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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의 지구촌

땅이름과 애향심

by 형과니 2023. 11. 16.

땅이름과 애향심 / 신용석

 

개항과 함께 우리나라의 유수한 대도시로 성장한 인천은 다른 고장과는 다른 고유한 땅이름이 별로없는 고장이기도 하다 일제에 의한 자의반 타의반의 개항이전에는 갈대와 갯벌이 전부였던 자그마한 어촌이었던곳에 고유한 땅이름이 많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개항이전에도 버젓한 읍내규모를 갖고 있던 문학, 부평을 비롯하여 남동, 서곶등지와 이제는 인천광역시에 편입된 강화 등에는 옛부터 내려오던 지명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어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제는 구시가지라고 불리우게된 과거의 인천중심지역(현재의 중구동구.남구의 일부)은 일제치하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모두가 일본식 이름이 붙여지는 운명을 겪었다.

 

'싸리재' '긴담모퉁이' '배다리' '큰우물거리' '채미전 거리' '관통마당' '모래말' '수문통’ ‘괭이부리’ ‘숙골’ ‘쇠뿔고개' 와 같이 구도심 지역에도 주민들 사이에 친숙하게 통하던 땅이름이 있었지만 일제는 이같은 한국식 이름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일본식 이름으로 대체시켰던 것이다.

 

해방이 되고 난 후에도 '싸리재' '배다리’ ‘수문통' 과 같은 지명은 계속 현지 주민들사이에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세대들에게는 점차 잊혀져가는 지명이되는 것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일전에 택시를 타고 '긴담모퉁이' 쪽으로 가자고 하니까 젊은 기사가 당황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인천에서 사는 택시기사가 긴담모퉁이'를 모르는 시대가 왔구나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고유한 땅이름을 자손만대에 남김으로서 삶의 터전이 되는 정겨운 땅

 

 

땅이름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주민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다보면 세월이 가고 세대가 바뀌면 점차 망각되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행정적인 지명에 옛 땅이름을 도입해서 쓰지 않는한 시대의 변화와 인구이동에 따라서 고유한 땅이름은 망각될 운명을 겪는 것이다.

 

특히 우리고장 인천의 경우에는 일제시대에 구도심지역이 도시화되면서 붙여진 동네 이름들이 대부분 일본식지명이었기 때문에 해방이되자마자 이름개명하는 과정에서 우리고유의 이름을 쓰지않고 즉흥적으로 개명한것도 후회스러운 일로 남는다.

 

또한 우리나라 도시의 동명(洞名)이 획일적으로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두자의 한자로 되어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다 보니 어정쩡한 이름이 되고 말았다.

 

해방후 일제때 중심지역이었던 지역이름을 개칭하는데 本町中央洞이라고 개칭하고을 松鶴洞으로, 仲町京洞으로 고쳤기 때문이다.

 

필자가 신문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도시와 길이름은 모두가 유명한 사람이나 중요한 도시이름과 같은 고유명사를 쓰고 지방의 도시나 지역이름은 끝까지 옛 땅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인구가 백여명도 안되는 독립된 시()만도 2천여개가 넘는데, 이같은 초미니시를 인성시에 통폐합시키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고유한 도시이름(땅이름)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란 설명을 듣고 감탄한적이 있었다.

 

문화적전통과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나라들일수록 땅이름에 대한 집착또한 강하다.

 

구소련이 '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 와 같은 도시이름을 원상복귀시키고 구동독의 · 막스시'의 옛이름을 다시 찾아준 것도 정치적인 이유로 개명된 도시나 땅이름은 원상복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기회에 잊혀져가는 인천의 옛이름은 행정적차원에서 복귀시킬 수 있는 것은 하루 빨리 시행에 옮겼으면 한다.

 

특히 일제치하에서 그들의 행정편의와 한민족의 전통과 얼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작 東面, 南面,北面,西面과 같은 단순히 군청을 중심으로 방향으로만 이름지어진 수많은 이름이나 郡內面, 郡水面 같은 이름들에 우리 고유한 땅이름을 찾아주어야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고유한 땅이름을 자손만대에 남김으로서 삶의 터전이 되는 정겨운 땅을 잘 가꾸어 후손들에게 남기는것이된다.

 

특히 인천은 애향심이 부족하고 응집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새로운 21세기가 시작되기전에 잊혀져가고 있는 인천고유의 땅이름을 시민생활과 밀접해질 수 있도록 행정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고 이미 잊혀진 많은 우리고장 인천의 땅 이름을 찾아내는 작업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신용석

인천향토연구회장

국민회의 총재특보

 

일천구백구십팔년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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