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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愛/인천이야기
2009-08-01 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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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인디텔'이 한창 각광을 받을 때였다. 세계 첨단의 프랑스 '미니뗄'에 버금가는 한국의 정보통신망에 '하이텔'이 있었고, 그 두 번째로 인천일보와 인하대가 공동 설립했던 게 '인디텔'이었으니 화제가 될밖에 없었다.
KBS TV에서 지역정보화 사업에 대한 인터뷰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필자가 여의도 뉴스센터를 찾았는데 과정이 복잡했다. 며칠 전 방송국에서 보낸 질문지의 모범답안을 써 보내고 며칠간을 달달 외어야 했다.
필자는 그때 처음으로 뉴스 시간의 대담 프로마저 사전에 철저한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또 하나의 사건을 목도하면서 프로의 진행과 시청률을 위해서는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KBS TV의 장수 프로 가운데 하나인 '골든 벨'의 녹화 현장에서였다. 시청자는 화면상 볼 수 없도록 진행 보조원들이 정답을 한자로 적거나 힌트를 그린 팻말을 학생들이 보도록 카메라 밑에 들어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싶었다. 전국 각지의 출연 학교가 다양한 학력의 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동시간대에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었던 비밀이 따로 존재했던 것이다. 시청자는 속고, 학생들은 자존심을 유린당한 셈이었다.
언젠가 창경궁 안에 철조망을 쳐 수달을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다큐를 찍어 방송위원회로부터 '1년 연출 정지' 징계를 받은 PD가 이번에는 토끼의 발을 묶어놓고 '야생 장면'인 양 연출해 물의다. 1989년 일본 아사히 신문 사장이 사진 기자의 '오키나와 산호초 낙서 조작 사건'으로 물러난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