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책길 … 예술의 시작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2-16 22:31:25
고독한 산책길 … 예술의 시작
흔적들 23
길에서 찾는 고독이라면 있을 법한 일 일까. 한참을 설명해도 알아듣기 보다 눈치라도 채게하려면 장황하게 일깨우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필가든 화가든 풀리지 않는 작업속에서 닥친 벽같은 것이 있음 길을 걸어야 겠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서 길속에 자신을 철저히 유폐시키며 벽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바로 예술가들에 있어서 절대 필요한 것의 하나가 고독이기 때문이다. 길가에서 고독이란 몸밖의 살아가는 아우성 속에서 나를 찾는 방법중에 최상의 방법, 자신을 자신의 몸안으로 접어넣는 몰입, 그리고 항복하며 경계를 허물어 가는 일.
감추면서 견디려 하는 존재의식과 파헤치며 사랑하는 존재의 질긴 실랑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예술가들중 유독 길을 걸으며 고독하고 유폐시키는 우리의 촌로들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하는 에티카(윤리)가 살아있어 덧 없이 좋은 산타들이다.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길은 일상적으로 노동과 삶이 젖어있으며 그 동(動)이 창조적 에너지로 와 창작의 정신으로 리트머스가 된다.
풍경적인 의미로 본다면 개항장의 숨가쁜 풍경은 감성을 유발하며 언젠가 헐리게 될 퇴색한 건물들은 사라져 가는 '풍경'으로 더 감성을 자극 묘한 창작심을 자극한다.
걷다보면 울고 싶고, 웃고 싶은 길위에서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보면 반가운 것은 왜 일까. 아는 사람이 남긴 족적, 그렇지 않으면 몰라도 좋다. 간 길이기는 해도 뒤따라 갈 수 있어 좋기만 하다. 도리어 눈 내린 길 첫발을 옮기게 될 일이라면 더욱 두렵기 까지 한 것은 뒤따라 올 사람에게 뒷태를 보이는 허전함이, 길을 안내하는 것 보다도 앞서는 이유는 동락(同樂)의 즐거움이 없는 막연한 길로 그러하다. 첩첩산중 마을은 없고 지문처럼 그려놓은 등고선을 더 오르고서야 눈에 차는 마을, 해가지면 해 대신 모과빛 등불을 켜는 아무도 찾지않는 길중에 산길은 고독 말고는 없다. 그리고 외로움. 있다 손 유난스레 통곡하는 귀두라미로 더 원하는 동행자 건만 없다. 절대의 고독은 또 남고 월훈(月暈)은 명작을 낳고…….
고독한 길, 고독의 길을 가지 않는,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예술가 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가진것 없이 가는 무욕(無慾)의 삶, 신라 고승 혜초(慧超), 고려시대의 나옹(懶翁)도 그러 하였고 조선 문신 조현명(趙顯命)도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묻는다면 촌로들은 "고독을 즐길 줄 아는 감동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테다.
"산책을 나가 바람을 쐬고 오겠다"는 공자의 제자 증점이 말한 선진편(논어)의 말처럼 '돌이 마음주는 시냇가'에 우리는 닿을 수 있고 '새들이 마음주고픈 하늘에 이를 수 있을까?' 산책길은 영원한 구원의 길이요 고독이 웅크리고 있는 곳이다.
산책길, 소문이 흘러 찾아 보고픈 사람이 있어, 동행의 길로 가고자 픈 사람을 찾아가는 1972년, 송월동 응봉산의 뒷 기슭 길, 기억컨대 수국꽃이 만발한 계절.
아동문학가 김구연이 송월동으로 이사했다는 소문의 꼬리를 잡고 찾은 길이었다. 좀처럼 아동문학의 야들한 맛과 멋없이 딱딱했던 첫 모습, 어쩜 나무 같다고 할까. 허나 '사람의 속은 알아도 나무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 속에 동그라미 그리며 생기는 나이테의 물보라 누가 알랴. 그렇게 둠벙속 가라앉은 그림자 많고 너울이 있어 좋은 사람 이었다.
이사 온 첫날 도배를 시작하는 그를 도와 서너 시간, 끝내 마치지도 못한 채 술타령에 꼴깍 넘긴 통금시절의 시간은 영원히 남을 개구쟁이 짓.
71년, '월간문학'을 통하여 문단에 나온 이듬해부터 동도(同道)의 길은 열리고 열어가고 그의 근무처(대한제분) 철재 반원형 막사에서 우리는 등사판 작품집 <꽃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었다.
그 <꽃불>을 다듬어 다시 (책 다웁게) 펴낸 74년 서울까지 타오른 <꽃불>은 오효선, 윤석중 선생에게 검문(?)되어 새싹회주최 '새싹 문학상'(제2회)을 수상 했었다.
2년 터울로 수상하게 되는 그 두 번째의 '세종아동문학상'(제9회)은 소년한국일보에서 주관하였으며 수상작으론 <자라는 싹들>의 동화였었다.
세 번째 '소년아동문학상'(제13회)은 동시집 <빨간댕기 산새>로 약속이나 한 듯 아동문학계의 우뚝솟은 별로 수 놓았었다.
길, 신작로도 아닌 주택가 골목에서 묻고 또 물어 찾아간 행운의 그 시절의 그는 저고리 앞섶의 분홍단추를 끼지 못한 어린이의 가슴에 풍덩 빠져 <닭 보고 절한 아이들>이 <그리운 섬>으로 <자라는 돌>을 찾아 가려고 등산화의 끈을 꼭 매고 있겠다.
울퉁불퉁한 어른들의 세계속에서 생겨난 길을 곧게 걸어가며…….
응봉산의 끝자락 송월동 옛길이 그리워, 그립다.
/김학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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