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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역사

인천의 외국인묘지

by 형과니 2023. 4. 27.

인천의 외국인묘지

인천의관광/인천의 옛모습

2008-05-23 12:55:53

 

국제도시로의 변화(2)

- 인천의 외국인묘지 -

문상범(인천고등학교 교사)

 

 

외국인묘지-전경

 

 현재 인천의 외국인묘지는 120여 년 전 이역만리 먼 길을 찾아왔던 외국인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 천 개항장에 와 있던 외국인을 매장했던 사실상 국내 최초의 외국인묘지다. 인천이 지닌 오랜 역사·문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국제도시임을 부각시키려는 입장에서는 되새겨봐야 할 근대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1883년 개항 후 인천은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정치, 군사, 외교, 경제, 교통 등 각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담당했다. 이에 조선에서의 이권을 노린 일본, 청국, 러시아와 구미 열강들이 앞다투어 인천에 상륙했다. 그리고 개항장에 그들의 거류지로서 조계(租界)를 조성하고 치외법권 등의 특전을 누렸다.

 

 당시 주재하는 외국인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자연 사망하는 외국인들도 생겨났고 그들을 위한 묘역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조계별로 공동묘지를 조성하게 됐다. 중국인묘지로서 의장지(義莊地)와 중구 율목동의 일본인묘지, 중구 북성동의 외국인묘지가 그것이었다.

 

 특히, 외국인묘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전용 묘지로 북성동 11번지에 위치했다. 설치된 해는 1883년이고, 최초의 매장은 18877월에 있었으며 묘역의 넓이는 26400(8천 평)에 달했다. 묘역에 각양각색의 묘비가 서 있어 마치 조각품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갖게 했는데, 청인묘지의 스산함이나 율목동 일인묘지의 천편일률적인 화장식 비석과는 달리 공원 같은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대조선인천제물포각국조계지도(1884)

 자료 : 인천광역시, '1883~2001 인천의 도시계획' 인천발전연구원, 2004.

 

 

 위의 지도는 1884년 제작된 '대조선인천제물포각국조계지도'. 이 지도에 표시된 8번은 외국인묘지, 9번은 일본인묘지, 10번은 한국인묘지다.

 

 개항장 서쪽에 자리 잡았던 외국인묘지에는 스와타라호의 쿠퍼 선장, 성공회 성 미카엘 교회 의료 선교사였던 랜디스, 인천해관의 통역관이었던 중국인 우리탕과 부인 에밀리아 우리탕, 독일계 무역상 세창양행의 헤르만 헹켈, 인천 최초의 스팀정미소로 유명했던 타운센드상회의 월터 타운센드 등 개항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 인천에서 활동했던 외교관, 통역관, 선교사, 선원, 의사 등 우리 근대사 연구 특히, 인천 개항장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무덤이 조성됐다.

 

외국인묘지-아밀리아

 

1914년 조계가 철폐되자 각국의 영사관에서 관리를 계속했으나, 194116500(5천 평)가 철도부지로 수용당하고 9900(3천 평)의 부지만 남게 됐다. 6·25전쟁 중에 일부 묘가 파괴되거나 유실됐던 것을 복원해 관리하다가 주변이 개발되면서 1965년 현 연수구 청학동 53번지로 옮겨가게 됐다.

 

 청학동으로 이전한 외국인묘지는 묘지면적 1362(3140)을 포함해 총 198(5760)의 규모이고, 현재 66(미국인 17, 독일인 11, 영국인 9, 러시아인 5, 이태리인 3, 호주인 2, 화란인 2, 프랑스·캐나다·스페인·폴란드·체코·중국인 각 1, 미확인 11)의 외국인이 잠들어 있다.

 

 외국인묘지는 서울에도 있다. 서울의 외국인묘지는 조선시대 양화진 나루터를 수비하던 양화진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 묘지가 처음 조성된 것은 의료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활동하던 J. W. 헤론(1856~1890, 한국명 蕙論)1890년 전염성 이질로 사망하자 그의 묘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외국인묘지는 인천에만 설치되어 있어 인천에 매장해야 했으나 한여름이었기 때문에 시신을 옮기는 것이 곤란해 당시 서울에 있던 외국인들의 요청에 따라 우여곡절을 거쳐 1893년 양화진에 외국인묘지가 만들어 졌던 것이다. 넓이는 약 13200정도로 조선말 고종 때부터 한국을 위해 일했던 언론계, 교육계, 종교계 등의 외국인 550여 기의 묘가 있다. 한편, 일본에도 요꼬하마와 하꼬다데(函館)에 외국인묘지가 있다.

