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이야기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

by 형과니 2023. 5. 17.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11-26 22:25:16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

이원규 문화칼럼

 

작년에 영종도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이하 문화원)이 헐리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하는 글을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한 달 전 김찬삼 선생의 별세 5주년을 맞아 문화훈장이 추서됐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축하도 할 겸 그 새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선생의 외아들 김장섭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장섭 씨의 대답은 명쾌한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보존될 희망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관련기관이 아직 방침을 바꾼 것이 아니므로 필자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인천이 걸핏하면 소중한 옛 것들을 부숴온 데다가 김점도 선생의 대중가요 음반 자료 15천 점을 신나라 레코드로 빼앗기는 등 보물 같은 것들을 놓쳐버린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찬삼 선생 유물도 그렇다. 지난해 잡지에 실린 필자의 글을 읽고 다른 고장에 사는 문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 왔다. 인천에서 포기한다면 자기 고장에서 받아 여행 박물관을 지어줄 테니 유족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 물론 필자는 인천이 보존할 것이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문화원은 영종도 구읍 배터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인천시 중구 중산동 산 75번지. 그 곳 무성한 숲 속에 아늑하게 앉아 있는데 면적이 2,800평이고 멀리는 인천항, 가깝게는 선박들의 출입항 항로인 플라잉 피시(Flying fish) 수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은 기념관, 도서관, 휴게실 등이다. 기념관에는 선생이 여행 때 사용했던 여권, 신발, 복장, 배낭, 나침반, 자동차 등의 실물, 사진 10만 장, 육필 일기와 편지 수백 통 등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아름다운 야외 무대도 있다. 몇 해 전 시인 단체가 여기서 행사를 열어 초대된 적이 있다. 그때 거기서 시 낭송과 음악 연주를 들었는데 그 기억이 꿈결처럼 아늑하다.

 

김찬삼 선생은 누구인가. 무전 여행으로 세계를 돌며 한국을 알린 민간 외교관이자, 모험을 감행하여 철인과도 같은 돌파력을 보여준 개척자였으며,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해 도대체 외국 여행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하던 한국인들에게 세계를 바라보게 한 선구자였다.

 

1958년 첫 여행길에 올랐고 1996년 인도와 터키 앙카라에서의 연이은 부상으로 눕게 될 때까지 세 번의 세계 일주 여행과 20여회의 테마 여행을 하여 160여 개국, 1천여 도시를 밟은 분이었다.

 

필자는 선생이 첫 여행에서 돌아온 1961년의 강연을 잊지 못한다. 인천고교의 병설 학교인 상인천중 2학년이었는데, 선생은 외국으로 떠나기 전 근무한 학교인 인천고교에 왔다. 선생의 풍모는 위험과 역경을 헤치고 돌아온 고행 수도자 같았다.

 

"가슴을 펴고 세계를 바라보라. 그리고 거침없이 나아가라."

 

세계를 돌아보고 와서 그가 하는 말들은 넓은 세상으로 통하게 하는 한 줄기 빛이었다.

 

김찬삼 선생은 황해도 태생이지만 인천인이나 다름없다. 인천중학교를 나왔고, 인천고 교사로 일했고, 미국 유학과 세계 여행을 다녀온 뒤 세종대 교수를 하면서 영종도 집에 자신의 생애 전부를 담은 물건들을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친이 동산중고등학교 설립자이며 선생 자신도 학교 법인 이사장을 지냈다.

 

영종도 개발은 이미 시작한 것이니 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원 부근에 영종진(永宗鎭) 자리가 있어 인천시에서 영종역사관을 세우려 하고 있고 문화원 자리는 그 부지에 들어 있다. 영종진은 1875년 운요호 사건 때 일본군의 포격과 육전대의 공격에 맞서 싸우던 우리 병사들이 무수히 전사한 곳이다. 영종진 복원은 당연하고 역사관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문화원도 살려야 한다. 김찬삼의 세계 여행 정신과 국난 극복의 근대사는 코드가 안 맞지만 그것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방단체들은 문화적 의미가 있는 사소한 것까지 어떻게든 기념하려 한다. 어떤 것을 두고 인접한 지역이 다투기도 한다. 김찬삼 세계여행문화원과 거기 소장된 자료들은 꼭 인천이 붙잡아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인천시장, 시의회, 경제자유구역청, 중구청 등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