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수로 건설의 의미는?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3-25 23:00:23
경인수로 건설의 의미는?
박창호 재능대학 유통물류과 조교수
수로(水路), 즉 물길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 수로는 물이 흐르는 통수로라는 의미이다. 통수로는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충분한 용량의 통수단면과 통수경로를 확보해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홍수가 나도 물이 범람하여 인근 마을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하고, 가뭄이 들어도 용수를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예부터 치수(治水;물을 잘 다스리는 것)가 치국(治國; 나라를 다스리는 것)의 기본이었다.
둘째,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여 생활경제에 활용하는 용수(用水)의 개념이다. 옛날에는 관개수로를 건설해 전답에 용수를 공급함으로써 먹을거리 생산을 안정시켰으며, 공업용수를 공급해 산업 발전을 지원했다.
셋째, 물길을 통행로로 이용하는 뱃길이라는 의미이다. 물길의 자연적 특성에 맞는 선형(船型; 배의 모양)을 개발, 운항함으로써 물길에 의해 연결되는 지역 간 교통 및 교역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넓은 강의 포구에는 어김없이 나루터가 있고 나루터를 오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예부터 포구는 그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선도하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수로는 운송수단 중 1회에 가장 저렴하면서도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선박이 통항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사 이래로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활용하는 방법은 찬차만별이라 어떤 방법이 가장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름대로 가장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수도인 개성을 중심으로 예성강과 한강을 이용한 국제교역이 활발해 황주, 개경, 인주에는 거대한 상권을 가진 지방토호들이 단단한 지역기반을 갖추어 왕권과 결탁해 크게 세력을 떨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한강하구에 위치한 인주(지금의 인천)에서 고려왕조에 7명의 왕비 또는 왕의 어머니를 배출함으로써 인주가 7대 어향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조선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자 상권이 한양으로 집중되면서 인주의 상권은 쇠퇴하고, 왕궁에 가까운 마포나루가 새로운 교역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조선시대의 연안 해운은 한강 수로를 따라 마포로 드나들었으나 1883년 제물포가 국제항으로 개항되면서 한강변의 하항(河港)이었던 마포는 쇠퇴하고 서해안의 해항(海港)인 인천이 수도 한양의 새로운 관문으로 부상했다. 특히 남북분단이 고착화하면서 한강수로는 접경지역의 한계와 인천항의 발달로 완전히 명맥을 끊게 되어 마포와 영등포는 더 이상 포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근래에 이 경인수로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치수(治水) 개념의 굴포천방수로 공사가 끝나고 내친 김에 경인운하라는 이름으로 한강과 서해를 잇는 하운(河運) 개념의 새로운 수로를 열어보자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인수로 건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굴포천방수로 공사라는 치수 사업으로 굴포천 홍수방재체제를 갖춘다는 치국의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기본은 자연재해로부터 민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홍수방재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나라가 태평해지기 위해서는 국민의 삶이 풍요로워야 하는 바, 대규모 국비가 소요되는 굴포천방수로 공사를 수행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수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수로를 활용하여 생산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물을 이용한 산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며, 한강에서 서해로 출입할 수 있는 경인수로의 효용성이 무엇인지 궁리해 보아야 한다.
이미 많은 국비를 들여 방수로공사가 완공되는 시점에 와 있는데, 거기에 예산을 더 투입하여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경인수로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경제성이 있도록 만들면 될 일을 경제성이 없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경인수로 덕분에 경인지역에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면 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그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국론을 모아 어떻게 하면 경인수로를 경제성 있도록 만드느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인운하의 성패는 수로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국태민안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만들어 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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