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관광,가볼만한곳

인천개항박물관-개항기로 시계바늘을 돌리다

by 형과니 2023. 6. 15.

인천개항박물관-개항기로 시계바늘을 돌리다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10-11-22 22:37:29

 

 

우리나라 근대화 역사가 묵묵히 배인 중구에인천개항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백십여 년 전 개항사의 파편을 하나둘 그러모아 오늘을 사는 우리 앞에 온전히 풀어놓았다. 오늘 이 곳에서슬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개항, 세상을 바꾸다

 

시계바늘을 110여 년 전으로 돌리자. 거리에 르네상스풍의 우아한 석조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사이를 자동차와 인력거가 가로지른다. 한복, 기모노, 치파오를 입은 사람들이 공존하고, 말쑥한 양복차림에 중절모를 쓴 모던보이와 할리우드 여배우들처럼 차려입은 모던걸이 물결을 이룬다.

 

제물포는 120여 년 전까지 만해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그러나 18831월 항구가 열리면서 인천의 중심지로 급격히 떠올랐다. 항구를 통해 더 큰 세상에 눈을 뜨면서 인천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외국인 집단거주지인 조계(租界)가 형성되고 노랑머리를 한 서양인과 일본인, 중국인이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각국 영사관과 근대식 은행, 극장, 카페, 공원 등도 생겨났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아프지만, 새겨야 할 역사

 

중구 개항장 일대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인천의 역사가 깃든 의미 있는 곳이다. 지난 102,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뜻 깊은 공간이 생겨났다. 인천개항박물관이다.

 

인천개항박물관은 1899년 구한말에 지어진 일본제1은행을 개조해 만들었다. 일본제1은행은 당시 인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금융계의 꽃이었다. 은행이 있던 거리에는 일본제18은행, 58은행 등이 세워져 금융가를 이루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비롯한 서구식 건물들이 들어섰다. 당시 가장 먼저 근대화의 물결에 휩싸인 곳이 바로 지금의 개항박물관이 서 있던 거리였다.

 

일본제1은행은 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르네상스풍 석조건물 자체가 개항장 인천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건물은 반원아치의 현관을 가운데 두고 머리에 작은 돔을 올려 좌우대칭으로 지었으며, 외벽은 화강암으로 다듬어 쌓고 처마 부분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린 석조 난간을 올렸다. 고풍스러운 멋이 흐르는 이 건물은 각계의 자문을 구해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박물관으로 지어 그 의미를 더한다. 전시실 내에 가벽을 치지 않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목재를 사용했으며, 커튼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등 역사를 보존코자 한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서 전신기 시대로

 

인천개항박물관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인천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개항장으로 인도한다. 박물관은 대지면적 677.7에 건물 연면적 428.05로 작지만, 전국에서 모은 개항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는 상설전시실 4, 유물수장고, 학예실, 편의시설 등을 갖추었다.

 

현재 구에서 수집한 유물과 자료 321669점 가운데, 인천을 통해 처음 들어오거나 인천에서 태어난 근대 관련 유물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근대에 사용하던 우표와 주화, 경인전철 관련 유물 등 대부분 당시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주요 유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함 광제호에 휘날리던 태극기를 비롯해 모스식 전신기와 벽걸이형 자석식 전화기 등이 있다.

 

개항기 인천에서 시작하고 또 인천을 통해 전해진 근대문물을 하나둘 그러모아 역사적인 장소에 풀어놓은 인천개항박물관. 오늘 이 곳에서, 슬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1전시실 대표 근대문물이 한눈에

 

개항의 역사는 바다로부터 시작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최초의 갑문식 도크의 영상자료가 펼쳐진다. 인천항에 설치한 최초의 해관에 대한 기록물도 눈에 띈다. 한편에는 인천과 서울 사이에 처음 시작한 우편제도 및 통신제도와 관련한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한 문위우표를 비롯한 개항기 우표와 우편물, 전보, 전화기, 전보 송수신기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군함인 광제호에 경술국치 전날까지 휘날리던 태극기다. 태극기는 당시 이 배의 항해사였던 신순성 씨가 거둬 간직해 오다, 그의 손자인 신용석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기탁한 것이다.

 

2전시실 철도 위로 역사가 흐른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차가 달린 곳이 바로 인천이다. 2전시실에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한국 최초의 철도 경인선을 비롯해 한국 철도사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한다. 경인철도가 개통할 당시의 기관차 모형과 승차권, 열차를 운행하는 증표의 역할을 하던 통표, 전호등과 같은 철도 관련 자료들을 볼 수 있다.

 

3전시실 나도 모던보이, 모던걸

 

들어서는 순간, 시공간은 110여 년 전 개항 당시 인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모던보이, 모던 걸이 되어 그때 그 시절 중구 거리를 걸어 본다. 개항장 일대 거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꾸며진 포토존과 당시 거리풍경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읊어낸다.

 

4전시실 전시실이 된 금고실

 

인천개항박물관에서 가장 특색 있는 공간이다. 은행이었던 건물의 특색을 살려, 그 안에 있는 금고실을 통째로 전시실로 활용했다. 개항기 금융기관과 인천 전환국 관련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이곳은 건물의 본디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기 위해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시커먼 대형 철문과 천장의 강철 마감이 당시의 철통같은 보안을 말해준다.

 

Tip 관람 포인트

인천개항박물관, 이렇게 관람하세요

해설사로부터 역사이야기를 들어요

 

박물관에는 모두 4실의 전시실이 있다. 1전시실은 인천개항장의 근대문물, 2전시실은 경인철도와 한국철도사, 3전시실은 개항기의 인천풍경, 4전시실은 인천전환국과 금융기관을 주제로 한다. 넓지 않아 30분 정도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원하면 박물관에 있는 해설사로부터 개항역사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지루한 박물관은 가라!

 

3전시실에는 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꾸며져 있어 사진 한 장, 추억으로 남기기 좋다. 특히 아이와 동행했다면 이러한 놀이공간을 활용하고 역사적인 설명을 적절히 곁들여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내자.

 

건축물 자체가 역사다

 

전시 유물 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에도 관심을 두자. 일본제1은행은 그 자체가 개항의 역사를 간직한 시 유형문화재다. 고풍스러운 르네상스풍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곳곳에 자욱이 배인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좇아보자.

 

 

 

Tip 개항장 문화지구

중구에 가면 역사가 보인다

 

인천개항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중구 중앙동 거리는 인천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의 물결이 인 곳이다. 당시 일본제1은행을 비롯해 제18은행, 58은행 등이 세워져 금융가를 이루고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비롯한 서구식 건물들이 속속 들어섰다. 현 중구청 건물이 있던 인천부청사를 중심으로 관청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의미 있는 근대식 건물들은 현재 역사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8은행을 개조해 지은 근대건축전시관은 근대건축물 90여 점을 시공간을 초월해 전시하고 있다. 답동성당, 인천우체국, 제물포구락부, 홍예문, 인천부청사 등 현존하는 근대건축물이 있으며, 지금은 사라진 존스턴별장, 영국·러시아·일본·청국 영사관, 인천해관 등도 한자리에 있다.

 

중구는 앞으로도 인천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과 같은 전시·문화시설을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에 조성해, 중구 일대를 개항장 문화벨트로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