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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세계도시축전과 계양산·배다리의 파괴

by 형과니 2023. 5. 25.

세계도시축전과 계양산·배다리의 파괴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5-08 11:17:25


세계도시축전과 계양산·배다리의 파괴

이희환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세계 도시와 글로벌기업들을 상대로 인천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한다니 인천시민으로서 자긍심과 긍지를 갖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이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하여 지금 인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대하여 과연 그와 같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을까? 오히려 그렇기는커녕 많은 시민들은 쓰디쓴 냉소와 열패감이 아니면 깊은 무관심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 도시의 주인들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기껏해야 돈을 내고 관람해야 하는 관객이거나 초대받지 않은 혹은 문전박대를 당해 마땅한 오래된 시민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2006년 6월 안상수 시장의 재선 직후,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의 개통과 더불어 도시재생사업이 정착단계에 들어설 2009년에 맞춰 국제도시로 비상할 인천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인천국제도시엑스포를 개최하면 좋겠다는 안시장의 인터뷰가 언론에 실렸던 것을 기억한다.

 

안 시장의 정치적 치적인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그러나 외자유치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 재생사업과 같은 신개발주의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대형이벤트가 필요했을 터이다. 2010년엔 상하이도시엑스포가 예정되어 있으니 인천이 이를 앞당겨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속셈도 엑스포 개최의 명분으로 공론화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2010년엔 지방자치제 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니 도시엑스포만 성대하게 개최하면 3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안 시장의 이러한 구상은 이후 급속도로 실행단계에 접어들어 그해 12월에 세계도시엑스포 성공기원행사와 함께 재단설립 발기인대회가 개최되었고 2007년 6월에는 행사의 총괄대행사로 ‘제일기획-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었다. 그 바로 직전인 4월에는 ‘2014 아시아경기대회’의 인천유치까지 확정되었으니 그 전초전에 해당하는 인천세계도시엑스포는 2년간의 준비기간을 남겨두고 전시(全市) 차원의 총동원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07년 말부터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문제제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BIE의 공식적인 이의제기와 행사조정권고로 인하여 2008년 4월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행사명도 ‘인천세계도시축전’으로 변경하였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에 행사의 큰 틀이 조정된 이 초대형 이벤트는 행사를 크게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천3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현재 총동원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그 사이 정상궤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던 인천도시재생사업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혀 제대로 진행되는 곳이 없다. 역사·문화·관광 인프라가 태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갖가지 급조된 사업들을 졸속 추진하다가 갖가지 난관에 처해 있다.

 

인천대교의 개통에 앞서 추진된 국제마라톤대회도 안전문제로 국토부로부터 개최불허 통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도시의 비전을 펼쳐 보인다는 세계도시축전을 준비하면서 인천의 마지막 남은 생태허파인 계양산 녹지가 골프장과 유흥지로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고, 또한 인천 근대 역사와 문화의 보고인 배다리 지역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심의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또한 인천의 오래된 주인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아파트와 빌딩을 짓는 천편일률로 진행되고 있다. 인천의 현실이 이러한데 ‘빚 좋은 개살구’라고, 철학도 과정도 토론도 참여도 없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인천시민들에게 달가울 리 만무하다.

그나마 인천시가 쏟아 부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제발 세계도시축전은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시민들에게 학생들에게 입장권을 강매하고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참된 성과를 얻기 어려울 터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석학들이 와서 공자님 말씀들을 남겨놓더라도 현실은 냉랭한 신개발주의 자본논리만 횡횡한다면 거대한 공허만 남을 뿐이다.

 

뒤늦게나마 도시축전에 인천시민의 기꺼운 동참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계양산과 배다리의 파괴를 당장 중단시키는 상식적인 조처가 선행되어야 한다. 급박하게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들을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참여를 고려하여 천천히 추진하겠다는 도시행정의 발상전환이 시민들에게 천명되어야 시민들도 비로소 자그마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세계도시축전에 기꺼이 참여하지 않을까. 늦지 않았으니, 어쨌거나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은 역사에 ‘있는 그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