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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관광,가볼만한곳

세어도 - 멀리 머물던 섬 가까이 파고 들다.

by 형과니 2023. 6. 22.

세어도 - 멀리 머물던 섬 가까이 파고 들다.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11-12-23 13:30:24

 

멀리 머물던 섬

가까이 파고들다

 

가까이 있어도 닿을 듯 말 듯 그립고 아련했던 섬 세어도. 그 섬이 세상을 향해 품을 활짝 열었다. 정서진 선착장이 생기면서 한 시간을 돌아가던 뱃길이 단 오 분으로 가까워진 것이다. 서쪽 바다 한편에 머물러 있던 그 섬이, 새 바닷길 따라 마음으로 가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홍승훈 자유사진가

 

한 시간 돌아가던 섬, 오 분 만에

 

서쪽에서 멀리 머물다는 뜻을 지닌 서유(西留)’에서 비롯된 세루섬으로 불리던 세어도(細於島). 서구 본토에서 불과 1.2킬로미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쉬 닿을 수 없었다. 서구에 선착장이 없어 동구 만석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여를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섬과 세상을 잇는 건 하루 두 번 간헐적으로 운항하는 행정선 뿐. 그렇게 섬은 낙도 아닌 낙도로 서쪽 바다 한편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 섬이 세상을 향해 품을 활짝 열었다. 서구 오류동에 정서진 선착장이 생기면서 한 시간을 돌아서 가던 뱃길이 단 오 분으로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섬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아직 쉽지 않다. 선착장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있어 섬으로 가려면 군부대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초 경인아라뱃길이 개통하고 해경이 주둔하면 자유롭게 섬을 오갈 수 있으리라 보인다.

 

강화 남단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그 끝자락에 정서진 선착장이 나온다. 입구에 출입항통제사무소가 버티고 있고 바다와 길 사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긴장감이 흐른다. 그래서일까, 바닷길이 시작되는 선착장으로 가는 240미터의 다리가 유독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섬은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이서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농어 코고는 소리 들리던 그 바다

 

행정선 정서진호에 몸을 싣는다. 배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창밖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물결치고 그 위에 섬들이 꿈꾸듯 잠겨 있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물결 위를 가로지르던 배가 벌써 섬에 다다랐다.

 

선착장에 내려 언덕을 오르자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섬마을이 펼쳐진다. 총면적 528, 둘레가 1천 걸음에도 못 미치는 이 섬에는 27가구 37명이 오롯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섬도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곡선이 기항해서 한참 경기가 좋았던 구한말까지는 80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바지락, 송어, 농어가 풍년을 이뤘고 농어철이면 농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어텃밭을 이뤘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영종도 땅이 개발되고 바다 위로 다리가 놓이면서 갯벌과 바다는 황폐해졌다.

 

지난 2007년에는 어촌체험마을을 조성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지만, 그것도 한때 이내 흐지부지됐다. 편리함이 익숙한 이들에게 그 흔한 구멍가게조차 없이 가진 것이라곤 자연뿐인 섬은 아직 낯선 존재였다. 그렇게 섬은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또 다시 멀어져갔다.

 

새 바닷길 따라 사람들이 모이길

 

서구 원창동 365-1, 세어도는 행정구역상 어엿한 도시 주소를 갖고 있지만 지난 20073월에서야 전기가 들어왔다. 인천에서 전깃불이 가장 늦게 들어 온 오지. 아이들은 어른이 된 후 육지로 떠났고 섬에서 유일한 초등학교도 사라졌다. 주민들은 그렇게 잊혀져 가던 섬을 새로 지은 선착장이 세상과 가까이 이어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려니 섬으로 오가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어. 그러다보니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고 이제 노인네들밖에 안 남았지. 가까운데 선착장이 생겼으니 예전처럼 젊은이들이 섬으로 많이 들어와 살았으면 좋겠어. 이 정도면 출퇴근도 할 수 있는 거리잖아.” 세어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 온 최영식(73) 할아버지는 자식들 다 뭍으로 보내고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예전처럼 섬에 젊은이들이 넘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며 감회에 젖었다.

 

새 선착장 덕에 어업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도 크다. 섬사람들은 주로 인근에서 농어와 새우를 잡는데 마땅히 팔 곳이 없어서 멀리 강화 황산도까지 나가야만 했다. 그들은 새로운 선착장이 생겼으니 그 근처에서 장을 열면 좋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까이 있어도 닿을 듯 말 듯 그립고 아련했던 섬. 낙도 아닌 낙도로 세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진 그 섬이, 새 바닷길 따라 마음으로 가까이 가까이 파고들고 있다.

 

 

그 섬에 가려면

 

정서진선착장에서 행정선 정서진호를 탄다. 섬까지 10분이 채 안 걸린다. 현재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나, 이달 경인아라뱃길이 열리고 선착장에 해경이 주둔하면 출입을 자유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만석부두에서 행정선을 타고 가도 된다. 이렇게 가면 섬까지 40분 남짓 걸린다. 배는 바다 상황에 따라 하루 두세 번 운항하며, 미리 서구청이나 정서진호 선장에게 문의해야 한다. 서구청 560-4161, 정서진호 선장 831-1202

 

해돋이는 정동진, 해넘이는 정서진

 

강원도 강릉에 정동진(正東津), 전라남도 장흥에 정남진(正南津)이 있다면 인천에는 정서진(正西津)이 있다. 서구는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인근을 정서진으로 지정하고 이 일대를 낙조 관광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정서진 일대에는 워터프론트, 전망대, 수변카페 등을 조성하고 인근의 세어도, 녹청자사료관, 검단선사박물관 등과 연계해 테마관광지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달 경인아라뱃길이 열리면서 세어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취항한다. 경인아라뱃길~세어도 노선은 연중 12회 왕복운항하며 정서진호와 함께 주민의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