 

외국인묘지-쿠퍼

 

일본인묘지는 1884년에 이미 형성돼 있었는데 원래 이곳은 원래 중구 신흥동과 중구 경동 사이에 솟아있는 야트막한 구릉지였다. 지금의 송도중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신흥동과의 경계지 일대에는 인가가 거의 없는 대신 일본인들의 묘지와 절이 있었다. 이곳에 묻혀있던 일본인들의 상당수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때 목숨을 잃은 일본군이었다고 한다. 188821일에는 사정(寺町, 지금의 신흥동)에 일본인 전용 묘지와 화장장을 설치했다.

 

 그 뒤 1902년 율목동에 일본인 공동묘지를 조성해 인천의 여러 곳에 있던 묘를 이장했다. 율목동에 들어선 공동묘지는 배다리와 신흥동의 경계역할을 했다. 율목동은 한국인 거주지 중 가장 부촌으로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 즐비했는데, 평지 위에 사각형의 묘비가 세워진 일본인 묘지의 풍경과 함께 율목동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1922년 도산정(桃山町, 현 숭의공설운동장 야구장 정문 건너편)으로 일본인묘지가 옮겨간 후에는 묘지 터에 율목풀장이 들어서 지역민의 여가시설로 활용됐다. 당시 일본인묘지에 있었던 묘비 일부가 현재 인천가족공원(옛 부평공원묘지) 지역에 옮겨져 있다.

 

 율목동 공동묘지 전경

 

율목동 공동묘지 전경

 

중국인묘지(의장지)188442일에 조인된 인천구화상지계장정(仁川口華商地界章程)’에 중국인을 위한 매장의지(埋葬儀地) 조항에 따라 설치됐다. 관련 조항에는 제물포에서 10여 리 떨어진 지대 이내에 화상(華商)이 적당한 산전(山田)을 선정하여 공동묘지를 만들고 나무를 심을 수 있고, 묘지를 지킬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현 인천대학교 부지 일원에 중국인묘지가 형성됐는데, 그 시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인묘지가 내리에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중구 내동 6번지 일대에 조성된 묘역은 1884년 이전에 암암리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후 이곳이 점차 도시화돼 묘역의 이전 필요성이 생겨 이전한 듯하다.

 

 1936512일자 동아일보에는 내리에 있던 중국인묘지의 부지에 대한 사기 사건을 다룬 기사가 실려 있다. 대한제국 정부로부터 중국인묘지 부지로 무상으로 대부받은 내리의 땅 2721평이 시가지로 변하면서 16호의 가구가 6전의 지세(중화소학교 운영자금으로 활용)를 내고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를 조선인 부호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내리에 2721평의 중국인묘지가 형성됐다는 것이 되나 이는 장정 제10조의 제물포에서 십수리 떨어진 곳이라는 조항과 위배되는 것이다.

 

 중국인묘지가 내리에 형성됐다가 인천대학교 일대로 이전된 것인지, 아니면 인천대학교 일대에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중국인묘지는 1970년대 인천대학교가 건설되면서 만수동으로 이전됐다가, 만수동이 개발되면서 인천가족공원(옛 부평공원묘지) 지역으로 이전됐다.

 

동아일보 1932512일자 2면에 게재된 기사

 

현재 인천은 도시엑스포(2009)와 아시안게임(2014) 개최라는 과제를,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어떻게 인천을 이미지화해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Brand)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시너지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지 고심 중에 있다. 물론 그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 속의 인천으로서가 아니라 이제 세계 속의 도시인천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120여 년 전 인천을 찾아왔던 그들의 선조가 오늘날 이역만리 인천 땅에서 잠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국제도시 인천의 위상과 역사성은 한층 돋보이게 될 것이며, 그들에게는 무한한 감동과 유대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 본다.

 

 동아일보 1932512일자 2면에 게재된 기사

 

 (자료제공 : 인천시 역사자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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