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들으며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7-07 12:10:44
부용사 : 1930년 승려 만성이 지은 작은 사찰로 인천에서 최초의 비구 선원이며 6.25 전쟁당시 넘쳐나는 피난민에게 쉴 곳을 제공하고 전쟁이후 부모잃은 고아들을 품어 주었던 수봉산을 닮은 따뜻한 사찰이며, 도심 속에 있어서 시민에게 친근하고 누구나 쉽게 찾고 있는 사찰이다.
종소리 들으며
최 경섭
X마스 무렵,
얼마 안 있어 해가 바뀐다는데. 오늘은 한 차례 눈이 내렸다. 그리곤 바람이 분다. 다시 볕이 들었다.
수봉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한 여인이 길을 물었다. '백련정사' 가는 길을 물었다. '부용암'도 '연화사'도 아닌 '백련정사' 가는 길을 물었다. 연꽃을 또 부용이라고도 했다던데...
밤을 새지 않아도 이 해는 가는 것, 새해는 별것이랴. 종소리 소리소리 해가 바뀐다. 앉아서도 서서도 깨어서도 잠들고도 세월은 가는 것, 종소리 소리소리 해가 바뀐다. 은은히 들려오는 반야심경 한 구절...
천상의 종소리. 저승의 종소리...
에밀레의 종소리. 월정사의 종소리...
노틀담의 종소리. 부룩필드의 종소리...
쇠로 만든 북의 소리... 쇠북소리 뎅뎅뎅, 그 쇠북소리에
세월을 싣고, 인생을 싣고, 쇠북소리 들으면 바다속 같다.
이 세상 모두모두 바다 속 같다. 은은히 들려오는 소리 무늬.. 물결무늬
그 바다 속에 모닥불 . 화톳불 활활 피우고, 짐짓 고즈넉 이 밤을 새자.
...본심. 본연. 늠연(凜然). 의연
<종소리 들으며, 1983>
# 사족
2006년 인천문인협회에서 주관한 5월 시낭송회에서 사용한 '시 읽는 인천, 시로 쓴 인천' 이라는 자그만 시집의 끄트머리에 있는 詩이다. 기실 일제강점기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인천에서 시를 쓰고 읽는 대상은 주로 인천항,신포동과 자유공원 제물포와 경인선인데 반해 이 시는 의외로 수봉산과 산이 품은 조그만 절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것에 마음이 동하였다.
한 해를 보내는 시인의 의중은 차치하고서라도 근 50년간 내가 살고 있는 수봉산 자락의 詩라서 눈에 띄었고 관심과 애정이 쏠린다. 3년 전 이 권형이라는 가수가 수봉공원을 노래한 이후 발견한 오랜만의 수봉산에 관한 이야기라 더 그렇다. 안타깝지만 '백련정사'도 그렇고 '연화사'도 거의 방문하지 못한 아주 지근거리의 장소이다.
오래전 순애 누나의 집이 도화초등학교 바로 뒤라서 몇 달간 성가대 발표회 연습이 끝나고 데려다줄 때 스쳐 지나고는 가 보질 않았는데 일부러 찾아 가 보기 전에는 나의 주된 이동거리 밖에 있고 굳이 찾을 관심을 끌만한 곳이 아니라 그랬겠다. 그래도 수봉산 자락에 살고 있고 수봉산에 대한 시와 노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내게는 마음의 위안이 되고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인천의문화 > 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인상화 印象畵 - 정지용 (0) | 2023.07.05 |
---|---|
[포토에세이] 송림동 사라진 풍경의 기록 (0) | 2023.07.05 |
반성 16 (0) | 2023.07.05 |
月 尾 島 - 麟 兒 (0) | 2023.07.05 |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 A.H 새비지 랜도어 (0) | 202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