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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스타인터뷰 - 진유영

by 형과니 2023. 5. 6.

스타인터뷰 - 진유영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6-13 05:49:20

 
그는 천상 배우다. 이미 감독으로 데뷔한 지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굳이 "나이를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나이가 다 공개됐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입으로 절대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인터뷰 내내 사진이 어떻게 찍힐지 고민을 하면서 이리저리 포즈를 바꾸는 모습에서 배우의 끼를 읽을 수 있었다.

198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 잡았던 영화배우 진유영(52)이 에세이 <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을 들고 오랜만에 대중들을 만난다.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번엔 '작가'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였다.

진 감독은 끝없는 변신을 "욕심이 많아서"라고 표현한다. 다른 배우들처럼 끼가 많거나 타고난 재능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다보니까 한 가지 일만 하지 못하고 배우도 해봤다가 감독도 하게된 것 같다"며 "남들처럼 한 가지 인생만 살았다면 재미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카메라 앞과 뒤에서 30년을 보낸 사람은 한국 영화판에서 보기 드물 것이다"고 설명했다.

영화배우로 잘나가던 시절 감독을 하겠다고 나서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고, 지금 20~30대는 기억하지 못하는 MBC 장PD 폭행사건 때문에 연기 생활을 잠시 접기도 했다.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로 갑자기 미국으로 가 닥치는대로 돈벌이를 했는가 하면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때라며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메가폰을 잡기도 한 진유영 감독. 그는 활동했던 시절 사회 분위기만큼이나 곡절 많은 인생을 지내왔다.

이번에 내놓은 에세이에도 그의 지난날이 담겨 있다. 책은 지난 연예계 뒷담화보다는 배우 임예진이나 가수 전영록 등 동료·후배 연예인들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진 감독은 "50년 인생을 살면서 전환점이 필요했다. 나에게 던져줄 메시지를 담고 싶은 욕심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 에필로그에도 나와있듯, 글을 쓰면서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많이 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찾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책에 내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에세이에는 <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이라는 제목과 '카메라 앞뒤의 30년'이라고 부제가 달려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사가 이 두 문장으로 표현된다.

그는 "'짬뽕'이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흔히들 이것저것 섞여있는 것을 두고 짬뽕이라 말하지 않나. 미국에서 생활이 짬뽕 같았다. 거기다 느끼한 음식에 힘들어할 때 라스베이거스에서 먹었던 짬뽕 한 그릇을 잊을 수 없어 제목에 달았다"며 책을 통해 "'눈물 젖은 짬뽕'을 먹어보지 못한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말한다.

아직도 40~50대 중 진 감독을 희대의 살인마 '김대두'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1970~8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 중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수사반장>의 살인마 김대두편에서 주인공을 맡아 연기했던 당시 이야기가 책에 소개돼 있다.

그는 "요즘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김대두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연예인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이 책을 읽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화려하지만은 않은 이곳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인천 선인고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채 뛰어들다보니 나중에는 공부를 그만 둔 일이 후회됐다. 그저 배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웬만한 노력없이 뛰어들었다간 이도저도 아닌 인생을 살기 십상이다." 연예계 선배의 충고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다. 조만간 장편 영화 한 편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영화 제작에 수십 억원을 쓰는 현재 한국 영화 시스템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 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와 비교할 수도 없는데 수십, 수백 억원을 투자해서 영화를 만드는 일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는 생각이다. 또 무조건 돈을 투자한다고 외국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 끝에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천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며 "책을 낸다고 했더니 다들 전화해서 한 권씩 보내 달라고 성화다"고 말하며 친구들에게 부탁 몇 마디를 남겼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30년 동안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자료들을 하나씩 꺼내 정리해야 했고 집필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진정한 내 친구라면 공짜로 볼 생각하지 말고 사서봐주기 바란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