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파춥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6-15 16:06:30
츄파춥스
조우성의 미추홀
50년대 말 배다리에서 율목동으로 올라가는 골목길 초입에 조그만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김응석병원 옆 공터를 등지고 세운 가건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동네 아이들이 그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주전부리라고 해야 시꺼먼 설탕 꿀이 흘러내리던 호떡과 입에 넣으면 볼이 툭 불거지는 눈깔사탕이 다였던 시절이었다. '또뽑기'라는 것도 있었는데 그림판에 풍선을 닥지닥지 붙여놓고 코 묻은 돈을 우려먹었다.
학교엘 가자면 철교를 지나 무진회사 골목에 들어서게 되는데 거기에 작은 양키시장이 있었다. 길거리 목판 위에는 껌, 초코렛, 쨈, 우유, 비스킷 등 없는 것이 없었지만 대개는 눈깔사탕보다 비싸 눈요기뿐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유독 눈깔사탕 값에 살 수 있던 것이 '또뽑기'에는 없는 '흰 풍선'이었다. 풍선을 입에 대고 불면 홍두깨만큼 커지는데 그걸 들고 칼 싸움을 하곤 했었다. 중학에 가서 알고 보니 그게 '삭구(콘돔)'였다.
호구지책이라지만 애들에게 '삭구'를 풍선이라 속여 팔아 겨우겨우 연명하던 것을 생각하면 공연히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한다. 꿀꿀이죽도 못 먹던 시대를 잊고 사는 오늘의 이 나라가 그래서 고맙고 눈물겨웁다.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편의점에서 팔리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 막대사탕 '츄파춥스'와 캔 커피라고 한다.
지천으로 흔해진 게 주전부리감인데 막대사탕이라니 격세지감이 없을 수 없다. 눈깔사탕이 신토불이 주전부리라면 '츄파춥스'는 2만 불 시대의 신세대 사탕이다. 눈깔사탕 값으로 냈던 5원짜리 지폐가 새삼 그리워진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