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근처 - 京洞近處 최 승렬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9-05 15:09:05
경동근처 - 京洞近處
- 최승렬
어느 겨울의 오후라도 좋고
찻집 창변의 사보텐이라도 좋다.
수다스런 백화점 쇼 윈도우에
떨어지는 성 베드로의 종.
여운이 남긴 크낙한 여백에
얼굴들이 부고(訃告)처럼 비애를 심어 간다.
지붕 너머 회은색 바다가 점멸하는 동안
어쩌라는 것인가 붉은 시그널!
네거리는 지금 마악 황혼을 헐어 벽을 쌓고
군중의 밀림 속 무성한 고독이
돛 내린 범선처럼 집결한 기항지.
먼지같이 자욱한 훤소(喧騷)가
삼엄한 적막을 합창하는 거리거리
경결(硬結)한 공기는 지금 지층보다 무겁다.
이런 때 어찌 시계는 태연히 돌고 있는 것일까.
눈이라도 펑펑 내려야겠다.
인천에 살면서 생전 그가 걷기 좋아했던 거리--경동 거리가 잔뜩 찌푸려 있다. 눈이라도 내려야겠다. 거구에 고보(高堡)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를 시인으로 기억하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 시인 김 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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