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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관광,가볼만한곳

포구기행

by 형과니 2023. 4. 6.

포구기행

仁川愛/만석부두 관련 스크랲

 

2007-04-04 14:59:20

 

포구기행

 

그래 어디든 가보는 거야

 

육지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포구. 4월의 포구는 어머니 품처럼 푸근하다. 갯골 따라 밀려오는 바다 바람에 봄이 실려 온다. 쓸쓸하고 고단한 인생이여, 인천의 포구를 순례하며 바다를 향해 기지개를 켜보자. 비릿한 바다 내음과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생명의 싱싱함을 얻게 될 것이다. 포구 근처에는 맛있는 밥집도 숨어있어 겨우내 잃었던 미각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시의 뒷간 똥마당북성포구

 

그곳의 시계는 모두 멈춘 듯 하다. 북성포구에 가면 2,30년 전 인천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포구는 마치 도시의 뒷간처럼 후미진 곳에 자리 잡은 채 바다 쪽으로 조그만 출구를 열어놓고 있다. 북성포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인천 땅에 탯줄을 묻은 사람일 게다. 게다가 그곳을 똥마당이라고 부른다면 왕년에 앞바다에서 개헤엄 좀 쳐본 사람일 것이다. ‘똥마당이란 이름은 그 옛날 인근 미군부대에서 이곳에 똥을 내다버렸다고 해서 불려졌다고도 하고 근처 피난민 동네의 노천변소 역할을 했다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만석고가도로 밑에서 만석3차 아파트 옆 바다 쪽으로 향하면 대원조선소가 나오는데 그 담장 골목길로 들어가면 믿겨지지 않는 곳에 포구가 자리잡고 있다. 포구로 나서자면 시장통 같은 횟집 골목부터 거쳐야 한다. 너댓 집 마주보고 있는 횟집들은 횟집이라기보다는 선술집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바닷쪽의 횟집들은 일종의 수상(水上)가옥으로 밀물 때는 마루바닥까지 바닷물이 찰랑거린다.

 

번듯한 접안시설 하나 없지만 북성포구는 30여척 어선들의 어엿한 안식처이다. 배 들어올 시간을 용케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닻을 채 내리기도 전에 갑판에 올라가 헐떡거리는 물고기를 즉석에서 흥정해서 산다. 몇 마리의 물고기는 그곳 횟집에서 바로 횟감이 된다. 4월이 되면 북성포구 일대는 쭈꾸미 볶는 냄새가 진동한다. ()만석고가교 밑에는 30년 전통의 할머니집을 비롯해 쭈꾸미 전문점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몇걸음 건너 가연’(773-9012)이라는 음식점을 찾으면 바지락쌈장이라는 별미를 맛볼 수 있다.

 

# 쪼그라 든 할머니 젖가슴화수부두

 

지금은 북항 개발 등으로 인한 매립으로 뱃길이 점점 좁아지고 부두마당이 찌부러지고 있는 쇠락한 포구, 화수부두. 그곳이 6, 70년대 우리나라의 3대 어항이었다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대우종합기계 뒤편에 있는 화수부두는 한때 연평도 조기잡이 배를 비롯해 옹진, 강화, 충청도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가득 실은 만선의 뱃고동이 울려 퍼지던 이름 난 포구였다.

 

수협공판장, 얼음공장, 어구상점, 식당 등이 즐비했고 부둣가에는 사람과 돈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지금은 소래포구에 그 명성을 빼앗겼지만 한동안 화수부두는 새우젓항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새우젓 배들이 입항하면 큰길까지 비릿한 난장이 서곤했다. 아직도 그곳에 가면 새우젓을 담았던 드럼통들이 녹슨 채 나뒹굴고 있다.

 

포구로서의 여백이 얼마 남아있지 않지만 아직도 몇 척의 어선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갈매기를 벗 삼아 물때 맞춰 바다로 나서고 있어 포구로서의 정취는 잃지 않고 있다. 기운 해처럼 황혼길에 접어 든 화수부두 곳곳에는 인천인들의 추억이 비린내 만큼이나 강렬하게 스며 있다. 부두 안쪽에는 서울식당’(772-4538)이라는 횟집이 망부석처럼 화수부두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데 이 집의 복요리는 상호에 걸맞게 서울까지 알려져 있을 만큼 맛이 좋다.

 

# 작약도 앞바다로 향한 쪽문만석부두

 

물이 넘친다는 뜻의 무네미라고 불렸던 만석부두는 이제 예전만큼 물이 넘실거리지 않는다. 한때 충청·전라·경상도 등 삼남지방에서 강화도 수로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가던 곡물을 만석이나 쌓아두던 곳이라 해서 만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는 이 부두에는 이제 쌀 몇 가마 쌓아 둘 땅뙈기조차 없다.

 

공장 담장 사이에 낀 기다란 골목 끝에 빼꼼히 열려 있는 바다가 전부다. 그래도 잔물결 찰랑거리는 부두 끝에 서면 그런대로 시야가 좋다. 무엇보다 작약도가 코앞에 들어온다. 지금은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작약도행 배가 예전에는 이곳에서 오고 갔다. 그만큼 작약도는 가까운 곳에 있다. 작약도는 대개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건너갈 때나 바라보게 되는데 만석부두에서 보는 그 작은 섬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봄이 되면 이곳은 월척을 꿈꾸는 강태공들로 북적거린다. 이제 만석부두는 어선들의 출입처라기보다는 낚시배 출항지로 유명하다. 만석부두 입구에는 ○○유선’ ‘△△낚시라는 간판이 즐비하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하루에 100여척의 낚시배가 1,000여명의 낚시꾼을 태우고 승봉도나 덕적도로 향한다. 부두 끄트머리에는 부두수산’(761-0620)이라는 횟집이 바다를 배경삼아 오롯이 서있다. 100% 자연산만 취급하는 이 집은 횟감이 없는 날은 아예 문을 닫아버려 식도락가들의 애를 태운다.

 

# 침묵처럼 속울음 우는 바다창후리포구

 

강화도 북쪽 끝은 갈매기 울음조차 조용하다. 섬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지친 나그네의 여정을 가로 막는다.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포구에서는 유배의 섬 교동도를 오고가는 카페리의 스크루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포구 위에 있는 무태돈대 석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니 아련하게 해조음이 들린다. 물이 들어오는 것이다. 소리없이 스며드는 서해의 해조음에는 바다의 침묵이 실려 온다. 북쪽 땅 임진강에서 내려온 물이 그 침묵을 더한다.

 

진달래가 피면 그 포구는 물고기 한 어종 때문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황복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탓이다. 황복 덕분에 창후리포구에는 서해횟집(933-7514) 등 크고 작은 횟집이 들어서며 황복회마을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황복회를 먹은 후 포구 앞에 있는 마라 쓴물 칼슘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황제가 무에 부러울쏘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 옹기종기 정겨운 어판장황산도포구

 

황산도는 마치 강화도에 젖물린 아기 같은 섬이다. 초지대교 왼편, 염하 바다에 접한 황산도 포구는 영화세트 같이 생긴 작은 포구이다. 탁자 두서너개가 놓여있는 조그만 횟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판장은 동네 가게처럼 친근감을 물씬 풍긴다. 어판장 가운데로 난 좁은 길에는 갖가지 횟감과 건어물들이 좌판에 진열돼 있어 포구의 정감을 한층 더 느끼게 한다.

 

 

Incheon@news/굿모닝 인천 편집위원 유동현 (batubatu@incheon.go.kr)

사진 _ 김성환 (자유사진가·koin1@inch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