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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펜션면 모텔리

by 형과니 2023. 5. 9.

펜션면 모텔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7-03 11:41:44


오광철의 전망차


펜션면 모텔리


예전 같으면 화도면 장화리는 강화군의 벽지였다. 서남쪽의 끝자락이었다. 원래 장화리라는 이름도 ‘긴 꽃동네’가 아니라 마니산의 뿌리가 바다로 길게 뻗어내린 ‘긴곶’이라는 장곶이 변하여 생긴 이름이다. ‘곶(串)’과 ‘꽃(花 )’은 동음이어서 지명이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장화(長花)리가 된 것이다.


옛이름을 증거라도 하듯 그곳에는 장곶보(長串堡)가 복원되어있다. 보란 옛날 군사기지였다. 강화도는 한강 하구에 위치함으로서 서울을 방어하는 군사요충으로 조선조 때 해안에 많은 방어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그것이 진(鎭) 보(堡) 돈(墩)인데 장곳보는 그중의 하나였다.


아무튼 오늘날 강화도의 끝동네 장화리는 옛날 같지가 않다. 승용차가 미끄러지 듯 달리는 잘 포장된 섬안 일주도로로 인해 명소가 되었다. 일몰과 갯벌 때문이다. 어느 지역보다도 저녁 서해의 일몰을 보면서 숙연케 하는 위치가 이곳 말고 완벽한 곳이 없다. 그리고 눈앞에 전개되는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이다.


그러니까 이 두가지는 장화리의 자랑이요 경향 각지에서 찾아오는 외래객들로 분주하다. 예전의 학교는 학생수가 적어 분교로 줄어들더니 지금은 아예 폐교되어 해양탐구수련원이 되었다. 그리고 고개 넘어 굳이 여차리라고 편가를 필요는 없지만 그곳에는 갯벌 생태를 체험하는 갯벌센터가 소재한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의 녹음 속에 아담한 건물이다.


그러나 오늘날 장화리 일대는(굳이 장화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어느 서양의 아름다운 촌락에라도 찾아온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변했다. 경관이 좋은 언덕이나 해변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민 목재 숙박시설이 즐비하고 도로변에는 레스트랑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맑은물이 졸졸 흐르던 개천은 생활하수로 찌든 시멘트 구조물이 될 운명이다. 이런 것들이 결코 강화도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환경론자들은 강화도가 강화도 답지 않고 지명도 강화군 펜션면 모텔리로 바뀌었다고 실소한다.


강화도 남쪽 해안의 동막리 흥왕리 여차리 갯벌은 차츰 죽어가고 있으며 장화리 갯벌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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