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슈퍼’를 운영해 온 분들이 말하는 만석동의 변화
仁川愛/만석부두 관련 스크랲
2007-03-09 19:15:33
“사람들이 많이 떠났지 손님도 줄었고 ”
‘작은 슈퍼’를 운영해 온 분들이 말하는 만석동의 변화
구멍가게들은 열었던 세월만큼 만석동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버스정류장이나 동네의 입구에는 어김없이 가게들이 있다.
이러한 가게들은 두세 평 정도의 작은 구멍가게부터 이삼십 평 정도 되는 것들까지 규모가 다양하며 오랫동안 주인이 바뀌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석부두 입구에서 ‘만석슈퍼’를 운영하는 김영진(71) 할아버지도 가게를 연지 34년째다.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해왔기 때문에 김씨는 동네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
토박이들이 많이 떠났지
“동네에 사람들이 너무 줄었어. 전에는 한집에 서너 가구가 살곤 했는데 요즘엔 빈집도 많이 늘었지. 그리고 토박이들도 다 떠나고 새로 온 사람들이 많아.”
김씨 할아버지는 동네에 토박이들이 떠난 것을 명절 때 더 많이 느낀다. 전에는 명절 때면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와서 반갑게 인사하고 만나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엔 명절에도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 아주 가끔 예전에 살던 사람이 찾아와 가게를 기억하고 반가워 할 뿐이다.
“17년 전에 동춘동으로 이사 갔던 사람이 오랜만에 왔는데 하는 말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가게만 예전 그대로 라고 하더라구.”
오랜만에 동네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김씨 할아버지 가게는 만석동에서 살던 예전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였을 것이다.
김씨 할아버지 가게의 주변 이웃들이 줄어든 것처럼 만석동 9번지 김창훈(51)씨의 ‘농심슈퍼’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면서 손님이 많이 줄어 장사가 힘들다. 게다가 김씨의 가게는 만석동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생긴 동네 변화의 한가운데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의 가게는 만석비치아파트 정문 길 건너에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상가에 2개 그리고 김씨가게 바로 옆에 1개의 마트가 생기면서 물건을 팔기위한 경쟁은 더 심해졌다.
“원래는 아파트 들어서면 진작 옮겨야 되는데 안 옮겼어요. 아파트 들어서면 큰 가게들이 생기니까 원래 있던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죠. 벌써 아는 사람들은 딱 와서 화병 걸리기 전에 빨리 옮기라고 해요.”
김씨가 현재 가게 자리로 온 것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인 7년 전이다. 그전에는 현재 ‘영남 정육점’ 옆에서 13년 동안 가게를 했었다. 김씨도 같은 자리는 아니지만 만석동에서 2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셈이다.
“말이 20년이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 동네 사정은 훤하죠. 전에는 장사가 잘 되었는데 동네에 큰길이 딱 들어서고 소방도로가 딱 뚫리니까 사람들이 싹 나가더군요.”
김씨의 가게가 만석동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곳이라면 박도영(67)씨의 ‘천안상회’가 있는 동네는 거의 변화가 없는 곳이다. 박씨는 1970년부터 동일방직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가게 닫을 생각 하기도
“동네가 예전 그대로죠. 변한 게 있다면 고가도로 생기면서 우리 가게가 동일방직 바로 길건너에서 지금 위치로 온 거하고, 요 앞 교회 생긴 게 다죠. 길가에 가게들도 이름만 바뀌었지 건물도 그대로예요.”
동네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박씨 아주머니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가게를 할 당시에는 동일방직에 어린 여직공들이 가게를 많이 찾아왔다. 공장 기숙사에 있거나 늦게 끝나는 여직공들이 많아 박씨의 가게는 자정이 넘어야 문을 닫았다.
“그때는 파는 것도 많았어요. 라면, 김밥, 오뎅, 떡볶이, 튀김 같은 것도 팔고 그랬어요. 그때 그 아이들이 나이 먹어서 가끔 지나가다가 가게에 들르곤 해요. 그러면 반갑기도 하고 좋아요.”
요즘 박씨의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은 동네의 할머니들과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들밖에 없다. 예전에 주로 찾아오던 동일방직의 여직공들은 대부분 주부들로 바뀌어 가게에 거의 오질 않는다.
오래된 만석동의 구멍가게들은 동네에 사람들이 들고 나가고, 주변의 집들이 철거되고 들어서는 것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켜보고 있다. 가게주인들은 때론 일이 힘들어서. 때론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를 닫을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을 열고 있는 한 구멍가게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열었던 세월만큼 만석동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글:강길재/만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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