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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배다리 '마을만들기'가 성공하려면?

by 형과니 2023. 6. 15.

배다리 '마을만들기'가 성공하려면?

仁川愛/인천이야기

2010-12-16 12:07:35

 

배다리 '마을만들기'가 성공하려면?

[릴레이 칼럼 ] 김혜영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차이나타운 확장을 추진 중인 중구.

 

2010년 초, 차이나타운 등 중구 일대가 '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공원 광장이 정비되었고, 제물포 구락부를 비롯한 여러 근대건축물에 야간 조명을 설치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인천항 개발과 '공화춘' 등 근대건축물 재건 및 복원, 인천아트플랫폼의 안정적 운영 등이 결합된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터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천시는 동인천역 북부일대에 대해서는 역사문화를 무시한 개발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 재정위기 와 주민들의 반발 등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여 금창동 일대를 '배다리 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할 것이라는 수정안을 발표한 상태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일련의 정책을 거의 일방적으로, 그리고 충분한 의견수렴 및 연구조사 없이 추진하고 있어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인천시는 '개항장 문화지구'와 구별되는 배다리 일대 '역사문화마을' 고유의 특징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제일 먼저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만약 새로운 정책이 또다시 소수 정책입안자들에 의해서 결정되어 버린다면, 기존 산업도로 건설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게 된다. 배다리 주민들이 반대한 것은 도로 건설 그 자체만이 아니다. 삶의 터전에 대한 주민들의 여러 '권리들'이 무시되는 비합리적 절차를 민주적인 과정으로 되살리고자 했던 것이다.

 

배다리 지역을 '역사문화마을'로 명명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라 생각된다. 사실상 '개항장 문화지구'를 포괄하는 중구, 남구 일대가 모두 역사·문화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항장 문화지구'에서도 왜 '문화'라는 개념이 꼭 들어가야 하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냥 '개항장 지구'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개념도 앞으로 '개항장 지구'와 잘 비교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공간적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1930년대 배다리 일대 모습.

 

배다리는 인천의 근대 생활사 또는 사회사적 측면에서 새롭게 재조명받아야 할 공간이다. 개항장 지구가 근대사에서 대외관계의 측면을 증언하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배다리 지역은 인천 고유의 민족적 문화와 독립운동, 노동운동 등의 저항적 문화가 발전한 공간이다. 따라서 물질적 유적보다도 비가시적인 역사적 자산이 더욱 많은 공간이며, 그런 만큼 문화적 유산들이 파괴될 수 있는 위험이 큰 공간이다. 이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가역사보존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과 같은 더욱 포괄적이고 구속력을 갖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다리에 있는 대표적 유적지인 '영화학교 본관동'1892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학교로서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39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건물은 초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거의 상실하여 볼품 없는 모습으로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최근에는 '영화학교 본관동' 바로 옆에 고층의 학교 건물을 신축하고 있어, 그 공사의 허가과정에 무리함은 없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향후 지역경관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무척 씁쓸한 일이다.

 

고층 건물로 인한 경관문제는 이미 많이 발견되고 있다. 배다리의 대표적 근대건축물인 창영초등학교 건물 역시 그 배후에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는 바람에 아주 초라한 건물로 되어버렸다. 앞으로 배다리 인근에 수많은 신축 고층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니 배다리 지역의 경관파괴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천시는 배다리 일대를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한 것에 자족하면서 협소한 관점에서 정책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거시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반 연관 정책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배다리의 문제는 비단 배다리 일대에 국한된 작은 이슈가 아니다. 배다리를 살리는 문제는 결국 인천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중구와 동구 일대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 하는 거시적이고 철학적인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최근 동구청 등 기초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니, 이와 관련된 정책을 준비하는 인천시와 구청 관계자, 그리고 지역 전문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인천에는 현대식 건물을 짓고 새롭게 꾸며야 하는 지역이 분명히 있다. 반면에 전면적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역사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지역도 있다. 개발지역과 보존지역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서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계획되어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미도 관광개발은 이러한 거시적 조화를 이루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 속에서 예산만 낭비하는 폐해를 반복하고 있다. 배다리를 역사문화지구로 결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은 배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가 더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역사문화마을 조성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