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부대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9-21 23:23:23
스텔스 부대
조우성의 미추홀
노무현정권 때, 한 동안 사창가를 근절하겠다며 기세등등해 했던 모경찰서장이 있었다. 매스컴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시대의 윤리의 성(城)을 지키는 잔다크처럼 묘사되곤 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실관계는 변한 게 없었다.
성매매 풍속도가 달라지기는 했다. 옷소매를 붙잡던 전통적(?) 호객행위가 사라진 반면 '장소만 알려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전화번호를 밝힌 반라의 여체카드를 자동차 유리창 틈에 꽂아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렵게 된 것뿐이었다.
전 같으면 집창촌이라는 일정한 관리공간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것이니 '스텔스'는 경찰이 아니라 은밀성과 기동성을 발휘하면서 종횡무진 주택가를 파고드는 성매매 업자들의 비유가 돼야 할 듯싶다.
전 정부가 사회주의적 결벽성으로 사창가 근절을 선언했던 것이라면, 종교편향론에 휩싸인 이번 정부는 기독교적 윤리를 실현하기 위해 성매매업자들을 척결하겠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동서고금 그 어느 나라도 없애지 못한 성매매업을 이 나라, 이 정권에서 없애겠다는 그 정책적 자만은 결국 이 정권의 담당자들이 인류사회문화사조차 제대로 읽어본 바가 없는 교양부족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고 있다.
선진 여러 나라의 정책을 어깨 너머라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로 창설된 경찰 '스텔스부대'의 눈부신 활동결과 마침내 한국이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성매매를 근절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그 전말은 또 세계를 웃긴 코미디로 끝날 공산이 크다. 개인이나 국가나 할 수 있는 일을해야 바보 소릴 안 듣는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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