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사옥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1-21 00:41:33
격동의 역사, 질곡을 넘나드는 시간의 통로
잊혀진 근대건축물 -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사옥
<공동기획-‘우리문화유산 바로 알고 지키기’>
인천에서 알려지지 않은 근대건축물 -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사옥>
글 · 손장원
구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 사옥
개항기, 일제강점기 인천에서 활동했던 일본 회사 건물을 보면 그 회사들이 일제의 패망과 더불어 망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들곤 한다. 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가면서 그 회사들도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그 당시 회사들은 지금도 일본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우선주식회사(日本郵船株式會社)의 경우 지금도 도쿄에 본사를 두고 항운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제18은행도 웹페이지에 은행간판이 있는 것을 보면 사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중구 해안동 1가 9번지에 위치한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사옥은 1895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건축물의 건축연도에 대해서는 연구가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1886년에 신축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 신태범 선생의 “인천중구의 옛 풍물” 과 달리, “인천부사”에는 일본우선회사가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기를 1895년으로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내셔널 트러스트 홈페이지에는 이 건물의 건립연대를 1933년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1908년에 발행된 ‘인천개항 25년사’에 건물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1908년 이전에 건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건물의 정확한 건립연도와는 별개로 일본우선회사는 1894년 10월 조선에서의 연안항업을 장악할 목적으로 조선정부와 접촉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1895년 2월에 이운사(利運社 ; 1892년 조선정부의 전운국에서 세운 해운회사)의 항해업을 위탁관리하면서 우리나라 연안에서 정기항해를 시작했다. 그 후 여러 항운회사가 인천에 진출했지만, 일본우선회사가 인천 항운업을 거의 독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사옥은 당시의 업무용 건축물로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으로, 건축재료를 일본에서 반입하여 세웠다고 전한다. 정면을 좌우대칭으로 처리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설치한 주 출입구 상부를 페디먼트로 처리한 의양풍(擬洋風) 건축물이다. 현재 정면 출입구에 있는 기둥과 슬라브는 나중에 설치한 것이다. 세로방향의 창문을 두어 수직성을 강조했고, 정면부 지붕에는 패러핏을 설치하여 앞에서 보면 평 슬라브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는 모임지붕의 건물이다.
이 일대의 건축문화재가 주로 은행이나 관공서 건물인데 비해 격식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던 회사의 업무용 건물이라는데 의미가 있으며, 근대기 사무소 건축양식을 알려주는 건축물이다. 이 건물의 이력을 살펴보면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 미쓰비시기선 인천지점, 굴기선(掘汽船)회사, 창고(1933년)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방 후 동화실업주식회사, 천신항업, 대흥공사 등 항만관련 회사의 업무용 건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비어있는 상태이다. 건물 옆에 쓰러져있는 한그루 향나무가 쇠락한 이 건물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인천을 넘어 우리나라 근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건축물은 우중충한 과거와 역사의 질곡을 넘어 보다 면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문화재로 지정 관리할 필요가 있는 근대건축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방공사수종으로 많이 사용되다가 왕성한 번식력으로 비난을 받아 지금은 많이 사라진 아까시 나무도 이 건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 아까시 나무가 전래된 것은 1891년으로 일본우선회사 인천지점장에 부임한 사까끼가 중국 상해에서 묘목을 구입하여 인천공원(현, 자유공원으로 추정됨)에 식재한 것이 효시라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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