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의 사기극에 날려 버린 해운회사의 꿈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18 13:58:55
일인의 사기극에 날려 버린 해운회사의 꿈
주한 미국 공사였던 알렌(Horace N. Allen)은 “조선 사람들은 남을 믿는 성품이 있다. 그들은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말을 꾸며 상대를 속이려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진실을 털어놓기 좋아한다”고 평했다.
한 조선인이 간교한 일본인의 사기극에 넘어가 제물포-일본 간 첫 항로 개설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일화 속에서 이런 촌평을 내린 것이다.이야기 속에서 알렌은 이 사기극의 희생자를 자신이 “잘 아는 조선인 친구”라고 한 것으로 보아 제물포의 큰 상인이거나 진신(縉紳)이었을 터인데, 그런 사람이 그만 일본인 사기꾼에게 홀랑 당하고 만 것이다
알렌이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긴 것은 그의 표현대로 “동양에서도 그토록 유명한 그 일본인” 사기꾼에 대해 전혀 캄캄했던 조선 사람을 대비시킴으로써 당시 조선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상징적으로 비교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 조선인과 그의 동지들은 황금 노선인 한일간의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물주를 모집하고 다량의 자본금도 모금하였고 그들이 모금한 돈 12만 냥은 일본 돈 1200엔과 맞먹었다.
” 이 돈을 가지고 그 조선인은 배를 사기 위해 일본 나가사키로 간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아주 친절한 일본인을 하나 만난다. 그 일본인은 사업 이야기는 일체 함구한 채 그에게 극진한 향응만을 베풀면서 며칠을 보낸다. 이런 예비 공작이 끝나자 그 일본인 사기꾼은 외세의 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조선 스스로가 해운 사업을 벌여야 한다며 조선인을 부추긴다.
그리고는 자기 사촌이 훌륭한 대형 기선을 가지고 있는데, 병든 아버지의 간호 때문에 부득이 팔아 치워야 하며 대금은 바로 조선 사람이 가진 1200엔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배를 구경시킬 순서에 와서, 사기꾼은 조선인을 데리고 영국, 일본간을 왕래하는 반도동양기선운행상사의 대형 선박에 오른다.
배를 보고 아주 흡족해진 조선인은 이내 매매증서를 작성했고, 돈을 받아든 사기꾼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그 조선 사람은 배에 올라 제물포로 가라고 선장에게 명령했다. 이 귀찮은 조선 사람을 배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경찰의 봉사가 필요했다.
이리하여 그는 최초의 조선선박회사의 자본금을 날려 버리고 말았다.” 사납고 살벌한 바깥 세상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던,
조선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알렌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그러면서 이 희극의 주인공들인 조선인과 일본인의 이름을 알렌은 끝내 밝히지 않는다. 나름대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모른다. 사기극은 인천 개항 직후인 대략 일백이십 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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