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9-11-08 01:47:15
박물관 100년
조우성의 미추홀
어쩌다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면 필자는 현지의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고서점가를 즐겁게 순례한다. 그 세 군데만 돌아보면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대충 감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정해 놓은 코스이다.
그런 잣대로 들여다보면 인천은 실망이다. 갈 데가 별로 없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그 수준과 접근성에서 낙제에 가깝고, 본격적인 미술관은 아예 없으며 고서점 다운 고서점은 창영동에 두어 집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 100년'이라 해서 연일 주례사 같은 맹탕 기사가 신문 문화면들을 화려하게 장식하고는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조차 이달에 들어 겨우 '고조선관(古朝鮮館)'을 신설한 처지이고 보면 사실은 더 할 말도 없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최대의 국립박물관이 그 모양인 게 현실이다. 국민이 낸 천문학적인 돈을 써 가며 만들었다는 전시장은 두서가 없고, 유물의 수준 또한 국외로 흘러나간 것보다 떨어지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보다 규모만 작았지,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박물관(市立博物館)'인 인천시립박물관의 현주소도 피장파장이다. 여러 가지 열악한 조건 때문에 특성을 못 살려 국립의 '분관(分館)'이라고 해야 할 초라한 모습이다.
'박물관 100년'을 공연한 찬송(讚頌)만으로 보낼 게 아니다. 시립박물관의 이전, 턱없이 부족한 유물 구입비 및 발굴 조사비의 증액, 연구 인력의 보강 등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인천의 문화적 자산을 살린 '근대 전쟁사 박물관', '우편통신박물관', '기차박물관', '소금박물관' 등의 건립도 풀어내야 할 숙제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