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묻다 - 5 다방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09 08:28:34
길에서 묻다 - 5 다방
차 한잔으로 예술을 만났다
길에서 길을 물으며 찾아가는 일은 쉬운것 같지만 만만치 않다. 동란 후 도시재건으로 달라지고 개발과 재개발을 반복하며 정겨운 소도로(골목)를 잃어버려 굉장히 낯설은 길, 언제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듯한 골목 기억을 더듬으며 익숙하게 가보지만 생소하게 지어진 건물이 앞을 가려 방향마저 잃어버리는 고통을 감내하며 찾아가는 길은 그래도 평화라 아니할 수가 없다.
공간의 부제에서 오는 미술전시회는 그 시절 그렇다고는 하나 음악분야의 모임또한 다방을 외면하지 못하였으니 한편 생각하니 기특도 하지만 왠지 슬프기도 하다.
살며 견디며 앞날을 가야하는 민중들을 누구보다 폅진하게 달래준 건 정치도 아니고 경제도 될 수 없는, 문화예술 바로 그것이며 그것을 담아 둘 그릇이라면 다방, 다방은 소통의 공간이요, 삶의 활로로 문화가 젖어 있을 수 밖에 없는 터다. 개화기와 일제를 제외하고 광복전 인천의 음악 최초의 연주무대라면 ' 표관'을(현 애관극장) 꼽고 홍란파에게 바이올린을 사사한 박종성이 내리교회에서 연주한 것이 최초랄 수 있고 평양 숭실전문 출신의 피아니스트 최성진이 아닌가 한다. 닫혀진 문틈으로 새 나온 불빛과 어울리는 선율은 꼭 담장을 기어오르는 연록색의 나팔꽃 새순 같은 생명의 소리라고나 할까.
인천문총과 미군청정훈실 후원으로 열렸던 '음악감상회는 53년 4월 17일 오후 7시 30분 '등대다방'에서 열리게 되었으니, 음악의 저변확대가 얼마나 중한지 알 것도 같다만, 55년까지 이어온 음악 행사중 가장 빛나는 행사라면 동년 7월에 있었던 미국 피아니스트 시몬 번스와 바이올리니스트 케네스 골드를 초청하여 애관극장에서 개최된 행사다. 이 날 연주된 전 곡목을 녹음하여 2개월 뒤 다시 '등대다방'에서 최성진의 해설과 최영섭의 진행으로 감상회를 가졌었다. 등대다방! 다시 찾아가 시설을 음미해 보건만 흔적도 없음이 참 옛날이구나.
신흥초교강당, 인천여고, (여상)강당, 인천시민회관등에서 열린 음악회는 인천의 애호가들을 매혹시키며 오늘의 음악협회를 이루어 낸 것이다.
60년대를 이어온 다방의 면모도 새롭게 변하여 대형화된 추세로 전시공간에 있어서는 흡족하리만큼 대안 공간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있었던 다방은 다방대로 전시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새로이 문을 연 다방은 새롭게 각광을 받으며 전시예술인들에게 다가갔다.
시민들에게 수 없이 회자되는 오소회전이 열렸던 '은성다방'은 60년 초에 문을 열고 2월 20일 부터 27일까지 김찬회유화전을 필두로 문화사랑 예술방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61년 장선백 개인전, 장우홍 동양화 개인전, 61년 5/16 기념전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문화예술인들의 뇌리에 '그곳에 가면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등식을 성립하기에 이르렀다. 허나 62년 제2회 5/16 기념전이 5월 22일 개최됐으나 3일후 화재를 당하여 30여점의 그림이 소실되는 불운도 격어야 되는 난감함도 있었다.
연중 가장 전시횟수가 많았던 1963년은 헤쳐모였던 모든 단체가 정비된 관계도 있었지만 삶의 질이 향상되어가는 단계가 맞물린 것이라 생각된다. 남겨진 문헌에 의하면 전시판매 실적이 없었지만 유독 동년에 작가별 판매 작품과 금액이 언급된 점이 이를 뒷받침 한 것이라고 본다.
은성다방의 장선백 개인전, 서양화가 황추의 동,서양화 혼합전, 이철명과 이규선의 금잔디다방 합동전, 은성다방에서 우문국의 소품전, 이재호 개인전으로 다방의 이름을 알린 인형다방이며, 제5회전의 '앙데팡당 미술전'이 열린 명다방…….
그 '앙데팡당전'은 인천미술사적 의의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이유로 '경기도전'의 모체가 되었으며 오늘날 '인천미술대전'으로 발전되는 자양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45년전이기는 하나 작품이 제일 많이 팔린 전시회로 지금의 환가가치로 따져 화가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였던 전시다. 대작과 소작이 어울려 성황리에 마친 '앙데팡당전'은 여류화가 김옥순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품 4점이 다 매진되어 갈채를 받았던 추억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2008.6.2 구술녹취에서 밝힘)
박영성 제2회 회화전을 64년 은성다방과 자월다방에서 열고, 그 뒤를 이어 원숙한 색조에서 풍기는 격높은 화경(畵境)과 시정(詩情)에 넘치는 작품이라 호평을 받은 김옥순의 첫 개인전 역시 자월다방으로 식을 줄 모르는 다방전시는 화가들을 부르고 있었다.
/김학균 · 시인
#인천 #흐르고싶은인천 #길에서묻다. #김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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