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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영화 범죄의 재구성

by 형과니 2023. 5. 7.

영화 범죄의 재구성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08-06-21 12:49:36

 

영화 <범죄의 재구성>

 

서구 물류단지·자유공원 등 인천지역 곳곳 무대삼아 촬영

 

퍼즐 맞추기식 구성과 반전으로 2003년 개봉 당시 호평을 받았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제작 전부터 탄탄한 시나리오 덕분에 관심을 끌었던 영화다. 범죄소설 마니아답게 최동훈 감독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촘촘한 구성이 탁월하다.

 

농담을 던지듯 하는 대사는 감칠맛난다. 김선생이 "오해? 풀면되고, 상처? 치료하고, 감정은 씻으면 돼. 근데 돈이란 건 안 그렇더라구"라고 하는 말이나 김선생을 쫓는 차반장(천호진)"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볼 면목이 없다, 내가"라고 말하는 장면 등 대사 하나하나에 유머가 스며있다. 무거운 범죄 영화를 살짝 가볍게 만들어준다.

 

영화는 범죄를 모의하고 정리하는 장소로 인천을 택했다. 촬영만 한 게 아니라 인천을 무대로 삼았다.

"넌 생각하지마, 생각은 내가해."

 

김선생은 능청스럽게 한마디 던진다. 우중충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작당모의하던 다섯은 ''을 외친다. 이들은 '한국은행 털이 프로젝트' 팀에 '취직'하고 거하게 입사 축하 파티를 연다. 김선생을 대장으로 이들은 마치 개선 장군들처럼 자동차 사이를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최창혁(박신양)과 김선생(백윤식), 휘발류(김상호), 얼매(이문식), 제비(박원상) 일당이 범죄를 구상하는 장소로 서구 원창동에 있는 자동차 물류단지를 택한다. 여가를 즐기거나 회의를 하는 범죄의 본거지로 선택한 것. 이곳은 폐차를 처리하는 업체와 중고차 수출업체 등 모두 2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고 자가용부터 지게차 등 대형 화물차량까지 다양하다.

 

 

영화는 물류단지 제 4보세창구 근처에 있는 '만타무역'이라는 업체에서 촬영했다. 한 달 전 이전에 사용하던 사무실을 철거한 탓에 영화 무대로 사용됐던 컨테이너 박스는 없지만 자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10년 전부터 몽골과 러시아, 가나 등 여러 나라와 거래하고 있다는 이곳은 예전에는 중고차를 수출했지만 지금은 폐차를 처리하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첫 부분에 나오는 추격신에서 사용됐던 차량 역시 이곳에서 구입한 것. 다른 영화에도 이곳에서 판매한 폐차가 사용됐다.

 

영화는 또 중구 일대를 화면에 담았다. 중구에 있는 은행과 자유공원 등이 등장한다.

 

김선생 일당은 한국은행 털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준비 장소로 인천 중구 항동에 있는 제일은행 인천점을 택한다.

 

은행 내부는 리모델링으로 영화 장면과 약간 달라졌지만 얼매와 제비가 들어오던 입구 등 외관은 그대로다. 2층으로 된 이곳은 둥근 외관이 독특하다.

 

영화는 단순하지 않은 장면 전환과 화면 구성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특히 은행 습격 장면에 이어지는 김선생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부분은 화면 분할 방식을 이용해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화면을 세개로 분할해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과 김선생을 동시에 배치해 자칫 지겨울 수 있는 장면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자유공원은 창혁이 형 창호로 변장을 해서 살아가는 동네이자 김선생이 인경(염정아)과 동거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인경은 아침마다 자유공원 일대를 달린다. 창혁은 인경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지나가며 '우연이야'라며 수작을 걸기도 한다.

 

자유공원은 이미 인천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 인천이 개항됐을 때부터 공원으로 조성돼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 곳곳에서 인천이 등장한다. 추격신에 나오는 경찰차는 인천 번호판을 달고 있고 온 몸에 부상을 입은 얼매가 경찰의 눈을 피해 택시를 타고 도망을 가는 장소 역시 '가좌동'이다. 얼매가 입원했던 병원 외부는 인천의료원. 내부는 서울에 있는 다른 병원에서 찍었다.

 

최창혁에게 사기를 당한 김선생이 그를 쫓으며 내뱉는 암호도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다'. 이렇게 영화 전체에 인천이 등장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창혁이 사기를 쳐 인경(염정아)에게 보석 반지를 주는 장소 역시 인천 연수구다. 한의사로 위장한 창혁과 간호사인 척 하는 인경 옆으로 '연수 경희 한의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창혁이 자신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김선생을 없앤 뒤 찾은 장소는 4년 전 자살한 형 창호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이고 장면에서 부평 가족공원묘지가 잠깐 등장한다.

 

영화는 두 가지 시선으로 말을 한다.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완벽한 범죄를 구상하는 최창혁과 '업계'에서 퇴물이 돼 버린 김선생의 이야기가 흐른다. 그리고 진짜 범인 최창혁을 찾는 김선생과 최창혁, 초점을 잘못 맞춘 경찰의 두뇌 게임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진=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

 

 

영화 '범죄의 재구성'

은행털이 꿈꾸는 삼류 사기꾼들

 

영화 <범죄의 재구성>(감독 최동훈)은 은행털이범들의 이야기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을 두고 "이 영화의 사기꾼들은 일류가 아니라 삼류다. 일류를 꿈꾸는 삼류들의 지리멸렬한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12역을 한 박신양과 노련미가 돋보이는 백윤식에다 '값 싼' 여인네 연기를 소화해 낸 염정아와 어느 영화에서나 감초같은 연기를 보이는 이문식, 김상호, 박원상 등이 연기를 펼쳐 괜찮은 작품 하나를 만들어냈다.

 

최창혁(박신양)은 사기죄로 감옥에서 살다 나온지 한 달만에 재미있는 사기극 하나를 계획한다. 범죄가 펼쳐질 무대는 한국은행. 그는 자신이 구상한 한국은행 털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인물을 모으며 자신을 대신에 앞에 나서줄 인물로 사기 범죄의 대부 김선생(백윤식)을 택한다.

 

사기를 치기로 결정한 창혁과 김선생은 날고 기는 사기꾼들을 하나 둘씩 모은다. 위조지폐를 완벽하게 만드는 휘발류(김상호)와 제비(박원상), 잔재주로 살아가는 얼매(이문식) 이렇게 5명이 수십억 원을 순식간에 낚아채기 위한 이 계획에 투입된다.

 

실수 하나 없이 척척 일을 처리해가던 이들은 한국은행에서 50억원을 인출하는 데 성공하고 이제 각자 몫만 챙겨 헤어질 순간만 남았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이 프로젝트는 최창혁이 경찰 추격을 당하다 죽고 50억원이 사라지면서 미궁 속에 빠져든다.

 

결국 이 사기극을 함께 했던 휘발류와 제비, 얼매는 모두 경찰에 잡히고 김선생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며, 김선생은 최창혁의 행적을 쫓다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다.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놀랄만한 반전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치밀한 계산 속에 과거와 현재를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을 첫 작품으로 내놓으며 충무로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끌었다. 그 뒤 지난 2006년 가을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영화화한 <타짜>로 다시 한 번 인정 받는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