8년째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 나씨 아주머니가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장사가 그럭저럭 되었는데 올해는 장사가 안되네요. TV에서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나씨는 요즘 같은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장사하기가 더욱 힘들다. 떡볶이와 순대, 오뎅을 만드는데 쓰는 버너와 가스난로가 있어 포장마차 안에는 온기가 있다. 하지만 트럭에 쳐진 천막으로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전부 막지는 못한다. 그리고 하루종일 트럭짐칸에 앉아서 있어야 되기 때문에 집에 가면 무릎이 아파 온다.
"IMF 이후 노점상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어요. 사람들이 물어보면 가르쳐는 주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장사를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일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듭니다."
그는 9년 전에 학익동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는 새벽 4시까지 남편과 함께 오뎅, 떡볶이, 우동 등을 만들어 팔았다. 처음 해보는 장사라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는 장사가 잘 되어 참고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우 장사가 자리를 잡아갈 때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경찰이 와서 불법으로 장사를 한다며 단속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쓰면 괜찮다고 했지만 힘들게 번 돈을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단속을 피해 다른 장소를 찾아다녔죠."
학익동을 떠나 장사할 곳을 찾던 그는 여러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단속 받을 걱정 없이 마음놓고 장사할 곳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94년에 우연히 찾아 온 곳이 만석동이었다.
만석동에서의 장사는 처음 시작했던 아파트 주변보다 잘되었다.
"만석동에 들어와서는 마음 편하게 장사를 했어요. 아파트 주변은 주민들이 신고를 해서 단속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데 이곳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어요."
나씨 아주머니와는 달리 새마을 금고 옆에서 포장마차로 장사를 하고 있는 전옥희씨는 이제 장사 시작한지 3개월밖에 안되는 초보 노점상이다. 전씨의 포장마차에서는 오뎅, 떡볶이, 순대, 호떡을 파는데 전씨는 이중에 호떡이 제일 어렵다.
"처음에는 호떡을 제대로 굽기도 힘들었어요. 호떡이 크기도 크고 맛도 제대로 안 났어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손님들이 솜씨가 늘었다는 얘기도 해주곤 해요."
전씨는 경험도 없이 장사를 시작해 힘은 들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동네사람들이 있어 장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장사를 시작할 때도 노점상이 생겨서 좋아해 주고, 길을 가면서 많이 팔았냐고 물어봐 주기도 했다. 전씨는 장사를 하면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점이 더욱 좋다.
"손님이 찾아왔다가 허탕치면 안되겠다 싶어 쉴 수가 없었어요. 3개월 동안 김장했던 날과 새해 첫날만 빼고 매일 나왔어요."
나씨 아주머니와 전옥희씨는 번듯한 가게가 아닌 낡은 트럭과 포장마차에서 장사를 하지만 그들에게 그곳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글:강길재/만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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