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 강좌> 여섯번째 이야기 < 인천의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인천의문화/인천학강좌
2009-07-24 20:44:39
‘송도’에 드러난 제국주의 야욕
화도진도서관과 함께하는 인천학 강좌> 여섯번째 이야기 < 인천의 역사 어떻게 볼 것인가
‘어운(語韻)도 그리운손 인천 새 동명(洞名), 순수한 조선색(朝鮮色)의 76개 동(洞), 신년부터 완전히 왜취(倭臭)를 말살하자’
지난 1945년 12월23일자 ‘대중일보(大衆日報)’의 기사 제목이다. 대중일보는 일제가 인천 땅에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일본식 지명)’을 마침내 뽑아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인천시가 새로 정해 발표한 76개 동명 가운데 왜색이 짙은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송도정(松島町)-옥련동(玉連洞)’, ‘도산정(桃山町)-도원동(桃源洞)’, ‘소화정(昭和町)-부평동(富平洞)’, ‘대정정(大正町)-계산동(桂山洞)’, ‘명치정(明治町)-부개동(富開洞)’, ‘이등정(伊藤町)-구산동(九山洞)’ 등이다.
조우성 인천시 시사편찬위원은 “일제가 일본식 지명과 육군 대장, 해군 제독, 군함의 명칭 등을 인천 땅에 붙인 것은 제국주의 야욕에 따른 것으로 일본인들은 1933년에 발행한 인천부사(仁川府史)에서 그 같은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구한 말 인천도호부 시절, 현 연수구 일대는 ‘인천부 원우이면(仁川府 遠又爾面)’으로 ‘송도’라는 지명은 애초부터 없었다. 1918년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가 제작한 인천부 지도에 연수구 일대는 부천군 문학면으로 등재됐고, 1936년 조선총독부 관보에도 옥련리와 동춘리, 문학리 등은 명시돼 있지만 송도는 없었다. 조 위원은 옥련리가 송도정으로 바뀐 것은 1936년 이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도는 일본에서 두루 쓰이는 섬 이름이자 송도유원지를 만들면서 일본 최대 관광지 중 하나인 미야기 현 송도의 명성을 차용하기 위해 붙인 지명”이라며 “일제가 송도라는 지명을 육지에 붙인 이유에 대한 열쇠는 일본 해군이 자랑하는 소위 ‘3경함(三景艦)’이 지니고 있다”고 했다.
조선총독부가 1914년 발행한 ‘보통학교 국어독본 제7권’에는 미야기 현의 ‘송도(松島)’와 교토의 ‘교립(橋立)’, 히로시마의 ‘엄도(嚴島)’ 등 ‘일본 3경(三景)’이 소개돼 있고, 일본 해군은 그 이름을 딴 순양함 3척을 취항시켜 3경함이라 일컬었다. 인천항을 수시로 드나들던 송도함은 1892년 프랑스에서 건조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참전했고 1908년 대만 마공(馬公)지역에서 선 내 폭약고 폭발로 침몰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이 인천을 교두보로 삼아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했다는 점이라고 조 위원은 강조했다. 국군주의인 일본이 러시아나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겼다는 것을 기리기 위해 그 전쟁과 관련이 깊은 인천에 전승을 기리는 ‘정명(町名)’을 여러 곳에 붙였는데 그 중 하나가 송도라는 것이다.
조 위원은 “인천시가 신도시의 이름을 송도국제도시, 법정동명을 송도동이라고 붙이면서 송도 부활에 앞장서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일본의 지명이자 전함의 이름이었던 송도를 신도시의 이름으로 정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일이다. 신도시는 섬이 아니다. 애초부터 송도란 지명은 자격 상실이었다”고 지적했다.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조우성(61) 인천시사편찬위원 = 인천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월간 시지 ‘심상’ 신인상으로 문단 등단. 한국문인협회 인천시지부 부지부장과 인천일보사 문화부장 및 편집부국장, 광성고 교사로 활동했고 현재 시사편찬위원, 인천일보 객원논설위원, 계간 ‘리뷰인천’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간추린인천사’와 ‘인천이야기 100장면’, ‘인천바로알기’ 등을 저술했고 제17회 인천시 문화상과 제1회 인천언론대상, 제1회 인천사랑운동시민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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