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도에서, 인천 ,운수 좋은 날, 강다방 / 송 서해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2-18 01:34:40
용유도에서, 인천 ,운수 좋은 날, 강다방 / 송 서해
용유도에서
아아
달맞이꽃을 좋아하기로 하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
강원도에선 기생꽃이라는데
나는 달맞이꽃이 더 좋아
야영 천막 가에 피어나던 달맞이꽃
인천
만석동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제침에서는 바늘을 만들고
그래서 버스 칸에 바늘 파는 아저씨
하인천 한국판유리에서는 모래로 유리를
만든다지 뭡니까 유리도 녹으면 물이 되지요
무엇보다도 인천에 성냥공장 성냥 만드는 아가씨
군대 시절 군가처럼 불러대던 상스런 노래에는
덴마크 안데르센 동화처럼 가난한 삶이 있구요
사람들은 모두 검소하게 살다보니 짠물이란
별명이 생겼지요 그래도 본데 마음은 착한 사람들
운수 좋은 날
나는 마누라한테 돈 벌어 오라고 쫓겨나서 마누라가 도망간 그래서 다정한 친구 김와룡네 집에 갔다. 만석동 판잣집 이층 자취방 그는 라면을 끓이기도 싫다구 날로 먹으며 그나마 막걸리로 끼니를 때웠는데 술 먹은 기운에 그는 잘도 잔다. 나는 너무나 추워서 잠도 못 자구 벌벌 떨고 있는데 어디선가 생쥐 한 마리가 나와서 나를 비웃는 눈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새벽 다섯 시쯤 되자 도저히 못 참겠어서 밖으로 나와 벌써 그때부터 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한 아무 버스나 올라탔다. 주안으로 숭의동으로 가좌동으로 부평으로 송림동으 로 하인천으로 독쟁이로 마구 갈아타며 돌아다니다보니 하늘이 붉게 물들며 드디어 먼동이 텄다. 나는 벽에 기대어 햇빛을 쪼였다. 햇빛 그 얼마나 좋은 것이냐. 생선장수 아줌마랑 어린 학생들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어디론지 가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내린 곳은 연안부두 벌써 인부들이 모닥불을 크게 놓고 있었다. 양반이 아니라서 곁불을 쬐구 된장국 백반을 사먹었습죠. 나무가 커야 그늘이 있구 모닥불을 크게 놓아야 상놈도 불을 쩐다. 내가 마누라를 돈 벌어 오라고 쫓아낸 날 운수 좋은 날.
강다방
삼류문인들이 모이는 창영동에 조용한 다방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요즘 시를 쓰느라고 머리가 빠진다.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도 빨리 등단합시다.
또한 명이 말했다.
이번에는 다섯 편씩 씁시다.
그래도 세상에 문인들이 있기는 있나 봅니다.
오 헨리나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에
나옴직한 분위기의 조용한 다방
- 『로빈슨 크루소』 중에서
송 서해(宋西海, 본명 泳柏)(1948-1993)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출생. 서울고등학교 졸업, 인하대학교 수료,
내항동인, 1986 시집 『회색빛 바다」, 1989 시집 『로빈슨 크루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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