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찾는 남동공단유수지를 위해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3-23 11:40:31
철새가 찾는 남동공단유수지를 위해
<전문가 기고 - 박병상의 풀꽃세상>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은 천수만으로 탐조기행을 떠난다. 어김없이 방문해 군무를 하는 수십 만 마리의 가창오리만이 아니라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찾아온 온갖 겨울철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 하여 주민들은 환경단체와 연계, 철새 탐조행사를 성황리에 벌이니, 자연을 잘 보전하면 주민 소득증진에도 기여한다는 예를 보여주는 곳이라 하겠다.
왜 간월호에 철새가 몰릴까? 간월호가 생기면서 철새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일까? 환경이 좋아진 것일까? 먹이를 먹으며 쉴 수 있는 간월호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에게 낙원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수많은 철새가 간월호에 모이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간월호 이외에 깃들만한 장소를 주변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갯벌이 매립되면 갯벌에 도래하는 일부 종류의 오리와 도요새들은 먹이를 찾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쉴 곳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새로 생긴 호수에라도 터전을 잃은 철새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다. 새들이 넘칠수록 흐름이 거의 없는 호수의 생태 사정은 열악해진다. 도래하는 새들의 종류가 많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생태계가 좋아졌다고 착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종류는 단순해지고, 갯벌이 주는 만큼 결국에는 철새도 감소할 것이다.
최근 남동공단유수지의 활용을 놓고 토론회가 몇 차례 열렸다. 남동공단유수지에 백여 종의 야생조류가 찾아온다는 민간단체의 의견을 존중한 것일까?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처리한 후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개발할지, 찾아오는 철새를 위해 생태적으로 보전할지를 논의한 자리였는데, 개발보다 보전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그곳이 개발된다면 터전 잃은 철새들은 또 다시 구천을 떠돌아야 할 운명이다.
철새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남동공단유수지를 왜 찾을까. 깃들기 좋기 때문일 리 없다. 먼저 찾은 새들로 만원사례인 간월호에 내릴 수 없는 철새들에게 그것은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냄새가 진동하고 먹이도 부족하지만 인적이 드무니 쉬는데 지장이 없고, 아직 매립이 안 된 인근 갯벌에서 알량한 먹이라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동공단의 오폐수와 오니로 더럽혀진 유수지일망정 거기 아니라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겠다.
인천시는 송도신도시 주변에 철새를 유인해 관망할 장소를 만들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철새는 그들이 깃들 곳을 스스로 찾는다. 바로 남동공단유수지다. 그렇다면 시는 그 유수지를 가련한 철새에게 배려해야 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철새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탐조하고, 당국은 학생들의 자연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유수지 바닥의 오니는 당연히 제거해야겠지만, 철새의 눈높이에서 매우 세심하게 시간을 가지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오니를 준설하는 과정에서 오수 발생을 최대한 막는 것은 물론, 유수지 내에 오폐수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공단을 스쳐 스며드는 빗물도 유수지로 들어오기 전에 정화해주는 것이 좋다. 천수만으로 가던 시민들이 남동공단유수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알맞은 탐조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인천의 거의 유일한 철새도래지를 지속가능하게 보전해 물려주어야 하므로.
* 필자 박병상 님은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으로 계시며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소 '우리는 자연의 일부'라는 소신으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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