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개발, 환상과 주민갈등 치유부터
仁川愛/인천이야기
2010-12-16 12:13:50
배다리 개발, 환상과 주민갈등 치유부터
[릴레이 컬럼] 신현무 / 화가 · 인천도시재생사업지 온라인카페 운영자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이렇게 만들자" - 1
배다리 헌책방 골목.
2006년부터 인천시는 소위 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의 격차를 해소하고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시의 도시재생사업은 1거점(내항거점) 2축(경인고속도로, 경인전철)을 바탕으로 역세권과 고속도로 나들목 일대를 선정하였다. 이 지역은 하나같이 교통의 요지에 해당하는 구역이었다. 인천역주변, 동인천역세권을 거점으로 삼고 경인전철축에 해당하는 숭의운동장, 제물포역세권, 도화지구, 고속도로축에 해당하는 가정오거리, 가좌나들목주변, 도화나들목주변, 고속도로 종점주변 등을 대규모 광역개발할 목표를 세웠다. 시당국은 이 추진과정에서 전국 어디에서도 행하지 않는 공영개발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당국이 각 지역에 내건 조감도들은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어느 구역이건 중심광장과 고층의 쌍둥이 빌딩이 등장했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근대화 이후 100여 년에 이르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오간 데 없고 전면철거를 통한 새로운 신도시의 창조였다.
처음 개발구상이 발표됐을 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화려한 개발조감도를 보며 본인들이 그 속에 정주할 주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냉정한 개발의 허상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도시재생이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출발했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한 진정한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현재의 정주지가 갖고 있는 주거·생활 여건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 누구도 변화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여건에 만족하지 못하니 변화를 바라는 것이고 그 변화는 여러 가지 방향이 있을 것이다. 개발의 방향은 결코 천편일률적인 전면수용 전면철거로 완전한 새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더욱 그 만들어진 신도심이 기존 정주해온 주민들의 정착지가 되지 못한다면 이는 돈 많은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살던 터전을 내주는 것이다.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가 추진해온 이러한 재생사업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시세와는 다른 감정평가에 의한 보상책정. 이는 일반 부동산 거래 관행과는 다른 기준으로 책정된다. 또 차후 건설할 아파트의 분양가는 얼마인가? 보상받은 돈에 억대에 이를 금액을 보태야 재정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알게 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천시가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로 이루어져 그 사업을 추진할 재원마련이 문제였다. 재생사업이 본격 추진되던 2006년도 무렵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하던 시점이었고 그 무렵 전국적으로 유행한 PF공모에 의한 재원 마련이 시가 이 사업을 추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모험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결국 시가 계획한 것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설상가상 경제위기로 부동산 및 건설경기도 끝없는 침체기에 이르렀다. 시가 추진한 공영개발은 형식만 공영개발이지 재원마련 등 그 속사정은 민간개발과 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공영개발의 최대 문제점인 재산권 규제의 장기화로 주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공영개발에서는 아파트분양권을 주는 자격이 개발계획을 알린 날(지구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로부터 보상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소유·거주해야만" 주어진다. 결국 주민들은 장사가 안 돼도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직장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주거이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분양권이 승계되지 못하니 어느 누가 그 집을 사겠는가? 또 개발된다 하는데 어느 누가 빈 점포에 입점하려 하겠는가?
동인천재정비촉진지구 개발여건 현황 지도
이러한 공영개발의 맹점 속에 인천시당국은 개발과 관련한 각종 법규에 대해 무지함도 드러내 결국 법을 고쳐가면서 사업을 진행하였고(이주대책용 아파트 1회 전매, 도시개발법상의 나지비율, SPC사업시의 이주대책문제 등), 이것은 현재는 더더욱 불가능해진 재원마련과 더불어 사업을 장기지연시킨 요인이 되었다. 전국 어디에서도 행하지 않은 광포한 개발방식을 적용하여 인천시민은 그 새로운 개발방식의 실험대상으로 전락해버렸고 지역의 슬럼화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30년간 행해온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인천에선 212개에 달하며 민간 재개발방식의 지역은 공영개발과 달리 이런 재산권 규제가 없으니 사업이 진행되건 말건 오히려 행복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인천시가 이처럼 무모하게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의 모순은 드디어 폭발해 각지의 주민들은 재생사업을 반대하는 대책활동을 전개하였고 그것은 사업진행의 법적요건을 저지하기 위한 공청회 저지로 나타났다. 그 결과 도시재생사업지구 중 제물포, 가좌, 동인천 공청회가 2009년 하반기에 주민반발로 연이어 무산되었고, 마침내 안상수 전 시장은 갑작스럽게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반대가 많은 제물포, 인천역, 가좌지구에 대해 구역지정을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명목은 주민반대라지만 사실상 재원조달 실패와 시당국이 그렸던 사업의 무모성을 인정하고 사업을 무책임하게 포기한 것이니, 이는 즉각적인 도시재생국 해체로 입증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미 몇 년 전부터 산업도로로 인해 마을이 두 동강 난 배다리 지역을 품고 있는 동인천지구의 경우 전수조사 때 주민들의 찬성 비율이 높았다. 시당국이 솔직하게 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그 명분을 주민들이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애초 무리한 사업에 대한 환상을 품은 주민들보다는 정치인과 공무원 세계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주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사실을 터놓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결국 동인천지구는 언제 재원이 마련돼 찬성한 주민들이 바라는 보상이 이루어질지 기약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배다리 사거리 주변
