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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계양산 봉일사지 삼층석탑

by 형과니 2023. 3. 21.

계양산 봉일사지 삼층석탑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22 11:20:48

 

무심한 바람을 안고 선 봉일사지 삼층석탑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 옛 절터를 찾아가는 길은 더욱더 운치를 더한다. 그곳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흰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아주는 어머니처럼 푸근한 탑이 서 있다. 탑은 3층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탑신부에 비해 기단부가 유난히 큰 것이 균형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 원래 5층탑이었던 것이 탑신부의 아래부분이 멸실되어 3층밖에 남아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탑의 이곳저곳은 깨어져 나가 추녀끝처럼 날렵한 옥계석은 아니지만 빗물방울을 매달고 선 모습은 옛 자태를 뽐내려는 듯하다.

 

계양산 남쪽 기슭 동편(현 경인여대과 백룡사 사이)에 있던 봉일사는 고려때 세워진 절로 아직도 정전, 요사터 등이 남아있고 주변에서 흙벽돌, 조선시대 자기 파편, 인동무늬 기와 등이 다수 출토된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꽤 아담한 절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봉일사 대웅전 앞에 서있던 이 석탑은 비록 절은 스러져 터만 남아있지만 그래도 제자리에 남아있는 몇 되지 않는 탑 중에 하나이다.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는 곳으로 고대 인도에서 성인의 유해를 화장하고 그 유골을봉안하던 스투파에서 비롯되었으며 불상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가장 중요한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초기에는 절이 만들어지고 탑이 생긴 것이 아니라 탑을 중심으로 사찰이 만들어졌다. 물론 봉일사 삼층석탑은 고려시대의 것이니 봉일사가 지어지고 나서 대웅전 앞뜰에 세워지고 여느 탑과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사리나 불경을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주말이면 계양산이 무너져 내릴 듯 많은 등산객이 오르내리지만 이곳에 고졸한 모습의 삼층석탑이 서 있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랜만에 석탑을 찾아온 이에게 그간의 서운함을 얘기하는 듯 그저 무심히 바라볼 뿐이다.

 

어느 사월 초파일날, 어머니를 따라 나선 아이는 불공보다는 절 주변에 흐드러진 꽃들이 좋아보여 뜰로 내려와서 법회가 끝난 후 있을 점심공양을 기다리며 석탑 주위를 맴돌았으리라. 그러다 지친 아이는 석탑에 기대어 잠이 들고 석탑은 어미라도 된 양 아이를 품었으리라. 예불은 끝나고 아이는 어미에게 돌아가고 어질러진 경내를 빗자루질 하던 동자승은 잠시 손을 멈추고 석탑에 피곤한 몸을 기대었으리라.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갠 하늘에는 한 점 바람이 지나고 추녀 끝에 달린 풍경소리에 놀라 얼른 속세로 돌아온다.

 

봉일사나 삼층석탑에 관하여는 문헌상으로 전하는 것이 딱히 없으니 짐작을 하는 수 밖에 없고 현재 우리 곁에 남아 쓸쓸한 마음을 안고 서 있는 삼층석탑을 한번쯤은 찾아보고 잊지 않고 있음을 알려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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