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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동이야기

만석동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고향 음식 이야기들

by 형과니 2023. 5. 3.

만석동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고향 음식 이야기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09 19:17:50

 

김치를 똑같이 담가도 그 맛이 안나.”

 

만석동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고향 음식 이야기들

 

 

할머니는 김치를 옛날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그때 맛이 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만석동의 할머니들은 육칠십년을 살아오는 동안 평생 요리를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특별한 것이 별로 없다. 고향에서부터 먹어왔던 생선이나, 매일 먹는 김치 같은 것들이다. 해주에서 18살에 피난 내려온 한옥주(75, 42번지)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렸을 적부터 먹었던 생선이다.

 

생선은 겨울에 말려야지

 

고향이 해주 바닷가였으니 생선을 많이 먹었지. 팔뚝만한 조기를 말려서 쪄 먹곤 했어. 생선을 꾸득꾸득 말려서 사람 키만한 항아리에다 디립다 쳐 넣어 놔. 그러면 벌레도 안 먹고 너무 바싹 마르지도 않아. 말린 생선을 항아리에서 겨우내 꺼내서 쪄 먹곤 했지.”

 

한씨 할머니의 고향에서는 초겨울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선을 말렸다. 그렇게 말린 생선을 항아리에 저장해 두면 1년 내내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요즘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선을 사다 말려서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생각 날 때마다 꺼내서 먹는다고 한다.

 

지난 겨울 말린 걸 이번 여름 때까정 먹었네. 그런데 여기서는 때도 없이 말려서 팔고 그러지만 그런 거 다 가시(구더기) 시려서 맛이 없어. 겨울에 말려야 제대로지. 그래도 지금 먹는 건 어렸을 적 먹었던 맛이 안나. 그땐 비린내도 안 나고 참 맛 있었는데 말이야.”

 

한씨 할머니가 고향에서 먹었던 생선과 요즘 먹는 생선의 차이를 느끼는 것처럼 주원임(65, 22번지) 할머니도 비슷한 차이를 느낀다. 주씨 할머니는 전라도 신안 임자도가 고향이다.

 

우리는 젓갈을 좋아해서 잘 무치고 젓갈을 담을 줄도 알죠. 그것이 인자 소금이 덜 들어가면 골골하게 되는디 요런 디서는 냄새나면 썩은 다 하잖아요. 그래서 요런디서는 썩었다고 하고 잘 안 먹는디 전라도 사람들은 그 골골한 젓을 잘 먹지요.”

 

주씨 할머니의 고향인 임자도에서는 철마다 뱅어젓, 황석어(황새기), 새우젓, 밴댕이젓 등이 많이 나온다. 할머니는 똑같은 젓갈을 시장에서 사 먹어도 전라도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황새기젓도 옛날 전라도 젓갈 맛하고 여기 젓갈 맛하고 전체 틀려요. 전라도 젓갈은 먹으면 고소해 갖고 요 뼈가 있잖아요. 뼈가 부드러워요. 부드럽고 고소해 갖고 맛 있는디. 요런디 젓갈은 뭐 젓갈이 짜디짜기만 해 갖고 전라도 맛이 안 나요.”

 

주씨 할머니처럼 전라도가 고향인 배영숙(70, 42번지) 할머니는 김치 맛이 차이가 나고 또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할머니는 김치를 옛날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그때 맛이 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고향맛 그리운 할머니들

 

내 고향이 목포인데 거기는 김치를 담그려면 먼저 황새기 젓을 데려 갖고 바구니에 받쳐서 뼈는 내 뿔고 국물을 넣고, 거기다 생새우를 사다 넣고 또 며르치도 넣고 저기 뭐냐 찹쌀 풀도 쑤어 넣고 고춧가루도 한 반되빡 퍼 붓고. 배추도 거기는 살짝 안 절여 날이 더운데라. 배추를 푹 절여서 깨끗이 씻어서 물 쫙 빼 갖고 인제 양념을 싹 발라서 싹 쟁여 놓으면, 김치가 익으면 꺼내서 척척 자르지 않고 걸쳐서 먹으면 김치가 쫀득쫀득하니 좀 짜긴 해도 맛이 고소하고 밥맛이 꿀맛인데 여기서는 내가 그런 양념을 살 수가 없고 똑같은 젓갈이 있어도 목포 같은 김치 맛이 나질 않아.”

 

배씨 할머니는 3년 전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처음에 1년 동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고 일어나서도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배씨 할머니는 여전히 손수 밥을 해 먹는다.

 

나는 김치나 나물 그런 거 좋아해. 근데 우리 할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해. 굽고 조리고 그런 거 말이야. 그러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거 먼저 해주어야지. 나는 먹거나 말거나.

 

우리 할아버지는 성격도 나랑 안 맞고 반찬도 안 맞아도 이제까지 50년을 살았어. 할아버지에게 지고 살아야지. 어떻게 새끼들 내 놓고 나갈 수도 없고 자식을 낳아 놓은께 체념하고 살아야지.”

 

만석동의 할머니들은 오랜 세월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그 세월만큼 생활도 변하고 음식 맛도 많이 변했다. 할머니들이 예전 맛과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을 더 그리워 하는 것은 그 음식 안에 할머니들의 추억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