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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숭의동 분수대 

by 형과니 2023. 5. 28.

숭의동 분수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6-22 14:11:10

 

숭의동 분수대 

조우성의 미추홀

 

최근 일본 오카야마시(岡山市)를 다녀왔다. 역 광장에는 현 오카야마 대 전신인 '6'의 학생상이 서 있었다. 만도를 펄럭이고 있는 4각모 차림이 매혹적이어서 발길을 붙잡는다. 범수(凡手)가 아님을 쉬 느꼈다.

일본 3대 정원의 하나라는 고라쿠엔(後樂園)을 구경한 후 나오다가는 후문 모퉁이에 서 있는 두 소녀 발레리나 상()과 마주쳤다. 솜씨가 어찌나 날렵했던지 금세 도약할 듯 살아 있어 일행 모두가 찬탄이었다.

 

귀국 후, 남구 숭의동 로터리 분수대를 지나게 됐다. 무슨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을 지날 때마다 어수선한 조경이며 녹색 페인트를 덕지덕지 칠한 동상들이 못마땅하던 차여서 걱정부터 앞섰다.

 

며칠 후 저녁 또 다시 분수대를 지나다가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영화 속 슬로우 모션을 한 장면씩 보여주듯 밤하늘을 향해 새 몇 마리가 빛을 발하며 날아오르고 있었는데 시설물들과 함께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비단 숭의동 분수대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의 크고 작은 빌딩 앞에 세운 조형물들 중에는 보기 민망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미디어와 비평가들은 입을 다물고 있고, 조형물은 계속 세워지고 있는 중이다.

 

조형물만 보면 인천은 오카야마보다 품격이 낮은 도시다. 누군가 시민의 문화 향수 수준을 너무 얕잡아보고 있지 않은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후 그것들이 자신의 비()가 될 터인데 어찌 저러는가 알 길이 없다. 아무리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문화·예술에는 시공을 넘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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