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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는 잘못됐다

by 형과니 2023. 6. 15.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는 잘못됐다

仁川愛/인천이야기

2010-12-16 12:05:57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는 잘못됐다"

[릴레이 칼럼 ] 곽현숙 / 아벨서점 대표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란 1.2Km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6차선 도로로서, 동구를 횡단할 뿐만 아니라 송도와 청라를 연결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인천의 산업도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4년여의 시간 속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으며, 그러기에 지금의 도로개설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처음에 도로무효화를 주장한 일은 동구가 갖고 있는 역사성을 바로 볼 줄 모르는 도로행정 실태에 대한 반론을 편 것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반론을 펴는 이유는 아직도 다 닿지 않는 역사의식과 도로가 도로다움으로 바르지 못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배다리를 노상으로 관통시키려고 파헤쳐진 모습.

 

배다리는 근현대사 농경사회에서 도시산업화하는 시점에서 인천이 도시로서 발전해간 역사의 현장이며 인천시가 번성하면서 넓혀져 가는 과정을 거쳐서 이제 다시 인천의 중심 지역으로 된 곳입니다. 인천은 개항을 통해 발현된 도시로서 일제 수탈의 길을 따라 성장하였고 나라 산업발전의 길을 선도하였으며, 이제는 세계 속에 어깨를 겨루는 큰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인천(동구와 중구)에서 커서 전국으로 퍼지고 세계로 퍼져나간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절절한 가슴으로 이들을 길러낸 어미이자 인천인의 마음의 중심에는 늘 배다리가 있었습니다.

 

교육으로 정신을 밝혀가고, 크고 작은 공장들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산업의 터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분진을 마다않고 몸 노동의 수고를 천직처럼 사신 어른들의 땅이었으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해외에서 김구 선생이 고생할 때 배다리의 사랑방 구석구석에서는 청년들이 열찬 토론과 울분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이것을 증명하는 예로 이 나라 정신 속에 한 맥을 이루는 조봉암 선생의 선거 표밭이 바로 동구였다고 합니다. 함세덕, 박경리, 같은 대작가들도 한때 배다리에 살았듯이, 수많은 발걸음들이 회동하며 넓혀져 나간 교육과 산업과 상업, 그리고 정보가 교류되던 곳이기에 도시생태적 문화가 담겨 있는 땅입니다.

 

그러나 인천은 산업화 이후에 많은 공장과 회사들의 본사가 서울로 옮겨가면서 수익은 인천에서 내고 공장으로 인한 분진과 소음, 환경오염은 인천이 떠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번 돈과 세금은 서울에 흡수되고 간부들도 서울에 살면서 점차 쇠락해졌습니다. 하지만 서울을 위한 인천이고 우리의 모습이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나라가 잘 된다는데 하고 내내 참고 살아왔던 거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인천을 인천사람 스스로 비하하며 홀대하게 된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내가 사는 땅에 대한 가치관과 역사의식의 상실로 서울과 마주 서서 인천으로서의 당당한 품격을 이루기보다는, 이쯤이면 하며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인천의 역사인식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치욕의 일한강제병합 100년을 지나면서도 일본이 붙여놓은 지명들을 동 이름으로, 길 이름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일본이 저지른 러일전쟁에 대해서도 무지할 뿐입니다.

 

1940대에 만들어진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그 책에는 나라의 안녕과 삶의 지향성을 정신에서 놓지 않고 살았던 어른이 나라의 역경을 바라보면서도, "독립이요! 자주독립이요! 완전자주독립이요!"라고 나라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독립의 모양을 자주독립의 길로 이끌어낼 수 없다면, 완전한 자주적 인격의 나라로 갈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통한의 절규가 <백범일지>를 통해서 역사의 맥처럼 오늘도 청소년들에게 전하여지고 있습니다.

 

일한강제병합 100! 세계 제1을 수없이 일구어 내면서도 자랑스러움 한 자락에 우리는 아직도 자주독립에 이르지 못한 사실을 시인할 줄 아는 만큼 성장했습니다. 생각만으로 다 할 수 없으며 의식이 무르익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하면서 사방으로 밝아진 이때에 다시 백범 선생의 말씀으로 돌아서서 수직으로 치달리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수평으로 단단하게 균형을 잡을까 하는 고민에 힘들여야 할 시절입니다. 우리 속에 아직도 만연한, 높이 올라서서 누르며 지배하려는 허상의 권력과 거기에 굴복당하는 열등감과 참된 이익을 망각하는 자본의 도착증에서도 재빠르게 벗어날 때 세계 제일이 많은 자랑스런 이 나라가 비로소 제대로 품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높아가려는 생각들이 조금씩 품을 찾아서 바닥에 흐르는 진실한 역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천년을 살 것 같은 신뢰로 오늘을 살 수 있겠지요.

