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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

강화 고려산

by 형과니 2023. 5. 23.

강화 고려산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4-10 11:51:34

 

붉은 진달래꽃 정수리에 불지른 듯

강화 고려산

 

지금쯤 불이 붙기 시작할 게다. 붉은 꽃들이 제 가슴의 피울음을 어쩌지 못해, 제 몸의 불길을 어쩌지 못해, 무턱대고 피어 나자빠지고 있을 것이다. 이 봄이 또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득한 선사시대 때부터, 고구려 때부터, 고려 때부터, 봄이면 저 몹쓸 짓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진달래가 피는 것이다.

 

아니, 진달래는 피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하늘 어디에서 일시에 쏟아져 내린 수억 붉은 이파리들일 뿐이다. 정념의 불길이요, 몸살일 뿐이다. 제 몸속 어디 깊은 어둠을 못 견디어 내지르는 비명소리, 신음소리일 뿐이다!

 

그 타오르는 비명소리에 끌려 몇 해 전 이맘때, 여기 고려산에를 왔었다. 그날 강화가, 고려산이 이렇게 제 정수리에 불을 지른 채 소리치며 바다로 달려 내려가는 것을 환히 보았다. 아아, 그렇구나. 봄이 오면 이렇게 적석사(積石寺)도 낙조대 저녁노을도 속절없이 진달래 불길 속에 타오르고 마는구나!

 

소월이 살아온다면 말하리라. 제 고향 영변 약산 진달래만 꽃으로 여긴 그에게 고려산 진달래를 보여 주리라. 30년 몽고 말발굽도 감히 짓밟지는 못했을 저 고려산 진달래 불길을 말없이 보여 주리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서정주 ‘귀촉도’ 부분)

 

이렇게 애끓게 노래한 미당(未堂)에게도 잠을 깨워 알려 주리라. “이제 진달래꽃 벼랑 햇볕에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여기 하늘 아래 고려산에도 눈물 나도록 붉게 물들고 있다고.

 

고려산은 연개소문(淵蓋蘇文)이 났다는 전설을 가진, 높이 436m의 산. 강화읍에서 5남짓한 거리에 있다. 옛날에는 오련산(五蓮山)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지금 이름은 고려산이다.

 

잠깐 오련산의 전설을 들어보자. 고구려 장수왕 때, 중국 동진의 천축조사(天竺祖師)가 이 산에 올라 오련지(五蓮池)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 다섯 색깔 연꽃들이 문득 하늘에 날렸는데, 천축조사가 꽃잎이 떨어진 곳마다 적련사, 백련사, 청련사, 황련사, 흑련사 이렇게 다섯 사찰을 세웠다는 이야기이다. 적련사는 다시 적석사로 절 이름이 바뀌었다. 적석사 서쪽 위로 낙조봉이 있다. 여기 석양이 강화 8경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인천 저녁노을 3()’로 고쳐 부르는 것이 옳다.

 

때마침 진달래축제가 내일부터 열린다고 한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