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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배다리의 미래를 말하자' 좌담회

by 형과니 2023. 5. 17.

'배다리의 미래를 말하자' 좌담회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2-03 11:15:38

 

삶의 흔적-예술 어울리는 공간 만들어야

'배다리의 미래를 말하자' 좌담회

 

인천 동구 배다리 일대 개발을 둘러싼 문화계와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년 여가 지나고 있다. 인천시의 일방적인 산업도로 개설로 끝날 것 같던 배다리 개발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잠시 멈춘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달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을 두고 숭인지하차도와 연결할 때 발생될 수 있는 문제와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설명하는 결과를 내놨다.

 

새로운 흐름에 따라 인천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좌담회 하반기 주제를 '배다리의 미래를 말하자'로 하고 지난달 26일 스페이스 빔에 자리를 마련했다. 문성진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 위원장과 이성진 영화정보고 교사, 홍인기 인천작가회의 사무처장, 민운기 스페이스 빔 디렉터가 참석했고 조혁신 인천일보 문화체육부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좌담회는 그동안에 있었던 주민들의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배다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1.배다리 문제의 본질과 움직임

 

진행=배다리를 중심으로 한 문화계와 주민들의 운동 전개 상황과 그 움직임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문성진(이하 문)=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인천을 찾는다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발 등 정책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뤄져야 한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성진(이하 이)=인천에 있는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 마음 속에는 배다리가 헌책방거리와 꿀꿀이죽 거리, 아이스께끼거리 등 추억의 거리, , 기억속에 머물러 있는 거리에 불과하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공간에 국한해 있다. 그래서인지 배다리 산업도로로 인해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이런 생각을 바꾸는 활동을 이어왔다.

 

-민운기(이하 민)=배다리 문제의 본질은 경제논리와 문화논리의 싸움이다.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인 부분을 가꾸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천시는 문화적 가치는 없앤 채 경제적 논리로만 배다리를 보고 있다. 개발논리는 배다리 뿐만 아니라 인천시 전체가 당면한 문제다. 우리가 간직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예술을 하는 주체로서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단순히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가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배다리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진행=문화계 관련 단체나 개인을 보면 표면적인 관심이나 지지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행동이나 발언은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게 사실이다.

 

-홍인기(이하 홍)=지난해 배다리에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도움이 되길 바랐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단은 변명을 미리한다. 골방에서 문학으로 말하면 되지라며 정서적 공감에만 그칠 뿐 실천하지는 않는 점은 반성한다. 한계를 느낀다. 문학 집단은 오히려 서둘러서 빨리 뭔가 보여주길 바라기보다 문학 속에서 배다리를 지키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 배다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역할

 

진행=배다리에 와서 많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연대하면서 작지만 새로운 움직임이 일었다.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스페이스빔에서 진행한 활동을 통해 배다리 산업도로 문제의 심각함을 발견했다. 이 발견이 헌책방거리와 문화재 등 이곳이 갖고 있는 역사를 발견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도시와 환경 등 녹색 생태계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배다리가 자생적으로 갖고 있는 역사문화의 생태를 살리는 운동이 일어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활동이 아직 확산이 되지 못한 채 한 곳에 있지만 방치한 것들을 체계화시키는 움직임이 돼야한다. 외부에서 이곳을 발견하고 확산하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들과 스페이스 빔이나 아벨서점, 배다리를 찍는 사진작가 최종규씨 등이 연결고리를 갖는 게 하나의 힘이다.

 

-=주민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개발로만 달려가는 인식이 돌아오고 이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눈에 많이 띄지는 않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인식의 변화가 보인다.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형식을 찾아가는 데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시작한다. 지금까지 활동을 어떻게 지속시킬지도 중요하다.

 

-=지난 5월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 발족했다. 시민단체, 예술단체, 문화단체 관계자 등 여러 주체들이 모여 산업도로가 우리를 만나게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우리들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부의 시선도 중요하다. 배다리 관심있는 사람들이 남다른 사람이어서 벌이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거기서 끝이다. 외부에서 배다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회, 포럼을 열고 국회를 찾아가고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2년에 가까운 기간에 우리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스페이스빔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주민들 눈높이에 맞도록 땜빵 학교 등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생활공동체 '띠앗'을 시작했다. 예술을 내세우지 않고 배다리에 관심있는 이들간 도움을 주고받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작가 개개인의 작업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에게 배다리가 왜 있어야 하는가를 어떻게 인식시킬 지 고민했다. 작가들 스스로 이곳에서 지내면서 조금씩 느껴갔다. 배다리가 아니면 탄생되지 않을 것들 말이다. 12월에 아시아 8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국의 문학을 자국의 언어와 한국어로 낭송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배다리에서 이런 행사가 이뤄진다는 데 의미있다.

 

우리 안에서 놀이로 예술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동참을 해, 이곳에 사는 이들이 삶의 가치를 통찰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한다.

 

-=배다리는 1950~70년대 인천 경제활동 중심지였다. 8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로 점점 이곳이 제자리를 잃어갔다. 생활 공동체와 시장공동체가 분리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해체됐다. 골목길마다 텃밭이 있고 공동체가 형성돼 있는 모습이 가치를 찾기전에 사라지고 있다. 달동네에 있던 것은 박물관에 박제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는 시장경제생활공동체를 회복하고자한다. 수많은 문화·예술단체, 역사문화공간, 생활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공동체 모색이 나아갈 방향을 잡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역할과 활동이 우리가 할 일이다.

 

3. 구체적인 배다리의 미래

 

진행=인천에서 배다리만큼 역사, 문화, 삶의 흔적을 포용하고 있는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이곳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나.

 

-=수직공간이 아닌 수평성을 회복해야 한다. 도시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곳이 낙후되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바꿔서 배다리를 새롭게 발견하고 가꾸는 일이다.

 

대전은 구도심권에 있는 달동네를 재개발을 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형태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10년이라는 안목으로 봤을 때 이곳은 그 가치가 있는 장소다.

 

-=회색도시 뉴욕에 가보면 뒷골목에 대부 찰영지가 남아있다. 이탈리아 이민 1세대가 정착해서 가꿔온 역사적 장소다. 뉴욕시에서는 아직도 옛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배다리도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평범한 서민적 삶이 있고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따로 노는 곳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근사한 희망이 있는 장소다.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얻어낼 수 있다.

 

-=정책결정권자와 오피니언리더, 지역 어른들이 움직여야 한다. 주민들은 앞으로 나가고 있다. 송림초 2학년인 딸 아이가. 동인천 북광장 조성 공사를 보면서. 오래된 것을 다 부숴버리면 어쩌냐고 말하더라. 배다리엔 그런 희망이 있다.

 

어떤 이들은 개발은 싫다. 주민 1/3은 싫지만 주변에서 하자니 동의한다, 1/3은 개발하자고 말한다. 보상문제도 있지만 주거환경 변화 등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시장, 도시재생사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정책결정권자들이 문제다. 배다리를 나가는 이들이 있으면 누군가 새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곳은 새로 들어오려는 이들이 있기에 다른 형태의 변화가 가능하다.

 

/정리=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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