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해안동 ‘아트 플랫폼’-옛 창고지대가 ‘인천 예술기지’로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4-04 14:55:19
옛 창고지대가 ‘인천 예술기지’로
중구 해안동 ‘아트 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19세기 말엽 인천 개항 이전에는 한적한 제물포 포구요, 개항 후에는 주요한 제물포항으로서 물자 수출입 중심지였던 중구 해안동 1가 옛 창고(倉庫) 지대 일부가 ‘인천 예술의 기지(基地)’가 되어 금년 10월부터 활용되게 된다.
귀에 설고 생소하지만 그곳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아트 플랫폼(Art Platform)’이다. 건물의 신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기반 시설 준비는 이미 다 되었고, 막바지 국부적이고 세부적인 마감 손질을 하는 중이다.
애초 입안(立案) 단계에서는 우리 식으로 ‘예촌(藝村)’이라고들 불렀는데, 다시 중구미술문화공간으로 불리다가 어찌어찌 아트 플랫폼이라는 영어 명칭이 정식 이름으로 정해지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인천이 우리나라 해·공 관문이면서 국제 교류의 마당이라는 측면에서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긴 설명 없이 글자만 보아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게 ‘Art+Platform’이 행여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1970년대 중반 연안부두가 지금의 항동으로 이전해 가기 전까지 이 일대는 인천항의 배후지로서 요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선은 지금의 인천항 8부두 일대가 전진기지였고, 인천 근해의 도서지방을 오가는 선박은 지금 중부경찰서와 기독교 선교 100주년 탑이 서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아래 일대가 모항이었다. 그러니까 이 아트 플랫폼 바로 턱 밑이, 국제항이라고 할 수 있는 독(Dock)을 제외한, 옛 인천항 연안부두로 아마 인천 토박이들은 이 지역 위아래 풍광을 머릿속에 훤히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윗길에는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호텔은 후에 유명한 청요리점인 중화루가 된다) 자리, 그 건너편에 있던 이태호텔, 인천 사람이면 알 만한 청요리점 송죽루, 그 뒤로 펼쳐진 청관 거리와 다시 중구청 아래, 시 유형문화재인 조선제일은행 건물, 그리고 아트 플랫폼에 포함된 조선우선 건물 같은 유적이나 역사가 남아 있다. 그러니까 이 일대는 개항 초기와 일제의 한국 병탐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인천 역사가 배어 있는 곳이다.
문득, 오래 전 미국으로 간 인천 출신 양화가 황추(黃秋)가 그린, 자유공원에서 조선우선 앞길을 통해 부두 잔교가 있던, 한국전쟁 후 미군이 차지한 부두 일대와 월미도를 조망해 그린 유명한 황혼의 인천항 그림이 떠오른다. 그림은 인근에 있는 신문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다. 아무튼 그런 인연 때문인지, 아니면 도시도 시대에 따라 그 운명이 바뀌는 것인지, 이곳을 포함한 인천항 배후 지역, 창고 지대가 예술 기지가 된 것이다.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오늘 2시에 아트 플랫폼의 운영 주체인 인천문화재단이 ‘미리 가보는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시설투어에 앞서 인천에 이런 공간이라도 마련된 데 대해 ‘감회’를 느낀다. 이렇게 눈을 들어 다시 볼 곳이 인천에 있구나. 떠나고 없는 옛 인천의 시인, 묵객들을 따라 황혼의 월미도를 건너다보며 청관 쪽으로 넘어가던 기억이 새롭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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