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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한국도선사협회 이귀복 회장

by 형과니 2023. 3. 21.

한국도선사협회 이귀복 회장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2-23 08:48:51

 

바다와 함께 항만 발전에 청춘 쏟아

항만을 움직이는 필수 가이드, 도선사의 활약

eNEWS 초대석 - 한국도선사협회 이귀복 회장

 

 

항구를 드나드는 배가 낭만적이거나 때론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커다란 덩치를 쥐락펴락하는 작은 몸짓이 있다. 거대한 구조물인 배를 항구에 안전하게 접안하거나 다시 항로로 인도하기 위해 전용 가이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뱃길을 안내하는 바다의 Pilot'으로도 불리는 도선사에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인천, 부산, 여수, 울산 등 11개의 항만에서 233명의 도선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인천 출신의 도선사로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이자 국제도선사협회 부회장을 맞고 있는 이귀복 회장을 만나 궁금한 사항을 들었다.

 

갑문을 비롯한 내항 전경

 

 

= 도선사가 하는 일과 근무조건 등을 소개한다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면허를 취득한 후 운하·강 등의 좁은 수역이나 항만에서 선박을 원활하게 조종, 항행 또는 접·이안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도선사라고 한다. 도선사가 되려면 다른 전문직종과 같이 단순히 특정분야의 지식을 열심히 습득한다고 해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선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원양을 항해하는 선박에서 3등항해사부터 시작하여 2등항해사·1등항해사를 거쳐 이후 5년 이상의 선장경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통 15~20년 정도의 세월을 가족과 떨어져 해상에서 생활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전세계 물동량의 95% 이상을 수송하는 해상운송에 오랫동안 종사한 해기사에게 50이 다 된 느즈막에 수여되는 훈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에는 모두 53명의 도선사들이 24군 체계로 일하고 있다. 9일 근무하고 5일간 쉰다.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돕는 것이 업무의 핵심이며 24시간 대기상태로 있으면서 언제든 현장에 투입되는 격무를 처리한다. 이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한겨울 한밤중에라도 도선을 해야 한다.

 

 

때문에 자신과 선박의 안전은 물론 일상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일과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도선사가 상당한 연봉이 보장되는 신이 내린 직업으로 생각하는데 다소 오해가 섞여 있는 선입견이다. 해양수산부 소속의 도선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모든 도선료가 투명하게 공개돼 각종 세금뿐만 아니라 도선료의 1/1000에 해당하는 수역이용료를 내고 있어 실질적으로 꿈의 직업만은 아니다.

 

 

= 다른 항에 비해 인천의 도선 환경은?

 

 

항로가 길어 더 힘들다. 많게는 5시간 정도 걸리는 구간도 있다. 겨울 북서풍과 강한 조류는 도선을 어렵게 한다. 특히 잦은 안개는 치명적이다. 내항으로 들어가려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갑문도 걸림돌이다. 때문에 인천항에서 도선하려는 지원자가 없다. 수도권항이라는 점은 장점이다.

 

 

= 인천대교 주경간 폭을 800m로 합의한 핵심적인 주역으로 당시를 회상한다면?

 

 

가장 처음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으로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도선사로서의 오랜 근무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천시 도선사협의회는 1,000m의 주경간 폭을 주장했고 건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서는 700m로 낮추려는 힘겨운 줄다리기가 있었다. 사태의 본질을 각계에 호소하며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정부기관과 싸우며 지역원로들이 단식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설 때는 고맙기도 하고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일본 전문가들도 700m로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으며 우리로서는 인천항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양보할 사안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주요 정부정책을 지역활동가, 전문가, 기관·단체가 뒤집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차츰 모양을 갖춰가는 인천대교를 바라보면 뿌듯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명물이 될 것이다.

 

배와 함께 청춘을 보내고 도선사로서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귀복 회장

 

 

= 항만 관계자로서 장기적이고 확고한 인천항 발전을 위한 전략과 비전은?

 

 

주로 화물이 들락이는 항만은 배들이 체선현상 없이 즉시 화물이나 승객을 처리하고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항만시설 확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인천항은 수심이 얕고 갑문이 있어 불리한 조건이다.

 

 

외항시대를 열어야 살길도 열린다. 신속한 선박도선과 입항, 순번에 의한 하역 등 시간낭비를 없애는 체계 마련이 급선무다. 본인은 현재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으로 있다. 항만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인천항만공사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도 이루어지고 있다.

 

 

= 항만을 통해 국가 경제의 현주소를 평가하면?

 

 

외국선원들이 한국경제에 대단히 놀라워한다.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 외국 선원들의 반응은 예전하고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도선 선박수, 90여개에 이르는 국제해운회사를 봐도 비약적인 발전이 증명된다. 물론 국내 항만들의 위상과 중요성이 함께 달라졌다.

 

 

= 세계무대에 맞서는 한국 항만의 경쟁력 강화, 항만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견?

 

 

일반 선원을 포함해 일선 전문인력의 수급이 심각한 상황이다. 장래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향후 20년 뒤 도선사들의 확충에도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빈약한 인력으로 유지되는 부실한 항만을 이용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선사와 화주들은 꺼려하기 십상이다. 항만관련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 관리하는 체계가 아쉽다. 국가 기간산업의 일환으로 해운산업 전반의 부실화를 예방해야 한다.

 

 

= 향후 조직차원의 계획이나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

 

 

도선의 질적 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 인적자원교육인 BRM(Bridge Resorce Management)을 개발, 도선현장에서 이용자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접수·처리하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평상시 도선사 연수교육의 개선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등한시했던 홍보활동에도 주력할 생각이다.

 

 

특히 후진양성과 사회기여 측면에서 장학사업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필요한 기금은 그간 우리가 지불했던 년간 5억원에 이르는 수역이용료에서 충당할 구상이다. 수역이용료는 도선사만 내는데 형평성이나 기타 세금에 대한 정의성을 따져 관계당국에 감면을 요청한 후 이를 대안으로 내놓을 것이다.

 

 

지금 국제도선사협회(IMPA)부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IMPA에는 현재 52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IMPA의 부회장 직책은 개인적인 영예를 떠나 한국도선사협회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일대 사건으로 그 의미가 크다. 2년의 임기동안 협회의 국제 활동을 강화할 것이며 그 하나로 2012IMPA 총회 한국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내놔도 손색없는 한국 항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