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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꽈배기굴’을 아시나요

by 형과니 2023. 5. 5.

꽈배기굴’을 아시나요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12 11:03:15

꽈배기굴을 아시나요

조애경 인천지하철공사 홍보차장

 

오래전 나는 성북행 전동차 안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대여섯 명의 젊은 여성들이 수다를 떨다가 청량리역에 도착하자 깜짝 놀라 오른쪽하면서 우왕좌왕하며 하차했는데 그 일행 중 한 명이 미처 내리기도 전에 문이 닫힌 것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성의 가방만은 전동차 문 밖에 나가있는 상태였다.

 

당황한 여성은 전동차 안에서 가방끈을 꽉 잡은 채 동료들에게 다음 역에서 내려 다시 올 테니 기다리라고 소리쳤고 무심한 전동차는 출발했다. 전동차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여성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청량리역에서는 분명 오른쪽 문이 열렸는데 다음 역, 다음 역 계속해서 전동차문은 왼쪽만 열리는 것이었다. 오른쪽 문이 열리기를 손꼽으며 10여 분이 지나 성북역에 도착했을 때에야 비로소 여성은 가방과 함께 하차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향안내판을 따라 교통수단을 이용하니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큰 불편없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겠지만 지금도 전동차 안에서는 역마다 내리는 곳이 왼쪽이다, 오른쪽이다라고 앵무새처럼 반복 안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1899년 경인선(제물포~노량진) 개통과 더불어 도입됐고 당시 철도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수탈 수단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은 철도관련 상업운행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영국으로부터 철도를 도입했는데 영국은 지금까지 자동차와 철도 모두 왼쪽주행을 하는 나라다. 이것을 일본이 받아들였고 결국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 역시 왼쪽주행으로 건설됐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가 왼쪽주행으로 건설된 데 반해 도시철도법에 의해 뒤늦게 건설된 지하철은 지상의 자동차도로와 같은 오른쪽주행으로 건설됐다. 예외적으로 1974년 경인선이 전철화와 함께 서울지하철1호선(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을 건설할 때 경인선과 연계운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왼쪽주행으로 건설됐을 뿐 그 외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의 지하철은 모두 오른쪽주행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에 개통된 KTX와 인천공항철도는 철도처럼 왼쪽주행을 한다. 최근 KTX를 이용해 광명역에서 내린 나는 방향감각을 잃고 반대방향으로 나왔던 적이 있다. 계양역에서 인천공항철도를 환승할 때도 승강장의 방향이 바뀌니 이용 손님들의 거듭된 확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철도는 왼쪽주행, 지하철은 오른쪽주행으로 건설되다 보니 서로를 연계운행할 때에는 작은 문제가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곳이 서울4호선. 4호선 당고개~사당은 이미 오른쪽주행으로 건설돼 있었고, 철도 안산선 금정~안산은 왼쪽주행으로 건설돼 있었다. 이것을 뒤늦게 과천선(사당~금정)으로 연결하려다 보니 운행방향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구간이 만나는 남태령~선바위 구간에 일명 꽈배기굴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꽈배기굴이란 터널이 한 번 꼬여있는 형태로 전동차가 이 터널을 지나면서 고객들 모르는 사이 주행방향이 바뀐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마술을 보듯 매우 신기해하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승강장이 상·하행선 서로 마주보는 형태이지만 인천지하철 작전역과 신연수역 승강장은 가운데에 놓여 있다. 일명 섬식 승강장이라 불리는 이 역에서는 위에 말한 대로 전동차의 문이 다른 역들과 반대로 열리게 된다. 반면 잘못 승차한 손님들은 이 역에서 하차해 반대편 전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만약 손님이 작전역에서 가방이 끼인 채 동막행을 탔다면 신연수역까지 가야만 가방을 빼낼 수 있고 계양행을 탔다면 옛 종점역이었던 귤현역까지 가야 가방을 빼낼 수 있다.

 

500여 개의 역들이 거미줄처럼 연계된 수도권 전철, 지하철은 일사불란하게 보이지만 왼쪽, 오른쪽 주행이 함께 혼재돼 있어 이용할 때마다 방향감각을 잃을 수 있다. 타기 전에 목적지행이 맞는지 확인을 거듭해야 하고 늘 앵무새같이 반복되는 안내방송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초 이내에 문을 닫아야 하는 전동차의 속성상 미리미리 내릴 곳에 대한 준비를 하는 여유도 우리에겐 항상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