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몽마르뜨를 꿈꾸며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7-30 10:52:45
인천의 몽마르뜨를 꿈꾸며
김상태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이사장/인하대 강사
얼마 전 자유공원 아래 월미도가 한 눈에 보이는 한 카페에서 몇몇이 둘러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잠깐의 호사를 부려보았다. 같이 자리했던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개항장과 인천항의 아름다움을 자기 방식대로 표현했다. 그다지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갑자기 애정이 넘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는 분도 계셨다. 그 중에는 인천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1년여 전에 이곳에 터를 잡으신 50대 중년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은 서울에서 이제껏 살아오시다가 이제 갓 인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으며, 적극적으로 인천을 알고자 노력하시는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인천 개항장을 먹을거리와 함께 구경하시고 차 한 잔을 마시며 개항장의 맛과 멋을 맛깔스럽게 표현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천의 모습을 다시금 더듬어 보게 된다.
인천이라는 도시가 현대인들에게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개항 이후의 것들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천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옛날에는’ 이라고 시작하지만 가만히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개항 이후의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록 우리 역사 속에서 가슴 아픈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우리들 삶의 일부인 것이다.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천처럼 개항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현장도 없다. 그 어떤 도시의 민중들보다 치열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현장이 바로 우리 눈앞에 보존돼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이런 엄청난 문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행정구역의 중심이 중구에서 남동구로 이전하면서 개항장은 급격하게 삶의 중심에서 멀어져 갔다. 인구도 감소하고, 도시는 노후화되어 가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누군가 하지 않았던가? 가끔씩 개항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관(官)과 민(民)이 조금만 노력하면 프랑스의 몽마르뜨가 부럽지 않을 그런 명소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본다. 천연자원이 아니라 엄청난 문화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항장 지역은 삶의 터전을 내리고 있는 시민과 명품도시를 추구하는 인천시가 머리를 맞대면 인천사람, 우리나라 사람만이 찾는 그런 곳이 아니라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장소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하다. 경제이론은 모르지만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일인 듯 싶다.
사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단어는 서로 적당하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닌 듯 싶다. 그럼에도 개항장은 개발과 보존이 병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완벽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어 고민인데, 개항장은 소프트웨어는 풍부함에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을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온통 공사판이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대형트럭들이며, 요란한 소음을 내며 땅을 파는 굴착기 소리며, 온통 들려오는 소리는 우려의 목소리들뿐이다. 인천을 조금이라도 잘 아는 지인들의 한결같은 소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범인들에게는 가슴 철렁한 이야기들이다.
명칭상의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열리고,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치러진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재원이라는 문제에 부딪히면 이 모두가 인천시민의 빚으로 떠넘겨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천 곳곳에서는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해 개발방식에 대한 대립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와 지역주민의 입장 차이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천은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한마디로 제각기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비젼이 제시되지만 시민의 혈세를 담보로 하고 있다는 일부의 목소리에 대한 신뢰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명품은 반드시 많은 돈만을 투자해야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개항장을 중심으로 몽마르뜨와 같은 명소를 떠올리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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