 

이러한 시각에서 배다리 관통도로를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지금 동구에 만들어가는 인천의 남북간 소통을 위한 고속화 산업도로는 1.2Km의 도로로서, 고가로 기획했던 것을 지상으로 바꾸어갔고 이젠 400m 정도는 지하도로로 건설하겠다고 인천시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어가는 것 같지만 4구간인 중구에서 동구로 진입하는 철로 아래 잘못 만들어진 터널과 지형상 국도와 우각로를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땜방식으로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배다리 사람들(주민들과 시민들과 배다리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는 모든 사람들)의 대표로 도로무효화대책위는 시와 대화를 해나가면서 도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중요한 도로이기에 신흥로터리부터 동국제강 앞까지 완전 지하화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인천시는 아주 잘 아는 사실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에서 여러 이야기를 통해 이 도로가 가벼운 도로처럼 말했으나, 다시 시행하려는 지금 현재는 6차선으로 건설해야만 하는 산업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의 현재 설계된 모양은 200m 평지, 400m 지하도로이며 지하에서 나온 도로는 금곡로를 훼손하고 송림로에서 신호로 교통체증을 유발하게 되며, 수도국산 언덕을 올라 터널을 넘어, 다시 산 밑으로 동국제강 길에서 고가를 타고 내려서는 누더기 도로가 됩니다.

 

안상수 전임 시장이 배다리역사마을의 중요성과 도로의 설계변화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을 때, 완전 지하화를 하지 않고서는 이 도로는 누더기 도로가 될 것이며, 이는 우리시대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사적 증표가 될 것이라고 편지글로 민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천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돈이 문제라 했습니다. 해놓은 시설들은 어떻게 하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열악한 동구의 한 구석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요긴한 땅이 새로 생기는 만큼 현재 들어간 돈을 뽑고도 남을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동구를 문화로 바라보는 데 쓰일 땅으로는 더 없이 족합니다. 인천시에서는 공장의 분진과 소음 속에서 견디어온 동구에 이렇다 하게 돈을 쓴 일이 크게 없었습니다. 땅 한 평도 그냥 놀리지 않는 동구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는 인천시가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아주 중요한 도로로서, 사용의 용량으로 보나 어느 면으로 봐도 확실하게 지하로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해내야 됩니다. 왜냐하면 이제 다시 인천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첫 사업으로, 이 도로를 도로답게 반듯하게 만들어 나가면서 정리하며 생각을 넓혀나갈 중요한 우리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고로 바르게 엉터리 도로행정의 치욕을 벗겨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를 사시로 빼끔 하게 바라보는 일본의 비웃음에 대한 열등감을 한꺼풀도 벗겨내지 못하고 후세에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급하게 달려오면서 잘못된 것들을 나라를 찾아가는 길처럼 다시 애쓰며 하나하나 여미어나가야 합니다. 진정한 멋이 무엇인지 점점 알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과 사회의 수준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구석구석 해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요즈음 인천의 어른들께서 말씀들 하십니다. 인천에 살면 인천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라고 하십니다. 어렵더라도 우리는 어른들 말씀에 따라 어진내가 받아들이는 황해의 물결을 다스려 가야 할 나라의 중요한 자리에 살고 있습니다.

 

시대의 소리가 나라와 나라의 시비소동이 만만치 않은 시대이지요. 당쟁에 취해 의식을 잃어 무엇을 잃는 줄도 모르는 사극처럼 그래지지는 않겠지만,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 아닌 것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파오는 가슴이 있어 이야기합니다. 이 아픔이 하나의 아픔이겠습니까, 살고 살아간 소리를 땅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데서 오는 아픔들이 아니겠습니까!

 

문화는 내 것들을 앞에 닥쳐온 환경에서 소중하게 가꾸고 지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성숙하며, 과거와 미래를 밝게 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지혜의 포문이 열려가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는 인천의 남북을 소통하는 중요한 도로입니다. 누덕누덕 기운 도로처럼 해버리려는 생각을 버리고, 인천의 중심이 될 도로를 초석을 다지는 마음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천 사람들입니다. 진실로 힘쓸 때에 말없이 힘쓰던 어진내의 얼이 깃든 사람들임을 바로 상기해야 할 우리의 시간입니다. 인천시가 돈이 부족하다면 나라 차원에서라도 반듯한 지하도로로 해야 할 것입니다.

 

모두 다 아는 사실을 왜 굳이 말하고 또 말 할까요? 이제는 아는 것을 몸으로 흥겹게 살아내 볼 만한 시대라고, 인천의 배다리는 우리가 다시 살아내야 할 역사라고, 그 바탕엔 구도시 동구와 중구를 지나는 산업도로는 반듯한 지하 도로로 만들어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어진내가 사는 배다리가 나와 우리 모두에게 천명처럼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