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이야기

이민 한세기’ 발자취 따라 재조명

by 형과니 2023. 5. 6.

이민 한세기발자취 따라 재조명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13 05:56:43

 

이민 한세기발자취 따라 재조명

 

 

19021222일 월요일. 하와이로 떠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 121명이 마지막으로 밟은 조국 땅, 인천(仁川).

 

당시 가족·친지들과 눈물의 생이별을 한 한국의 첫 이민단은 제물포에서 일본우선회사 현해환(玄海丸·켄카이마루)’에 승선했다. 이틀 후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한 이들은 검역소에서 신체검사와 예방접종을 받고 최종 102명만이 하와이로 가는개릭 호(S.S. Gaelic)’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허나 당시 머나먼 타국 행을 결심한 한인들은 많지 않았다. 이민자 모집은 개항장인 제물포를 비롯한 항구 도시와 내륙 주요 대도시 기차역, 시장 등에 모집 광고를 붙이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한인들은 낯선 땅에 간다는 두려움에 이민을 꺼려했다. 제물포웨슬리메모리얼교회(현 인천내리감리교회) 담임목사 존스(G. H. Jones)가 데쉴러(D.D. Deshler)의 요청을 받아 내리교회 교인들과 인천항 부두 노동자 등을 설득했고, 그 결과 개릭 호에 승선한 첫 이민자 121명 가운데 인천 시민이 86명에 달했다. 특히 이들은 하와이까지 가는 노정과 도착 후 정착 과정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인천은 이민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 후 2년여 동안 총 64회에 걸쳐 7415명이 먼 타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들만의 삶과 문화를 개척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 이민 100여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해외에서의 선조들의 선구자적인 삶과 개척정신 등을 엿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이민사박물관13일 중구 월미도에서 문을 연다.

 

박물관은 개관을 위해 5년 여 동안 미국 본토와 하와이, 멕시코, 쿠바, 중국, 일본 등에서 44천여 점의 유물을 기증받거나 구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50여점이 상시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 2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모두 4개의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전시실 각 코너마다 영상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이해를 돕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코너도 마련돼 있어 이색적이다.

 

1전시실은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의 인천과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국내 정세, 하와이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1902년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질 당시 황성신문 기사들과 벽에 붙었던 이민 모집 광고, 이민을 담당한 유민원(당시 외무부)에서 발행한 공식 여권 집조등은 개항기 시대상과 생활상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떠난 첫 선박인 개릭 호를 재현해 이민 물품들을 전시했고, 3주간의 힘든 뱃길을 회상한 함하나할머니의 육성 증언을 통해 당시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2전시실 입구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하는 한인들의 생활사를 그려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한인 노동자들이 목에 걸고 다니던 신분증인 방고와 고된 노동 생활을 담은 영상도 초기 한인 이민자의 삶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 전시돼 있다.

 

더욱이 사실적으로 재현된 하와이 한인학교는 한국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타국에서도 실감케 한다. 교실에는 당시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교과서가 설치돼 있어 포토존으로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3전시실엔 중남미로 떠난 한인들의 또 다른 삶과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몸 바쳤던 선열들의 활약상이 펼쳐져 있다. 과장허위 광고에 속아 멕시코 에네켄(Henequen) 농장으로 보내졌던 이민자들의 가혹한 삶과 쿠바, 파라과이, 남미 국가로 떠난 이민자들의 삶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돼 있다.

 

또 이 전시실은 당시 고국에서 일어난 3·1운동을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먼 타지에서도 관심을 갖고 전개한 한인 동포들의 독립 운동도 살펴볼 수 있다. 한인 이주민들은 대한인국민회를 조직해 해외 한인 독립운동의 중추적인 기관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널리 알렸고, 외교 및 선전활동과 독립자금 모금운동, 독립군 양성, 민족 교육 등을 전개하며 애국심을 더욱 불태웠다.

 

마지막 제4전시실에선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해외동포 현황과 국위 선양에 앞장서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한인 이민사를 재조명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종 해외이민 기념사업과 축제, 문화 활동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광복 후 조국에 대한 교육적 열망을 담아 인천에 세운 대학을 통해서 하와이 교포들의 정신적 귀환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공식 이민의 첫 출발지였던 인천에 인천하와이의 첫 자를 따서 인하(仁荷)공과대학(현 인하대학교)’을 지었다. 인하대학교는 한국 이주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인천과 하와이 동포 간의 혈연적 관계를 되새기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이민을 떠난 선조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손과 국내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민족 공동체의 견인차 역할을 할 계획이다. 또 우리나라 전이민의 역사를 아우르는 아시아관과 유럽관을 설치하고 박물관 교육동 마련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032)440-2627~8, 440-4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