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 강좌- 첫번째 이야기
인천의문화/인천학강좌
2009-06-18 22:04:35
5년뒤 나온 독립신문보다 정밀
화도진도서관과 함께하는 인천학 강좌> 첫번째 이야기 < 인천의 조선신보와 한국언론사 ①
‘이젠 다시 인천으로.’
화도진도서관이 지역을 천착하고 정체성을 되살린다는 목표로 기획한 ‘인천학 강좌’가 시작됐다. 지난 16일 오후 첫 번째 강좌 강사로 나선 한국외대 정진석 명예교수는 인천에서 발간됐던 ‘조선신보’를 들고 인천과 한국의 근대언론사를 짚어봤다.
화도진도서관은 지난 2007년 일본국립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신보’와 ‘조선신문’의 마이크로필름을 들여와 디지털 지면(CD)과 영인본을 교회사연구소와 함께 출판했다. 인천 근대신문사의 첫머리를 차지했던 신문이 빛을 본 것. 이 과정에서 정진석 교수는 해제를 통해 인천에서 발행됐던 이 신문의 의의를 정리했다.
“조선신보와 관련해서는 첫번 째 대중 강좌”라고 밝힌 정 교수는 “근대문화가 전파된 요코하마에 일본 신문박물관이 있듯이 비슷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인천도 우리나라 신문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서울보다 인천에서 먼저 신문을 발행, 한 때는 몇 개 신문이 자리잡기도 했다는 것이다.
1890년 1월28일 일본인들이 ‘인천경성격주상보’라는 신문을 발간하기 시작했고 1891년 8월15일 44호까지 발행한 후 9월부터 ‘조선순보’로, 1892년 4월15일부터는 제호를 ‘조선신보’로 바꿨다.
정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일본의 유명한 식물학자인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郞, 1862~1957)를 주목했다. 신문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왜 식물학자가 등장할까?
마키노는 만주일대와 조선 등을 돌며 식물표본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흡수지(식물표본을 눌러서 말리는 용도의 종이)로 신문을 사용했고, 그 가운데 ‘조선신보’가 있었던 것. 당연히 인천에서도 식물 채집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목에서 잊혀졌던 신문 하나가 역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한편으론 인천시가 시립도서관에 보관된 옛 신문을 영인작업하는 등 소중한 자산으로 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정 교수는 준비한 신문들을 선보이며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조용한 항구도시였던 제물포가 인천이라는 근대도시로 들어서던 과정을 신문을 통해 소개한 것.
“남아있는 제일 오래된 조선신보는 1892년 5월15일자입니다. 5년 뒤에 나온 ‘독립신문’보다 더 정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쇄문화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일본인들의 신문발행을 단순한 침략의 도구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선신보의 부록 한 장을 입수한 그는 “물가시세표가 적혀있는데 요즘 말하면 경제지의 주식이나 달러시세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이 상업도시로 변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으로 인천 근대경제사 연구자에겐 소중한 자료다.
정 교수는 1897년 2월10일 인천주재 일본영사관 이시이(石井)가 일본 측에 조선신보를 지원하라는 요청을 한 보고서도 보여줬다. 어찌보면 신문지원법의 효시랄까?
무엇보다도 기록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문화강국의 첫번 째 조건이라는 점이 이날 강좌의 골자였다. 정 교수는 오는 23일 같은 주제로 두번 째 강의를 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 정진석 명예교수= 서울대 대학원 신문학사 석사. 런던대 정경대학 박사. 한국기자협회 편집실장, 관훈클럽 사무국장을 거쳤고 한국외대에서 사회과학대학장, 정책과학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등 한국의 근현대언론사를 집중적으로 저술했다. 특히 그는 ‘대한매일신보’ ‘한성순보’ ‘독립신문’ 등 신문의 영인과 해제 작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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