이미 보상금이 지급되거나 지급중인 가정오거리와 도화지구를 보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조6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하루이자만 80억 원에 달하는 가정오거리는 좌초되어 있고, 수년간 보상지연으로 고통이 극에 달한 도화지구 역시 사업을 진행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 동인천지구의 보상비는 7,700억 원, 이후 사업비는 2조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이른다. 어디 그뿐인가. 시당국이 그토록 믿었던 재정비촉진지구 기반시설 국비지원 역시 정부에서 준비한 총자금은 불과 120억 원으로, 인천시가 동인천지구 몫으로 신청한 1,014억에는 터무니없는 불과 2억이라는 '푼돈'만 배정받았을 뿐이다. 이러한 안개 같은 상황 속에 동인천지구는 배다리, 만석·화수, 송현동 지역의 개발 찬·반 또는 재산권을 규제하지 않는 민영개발 민원 등으로 지금도 주민간 갈등, 시-주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주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변화를 바란다는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주민들이 바라는 변화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모든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주민을 교체하는 것만이 변화인가? 주민들이 바라는 변화에 대한 욕구를 아파트나 신도시 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유도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사고야말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주민들이 바라는 변화 욕구는 소박한 것이다. 지금보다 나은 주거환경에서, 지금보다 나은 경제활동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빠른 지역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면서도 아무도 쫓겨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개발의 환상에 사로잡힌 개발찬성자들은 큰 보상을 받거나 나중에 받을 아파트 분양권에 큰 프리미엄이 생기는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러한 잘못된 환상에 기초한 정보를 순박한 주민들에게 무책임하게 유포하여 많은 주민들을 천박한 개발환상에 젖게 만든다. 최근 <PD수첩>을 비롯한 방송 언론 보도에서 전국적으로 전면철거 개발로 점점 더 슬럼지역으로 쫓겨나는 서민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필자가 피부로 느끼는 인천시민들은 그에 무감각한 듯하다. 인천시민 구성원들의 면면에는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한 농민·노동자, 서울·경기도의 지가에 밀려 내려온 서민 등 생활에 급급한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재개발구역 특성상 노년층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계가 있으리라. 그런 실정이 스스로 정주처에 자괴감을 갖게 하고 오죽하면 전면철거 개발찬성자 중에는 설사 쥐꼬리 보상이라 할지라도 동네를 떠나고 싶어 찬성하는 이들도 있겠는가.
개발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확산된 혼란의 와중에 발표된 <배다리일대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은 이 지역이 장기적인 재산권 피해와 슬럼화에 대한 가장 먼저 구원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배다리 일대는 역사문화지구로 발전시켜 인천의 명소가 되게 할 많은 자산을 가진 지역이다. 외지인이 찾아오기 좋은 전철역 근처에 위치하면서도 근대문화재와 자생적인 지역문화가 틀을 갖춘 구역이기 때문이다. 이 자산을 활용하면 가장 빠른 시기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배다리지역이다.
지금은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된 중구 차이나타운을 보자. 그곳은 애초 사업구상 당시 근대건축물이 불과 3~4개에 불과했다. 그것과 인천역을 연계하여 단기간에 성공한 전국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보완하고 지역 실정에 맞게 진행한다면 진정한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본다.
도시재생이란 기존에 있던 문화·건축물 등을 활용하여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인천시는 애초 잘못된 재생사업을 구상했고 그 구상으로 주민들에게 개발의 환상을 심어줬으나, 이제는 잘못된 구상으로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이제는 일을 저지른 자가 치유에도 앞장서야지 더 이상 주민들 사이에 찬·반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 치유의 시작은 현 인천시 전반의 재생사업 난맥상을 솔직하게 밝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동인천 재정비촉진사업이 과연 수년 내에 가능한 사업인지부터 솔직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개발의 환상에 사로잡힌 주민들에게도 인천시의 현 재정여건상 어느 정도 보상이 가능한지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더 나아가 배다리 역사·문화지구에 대한 조속한 비전 제시와 설명회를 통해 재생사업보다 더 주민들에게 실질적이며 가치 있는 사업임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동인천 재촉지구 및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에 대한 도시행정은 더 이상 전임자 실책에 귀속되는 일이 아니다. 도시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송영길 시장체제 아래 인천시 도시개발행정에 책임 있는 자세가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성패의 대전제이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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