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역사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08-06-07 02:26:51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 철거 앞둔 소래역사
기차가 오지 않는 외로운 역사 이젠 낡은사진속에 덩그러니
임성훈hoon@kyeongin.com
레일이 철거되고 기차가 찾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다. 그리고…철거.
폐허가 된 많은 역사들이 이 같은 수순을 밟아 자취를 감춘다. 정거장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사라진다. 소래역사의 지금까지의 발자취도 앞서 사라진 기차 정거장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사라지는 것들에 포함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운하지 뭐…." 지난 7일 소래역사 인근에서 그물을 정리하던 김두만(72)씨는 소래역사 철거에 대한 소회를 묻자 말끝을 흐렸다. 김씨에게 활기찼던 소래역사의 기억은 꿈속에서나 남아 있다. "젊은 시절, 소래역에서 꼬마열차(협궤열차)를 타고 동인천으로 나가 어망이나 다른 어구를 사오곤 했지.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꽤 북적거렸는데…."
고작 2칸의 협궤열차가 기우뚱거리며 정거장에 들어오면 한짐 보따리를 머리에 인 아낙네들과 어구를 손에 든 어부들, 그리고 까까머리의 학생들이 열차에 오른다. 이어 협궤열차가 소래철교를 지나는 사이 무릎과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좁은 열차안에서는 이야기 꽃이 핀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포구와 염전, 논과 밭이 어우러진 산과 들판. 김씨가 전하는 정거장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일제가 인근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반출하기 위해 지은 역이지만 소래역엔 이처럼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깃들어 있다. 한때는 협궤열차에서의 추억을 만들려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했다.
소래역사는 1937년 수인선 협궤열차가 개통되면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인근에 세워졌다.
이어 1995년 말 수인선 열차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소래역사는 철도역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소래역사와 핏줄처럼 연결돼 있던 철로도 차츰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제 대규모 택지개발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소래역사는 대한주택공사에서 시행 중인 논현동 택지개발사업 예정지에 포함돼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소래역사 소유권을 넘겨받아 소래역사를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소래역사 철거는 이제 시간 문제인 셈이다. 기껏해야 이곳에 소래역사가 있었다는 표지석 하나 세워질 것이다.
다만 소래역사의 보존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인천시문화재위원회가 5월 말께 열릴 예정이어서 소래역사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지만 소래역사가 보존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 4월에도 인천시문화재위원회가 열려 문화재 등록 여부를 검토했지만 수인선 협궤선로의 흔적이 전혀 없고 천장 일부가 현존하나 건물 내·외부가 많이 훼손되는 등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역사건물로서 보존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실제로 소래역사에서 철도 역사로서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사라진 플랫폼에 사라진 철로…건물 벽면을 향해 파도처럼 밀려드는 흙더미에 31평 규모의 작은 철도 역사는 마치 땅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듯 했다. 건물 내부에서도 가까스로 남아있는 의자와 매표소의 흔적만이 이곳이 기차 정거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에다 이불, 매트리스, 페트병, 냉장고 문짝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래역사는 한때 노숙자들의 안식처였다고 한다.
그래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법.
인터넷 동호회 '열차사랑'(www.ilovetrain.com)에서 네티즌 '열차사랑'은 "조금만 일찍 도시개발계획이 수립되는 단계에서 소래역사-소래염전-소래포구 주변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더라면 냄새나고 낡아서 새롭게 개발될 여지가 없어져 버린 역사만 남게 되기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접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추억마케팅의 소재가 되어 줬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때가 되면 사라지는 게 세상 이치겠지. 그래도 그 시절의 추억까지 사라지지는 않을거야."
손질하던 그물을 걷으며 내쉬는 김씨의 깊은 한숨에는 진한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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