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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도시를 성찰하는 역사적 감각의 결여

by 형과니 2023. 5. 30.

도시를 성찰하는 역사적 감각의 결여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7-12 21:38:01

 

도시를 성찰하는 역사적 감각의 결여

이희환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신종플루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학술자료조사를 위해 일본을 잠시 다녀오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매체를 통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된 인플루엔자 전염의 위험을 경고하고, 실제로도 오염원을 알 수 없는 2차 감염자가 발생하고는 있는 현실과 달리 일본이나 한국이나 공항 수속과정에서 별다른 검역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번에 일본을 여행하면서 가장 큰 화제가 된 뉴스는 디도스 사이버테러였다. 한국과 미국을 강타한 가공할 만한 사이버테러 위력을 일본 언론은 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한국사정을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이처럼 실제 바이러스와 가상 바이러스가 세계를 무대로 폭발적으로 전염되고 있는 전지구화 시대에, 나는 한 세기 전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쿠데타를 감행했다가 일본으로 망명했던 김옥균의 행적을 찾기 위해 가깝고도 먼 나라일본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으로 유명한 도쿄 메트로를 통해서도 김옥균의 묘소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김옥균은 쿠데타 거행 10년 만인 1894년 상하이에 갔다가 조선의 자객 홍종우에 의해 암살되었다. 그의 시신은 조선으로 강제 송환되어 양화진에서 능지처참되었으나 그를 흠모했던 일본인들에 의해 두발과 신체의 일부를 일본으로 반출하여 도쿄의 아오야마영원(靑山靈園)과 진정사(眞淨寺) 경내 묘지에 묻었다고 한다. 도쿄 도심부 남쪽 한가운데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아오야마영원의 규모도 그렇지만, 동경대학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심부에 위치한 진정사 경내 공동묘지를 돌아보면서 나는 새삼 일본인들의 오래된 종교문화를 낯설게 느꼈다. 주택가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동묘지로 빼곡한 절과 신사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문화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위로부터 근대화에 착수하여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넘어 미영구축을 외쳤던 일본제국주의 근대화노선과 달리 일본은 오늘도 철저히 자신들의 정신문화와 역사를 깊이 보듬고 있었다.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도시 도쿄 곳곳마다 작고 오래된 소로를 살려 도로망을 구축하고 그 소로 곳곳마다 역사의 거리 안내판을 설치한 것도 도쿄를 어디든지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요소였다.

 

조선을 근대화하려던 김옥균의 갑신정변의 모델이 되었던 곳이 바로 도쿄와 요코하마이다. 특히 1859년 개항한 도쿄의 관문 요코하마는 올해도 개항 150주년을 맞아 개국박람회(A Grand Exposition for Yokohama’s 150th Year)428일부터 929일까지 150일 간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요코하마시가 계획단계에서부터 40년간 추진하고 있는 미나토미라이 지구 옆 아카렌카창고 부지를 주 무대로 삼은 이 박람회는 그러나 실제 행사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걸으면서 보세요!”라는 문구 아래 개항도시 요코하마 곳곳을 살필 수 있는 5개 도보 코스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미래도시체험코스, 임해산보코스, 소화복고코스, 개항의역사코스, 이국취향코스 등 5개 도보 코스 거리마다에 위치한 역사문화인프라에서는 다양한 전시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새로 개관한 요코하마미나토박물관에서는 요코하마개항제전’, 요코하마개항자료관에서는 항도 요코하마의 탄생’, 일본신문박물관에서는 개항5항과 신문전시를 볼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를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산보 속에서 녹여내는 일본의 문화적인 저력은 도쿄 간다의 진보쵸 헌책방 거리를 걸으면서도 되새겨졌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보다도 더 좁은 골목 곳곳에 위치한 고서점들과 그곳을 드나드는 일본인들 모습에서 문명개화 시행착오를 체감한 일본의 역사적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그리고 인천의 역사적 감각은 어떠한가? 경인운하와 갯벌매립,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및 역사문화마을 배다리 파괴 등의 현실이 말해주듯이, 한국은 여전히 19세기 김옥균의 문명개화담론이 명품도시담론으로 탈바꿈한 채 역사에 대한 성찰을 망각하고 맹목적 질주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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