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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흡연(吸煙)

by 형과니 2023. 5. 31.

흡연(吸煙)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8-01 14:58:09


조 우성


'혼마 규스케(本間九介)'는 일본 명치 시대에 조선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893년 전국 각지를 돌며 조선을 정탐했고, 그를 바탕으로 '조선잡기'(김영사ㆍ2008년)란 책을 냈는데 풍습과 일상사를 세밀히 다루었다.


"조선 사람은 담배를 매우 좋아하는 동물이다. 3척이나 되는 담뱃대를 걸어갈 때나 집에 있을 때나 앉아서나 누워서, 일을 쉬거나 침묵하는 사이에도 손에서 놓는 일이 없다"며 조선을 '흡연 왕국'인 양 묘사하고 있다.


"조선 사람 일반의 습관은 밭을 갈 때나 물건을 운반할 때에도 반드시 이것을 입에 물고 있다. 특히 우스운 것은 우리 거류지에 목욕하러 오면서 탕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일이다"는 믿기지 않는 내용도 있다.


담배를 끔찍이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인데, 담뱃대의 길이만은 반상(班常)의 구별이 뚜렷했다. 특히 양반의 장죽은 혼자 불을 붙일 수 없어 하인이 대령했는데 그것을 양반의 체통을 살리는 것처럼 인식했다.


갑오경장 후 법으로 장죽(長竹)을 금지하자 권련이 유행하면서 인천에 영미연초회사까지 생겼다. 인천은 각국 담배의 각축장이 되었는데 멋쟁이들은 권련보다는 시가나 파이프를 선호했었다고 고로(古老)들은 회고한다.


일제강점기의 '메플', '마코', 광복 후의 '승리', '건설', '무궁화', 6·25전쟁 직후의 '카멜', '럭키스트라이크', '체스터필드'를 거쳐 오늘의 '아리랑'에 이르는 동안 담배에 대한 집착은 식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이 땅의 삶이 퍽퍽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최근 들어 흡연 인구가 더 증가했다는 뉴스다. 우울한 또하나의 통계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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