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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축제(祝祭) 

by 형과니 2023. 5. 15.

축제(祝祭)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0-10 09:56:37

 

축제(祝祭) 

 

본보 문화부장 때였다. 초가을 어느 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한 분이 찾아 오셨다. 곱게 차려 입으신 흰 두루마기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 어르신은 바로 시인 설창수 선생이셨다. 뵙자마자 ', 벌써 한 해가 다 갔구나' 싶었다.

 

선생은 매년 그 맘 때 천 리 길 진주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 개천예술제를 방방곡곡에 알리기 위해 직접 신문사 순례를 시작하셨던 것이다. 그 같은 지역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개천예술제가 58년간이나 이어져왔다는 생각이다.

 

축제는 지역 사랑과 그 열정의 소산이다. 그것이 결여된 축제는 어쭙잖은 정치적 푸닥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세월의 인천 축제들은 그 모양이었다. 1964년 떠들썩하게 벌였던 '항도제'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없는 것 같다.

 

36년 뒤인 2000년도에는 느닷없이 '인천 세계춤 축제'라는 것도 등장했었다. 인천상륙작전 50주년 기념행사에 쓰라는 돈을 순발력을 발휘해 하루아침에 '춤 축제'로 바꾸어 벌였지만 논란 끝에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난 6일자 본보 1면의 '줄줄이 축제-알맹이는 숙제'란 제하의 기사를 보면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현재 인천에서 치러지는 지역 축제가 무려 26개인데 대부분 관 주도형이고, 성격도 불분명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다가 때를 맞춰 각 구()에 이름 모를 '무슨 축제위원회' 등이 등장한 것도 괴이쩍다.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더 이상 고만고만한 억지춘향 식의 축제를 양산할 일은 아니다. 이제는 지난 여름밤을 들뜨게 했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수준의 축제를 모색해야 할 때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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