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기회인가 위험인가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9-04 12:37:28
경인운하, 기회인가 위험인가
김홍섭 인천전문대학 교수
경인운하 논란은 꽤 오래 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인운하는 800년 전 고려 때부터 추진하다 중단한 사업이다. 지난 대선 이후 한반도 대운하 논의가 현재 잠잠하다면, 경인운하에 대한 논의는 자못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인운하사업’은 인천 서구 시천동(서해)부터 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까지를 잇는(총길이 18.5Km, 폭 100m, 수심 6m) 것으로, 2천500t급 선박의 왕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2조여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7월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뒤다. 경인운하 개발에 대한 찬반 논의는 모두 일리 있고 주장하는 논거를 갖고 있다.
우선 경인운하 개발 반대논리는 환경의 파괴를 든다. 환경영향평가 내용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운하 내 오염수로 인한 서해 앞바다의 환경오염이다. 한강물 이용에 따른 운하 내 수질오염과 해사 세척에 따른 한강 하구의 생태계 파괴문제, 수십만 평에 이르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무대책 등으로 환경 문제를 낳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2002년 KDI의 ‘경인운하 사업의 타당성 분석 및 사업추진 전략 연구’를 보면, 사업 자체의 재무적 타당성이 나빠 보조금을 최대 1조71억원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화물과 철강제품은 대부분 한강 이남의 안양·성남·군포·안산 등지로 수송되는데, 이런 화물이 운하를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수도권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 화물 가운데 운하 서울터미널 근접지인 서울 강북지역과 경기 북부지역으로 수송되는 양은 10% 안팎(철강제품은 3%)으로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셋째, 운하 방출수와 해수의 수온차에 의해 해무(海霧)가 자주 발생할 경우 인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경인운하 개발 찬성논리는 우선 경제성과 수송비용의 절감을 든다. 운하가 완공되면 한강과 서해가 뱃길로 연결돼 연간 4천800만t의 수도권지역 화물을 수송하게 되며,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KDI의 연구와 달리 네덜란드 운하컨설팅회사 DHV사의 연구보고에는 “경부운하는 따져봐야 하지만 경인운하는 타당성 검토에서도 유익하다고 확인된 사업”임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굴포천의 당초 목적인 홍수예방으로 인천시와 부천시 경계지역인 굴포천 일대의 상습적인 침수피해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관광과 지역개발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인접지역 개발이 촉진되며 운하를 관광자원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실에서 유람선을 타고 운하를 거쳐 영종도까지 가는 것도 가능하다.
넷째, 대중국 교역 활성화와 남북교역 촉진의 주요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수도권 물류시설을 건설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남북교역의 확대와 통일시대의 물류 변화등 앞날을 내다본 물류시설의 배치 구상이다. 다른 하나는 중화권의 경제력 팽창으로 인한 교역증가이다. 남북교역이 활성화하면 경인운하는 인천항~판문점 일대를 잇는 내륙수송로로 부각된 잠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다섯째, 정책 당국자의 추진의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천을 방문해 경인운하를 단순한 물류기능뿐 아니라 인천터미널 일대를 운하도시로 조성하고 산업과 물류, 레포츠, 상업기능이 들어서는 워터 프론트형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경인운하사업을 기정사실화했다.
경인운하에 대한 논의·검토의 기준으로 먼저 장기적 관점을 들 수 있다. 운하의 개발은 오래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단기적 이해득실보다 긴 시간적 안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공간의 효율적 이용도 고려해야 하며,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본래의 환경·생태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한 개발에 따른 편익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런 기준에 의할 때라야 경인운하 개발은 경인지역에 위험보다는 기회의 측면을 더 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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