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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삼청동과 차이나타운

by 형과니 2023. 6. 7.

삼청동과 차이나타운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10-01-31 14:53:43

 

http://www.haeban.org/zbxe/2915

2008.07.26 13:08:18

 

삼청동과 차이나타운

김 보 섭 사진작가

 

자유공원 아래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겹고 아담했던 중국교회를 부수는가 하면, 청관과 자유공원이 연결되는 길목에는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 주택 등의 볼썽사나운 시멘트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색깔은 또 어떤가? 중국풍으로 새로 지은 북성동 동사무소나 인근의 여관, 상점들의 색은 온통 뻘겋고 노란 것의 일색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개발이라는 것일까? 차이나타운을 아름답게 변모시킬 수 없다면 차라리 건드리지나 말지, 한번 부수면 문화라든가 역사의 모습들은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과 함께 답답한 마음이 든다.

 

현재 중구청에서는 차이나타운을 관광명소로 다듬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 역시 차이나타운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곳의 차이나타운을 눈여겨보고 다녔다. 뉴욕, 밴쿠버, 요코하마. 등의 차이나타운은 원색으로 치장하지 않았어도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에 관심을 가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밴쿠버의 차이나타운은 로 나누어져있어 구 차이나타운은 본래의 생활공간, 신 차이나타운은 상업성을 띤 공간으로 차별화 되어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리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그런 것들을 보고 오긴 했어도 막상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접목시킬 아무것도 떠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친구의 전시회를 보러 삼청동엘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비로소 인천 차이나타운 개발의 비전을 보게 된 것이다.

 

부수지 않고 옛 모습을 간직한 거리에는 격조 있는 갤러리와 박물관 등이 있고, 오래 된 기와지붕을 이고 있는 우리 인형연구소와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 아트 숍들 속에 너무 튀지 않는 카페와 책방, 방앗간, 등이 무리 없이 어우러져 있었다. 몇 십 년 역사를 가진 음식점 중 단팥죽으로 유명한 서울에서 둘째로 잘 하는 집이란 곳은 일본에서 인터뷰를 해 갈 정도로 오래된 것의 가치를 유지하고 살려나가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그곳이 옛것만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재즈 카페도 있고, 이태리 식당도 있고,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서구적인 카페도 있다. 요는 그 곳의 변모가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이 아니라 옛것은 살리면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전통의 재창조를 염두에 둔 개발이라는 데에 중점이 있는 것이다.

 

세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삼청동을 위시한 북촌 일대의 개발도 여러 해를 거쳐 여러 가지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곳의 개발은 2004년에 대한 향수와 세계적인 것 속에서 돋보이는 우리들만의 전통들이 어우러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가 그곳에 가서 문화와 향수와 휴식, 나아가서는 예술적인 갈증도 해소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 된 것이다. 그런 곳은 일부러 유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관광명소가 되어 외국인의 발길을 끄는 곳이 될 것이다.

 

우리 인천의 차이나 타운 개발도 서울의 삼청동을 위시해 북촌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허물고 부수고 새로 짓는 것보다 옛것을 살리면서 개조해 나간다면 나름대로 역사를 간직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더 나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이 되어 관광명소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것이다.

 

명색이 차이나타운이라면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배어있는 곳이어야 할 텐데, 삶의 때가 묻어있는 곳은 없애버리고, 장난감 나라처럼 새로 만들고 색칠한 건물에 인형을 집어넣듯 중국인들을 들어가 살게 하는 식이라면 그것은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송도에 새로운 차이나타운이 생긴다고 하니 차라리 그곳을 사업성에 초첨을 맞춘 신 차이나타운이 되게 하고 이곳 자유공원 아래의 차이나타운은 구 차이나타운이 되어 옛것의 역사를 살려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길가 건물들의 고도를 낮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예전의 자유공원의 라인을 살릴 수 있다.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중구청 부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유공원이 눈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 유럽의 유서 깊은 어느 관광지엘 가더라도 새롭게 고층건물을 올린 흔적은 없다. 삼청동의 어느 곳도 높은 건물은 없다. 길가의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이거나 이층이다. 하모니(조화)를 필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구 차이나타운의 집주인들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생활을 위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조건 부수거나, 새 건물을 높이지어 올린다면 자유공원이나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은 인천 냄새와 중국 동네의 냄새를 영원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관광명소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인 가치는 당장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역사가 있는 문화의 가치는 시기가 늦더라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지금 코앞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더 확대된 고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문화를 죽게 만들고, 그것은 점점 지역적인 가치를 떨어트려 우려하는 땅값의 하락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문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유공원, 혹은 차이나타운 일대에는 <풍미>, <자금성>, <태화원>, <중국 공예품집>, <중국 찻집> 등도 있고, <수원집>, <민주점>, <흐르는 물>, <아침바다>, <파랑돌>, <본가우동> 등 문화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오래된 집들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각자 개성이 있고,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가진 가게들이 저마다의 세월을 간직하고 한 자리에 있어 준다면, 또 그러한 곳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자연적으로 자유공원 일대는 옛것을 살리면서도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되어 타지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예술인촌을 만들 계획이라는 창고를 무대로 만들어 라이브 공연이나 영화, 연극을 관람할 수 있게 한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만일 문화를 죽이지 않고는 변형시킬 수 없다면 차라리 손을 대지 말고 있는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낫다.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