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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낙섬 가던 길

by 형과니 2023. 3. 21.

낙섬 가던 길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20 04:21:26

 

낙섬 가던 길

 

 

지금은 이름마저 사라져 버린 섬 낙섬은 예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유원지였다. 레저 시설이 없던 시절 황량한 야산과의 사이에 소금밭을 일구느라 조성한 제방을 통해 시민이 바람을 쏘이러 나섰다. 염전 저수지는 수영장 구실을 했으며 낙섬 앞바다는 망둥이 낚시터요 싸리나무가 알맞게 우거진 제방은 산책로였다.

 

이 제방은 숭의동 능안 삼거리-제일제당 앞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의 철도 건널목이 해변이어서 그 밖은 바다였으며 배가 닿는 작은 포구였다. 그곳에 가까운 섬에서 실어온 땔감 나무와 온돌방용 구들을 거래하는 시장이 섰었다. 일대가 완전히 매립되어 지금은 위치조차 분간하기 힘들게 되었지만 한전지점 정문 앞을 흐르는 하수구 제방이 예전의 염전둑과 비슷한 자리였으리라는 짐작이다.

 

그런데 낙섬가는 길은 이미 숭의동 독갑다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 순댓국집들이 있는 삼거리 지점이다. 여기저기서 모여든 낚싯대를 든 어른 아이들이 줄을 지어 낙섬 제방으로 향하고 길가에는 낚시도구와 갯지렁이를 파는 가게가 몰려 있었다. 갯지렁이는 갯벌에서도 직접 잡았다. 제방 건너편 제일제당 위치의 갯고랑에서였다.

 

낙섬 역시 지금 어림잡기가 힘들다. 송도로 향하는 해안도로와 연안부두쪽으로 나가는 교차로 부근일텐데 몇년전만 해도 빈터이더니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연전 그자리에 남구청에서 낙섬 터를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겠다고 했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언제부터 능안삼거리라 불렀던지. 그곳을 철로가 가로질러 지나가느라 때때로 교통정체가 극심하다고 하는데 그같은 형편은 진작부터 있었다. 인근의 경인고속도로 종점과 항만에서 나오는 대형차들로 체증을 이루고 하루에도 몇차례씩 통과하는 화물열차들이 길을 막아 더욱 혼잡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고가교를 가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삼거리여서 고가교를 놓기도 복잡하다.

 

아무리 도시발전을 하고 교통이 편리해졌다고 하더라도 예전에 장작을 실은 배가 닿고 가느다란 수인선이 지나던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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