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드는 생각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07 15:36:00
겨울밤에 드는 생각
2006년 한해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말았다.
나이가 먹을수록 하루가 짧다고 느끼긴 하지만 한 달은 그보다 더 짧은 것 같다. 그리고 일년은 느낄 사이도 없이 지나가곤 한다. 올해도 벌써 다가고 얼마 남지 않았다.
올 봄 테니스장이 들어서고 굴막이 새로 단장되고 눈으로 보이는 몇몇 변화에도 불구하고 겉으론 작년 겨울과 바뀐 것 없어 보이는 우리동네. 그 모습이 그대로인 이유는 가난한 우리동네 사람들의 삶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 같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삶은 그대로지만 한해 한해가 가며 사람이 남지 않는 탓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더 크다.
9번지 대우담길 옆으로 마늘막을 지어놓고 동네사람들과 함께 마늘을 까던 현수네할머니. 할머니가 늘 계시던 마늘막. 가끔 찾아가면 욕도 한바가지씩 먹고 사과, 고구마 같은 할머니들 간식도 얻어먹던 정겨운 곳이었다.
그런데 올 여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썩을~~’, ‘얼어죽을~~’ 이 말을 달고 사신 현수네 할머니. 지금도 찾아가면 “너 뭣하러 또 왔냐? 뭐 얻어먹을 게 있다구 썩을”하고 퉁명스럽게 맞아 주실 것만 같다.
현수할머니는 할머니들의 욕이 사람마음을 녹이는 마력이 있고 그 욕이 평생 힘든 노동을 버티게한 힘임을 그리고 욕이 진할수록 따뜻함이 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신 분이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팠다.
9번지 골목 일흔이 다되도록 ‘깡깡일’을 하시던 전라도 할머니, 평생 갯일을 하신 황순복할머니. 30대부터 혼자사신 43번지 김씨 할머니 이 분들도 현수네 할머니처럼 이제는 뵙지 못한다.
매년 촛불이 사그라지듯 떠나시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더욱 쓸쓸한 이 겨울 젊은이들을 찾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된 늙은 골목. 이 곳을 지키며 이야기를 나눠 주시던 어른들이 그립다.
올 겨울도 동네에 ‘찹쌀~떡’하는 떡장수 소리가 들린다. 나보다 한해가 더 짧을 할머니들이 외롭게 하루를 버티고 있을 이 긴 밤. 내일은 떡 사들고 찾아가 수다를 떨어보아야겠다. (글:독자/만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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