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인천이야기'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08-09-28 12:02:54
[다시 태어난 '인천이야기']인천 100년 삶의 기록 '고스란히'
경인일보 100회 연재물 단행본 증보판 펴내… 개항기 근대화 관문 ~ 국제도시 발전사 담아…
"이제 인천에 역사가 없다고 얘기하지 말라!"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 초판(경인일보 특별취재팀 지음)의 서문에는 이같은 일갈적(一喝的)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문을 쓴 인하대 최원식(문학평론가) 교수는 모처럼 탄생한 '인천의 책'을 이처럼 강력한 어조로 소개했다. 그는 아울러 "무릇 인천에서 새로운 시민의 합창을 꿈꾸는 자, 이 책을 상기하라!"고 덧붙였다.
부족한 시간, 제한된 취재 여건 때문에 보다 완벽한 취재를 실현하지 못한 게 아쉬운, 그 때문에 마음 속에 항상 '원죄의식'을 품어야 했던 필진(기자들)에겐 부담스러운 찬사였다. 그러나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는 2001년 4월 발간 이후 지역 안팎의 독자들로부터 예상밖의 폭발적 관심을 얻기 시작했다. 인천에 발령받은 기관장들은 지역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인천을 가장 인천답게 설명하는 책들의 정점에 서 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책은 '경인일보'가 20세기의 종언을 기념해 인천의 한 세기를 되짚어 보는 연재물(1999년 4월~2000년 6월)로 1년여간 지면에 실은 것을 바탕으로 '도서출판 다인아트'가 발간한 것이다.
전국적 상황이지만 '지방사'(地方史)는 지역에서조차 관심의 영역 밖으로 밀려왔던 게 사실이다. 이른바 '향토사'(鄕土史)라 불리면서 변방의 역사로 취급해 왔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지방사를 보는 시각은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 인식 속에서 경인일보는 '인천사'(仁川史)를 학술적 접근법에서 탈피해 좀 더 대중적이고 재미있게 다루기로 하고, 주제별 '토픽'을 선정해 인천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한 세기를 연재했다.
100회 연재를 끝으로 대단원을 본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는 '2000년도 한국 기자상' 수상의 영광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인천항 부두. 제국주의 열강들이 각축하던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짐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이채롭다.
당시 취재 기자들은 지역의 원로와 관계 전문가, 나아가 학계,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의 자문과 그들의 입을 통해 생생한 증언을 들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문헌들을 살피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연재가 끝나고 상(上)·하(下) 두 권의 책으로 나왔을 때 인천 사람들은 색다른 즐거움으로 책장을 넘겼다. '인천시사' 등의 학술적인 책은 여럿 있었지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인천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책에 실린 개항 직후부터 이어진 근대 사진들의 모습들은 지난 인천의 한 세기를 짐작하기에 넉넉했고, 이 책의 미덕 중의 하나로 평가받았다.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 증기선 갤릭(Gaelic)호가 힘찬 뱃고동을 울렸다. 배에 탄 한인들의 심정은 이역만리로 떠나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
인천에서 시작된 해외이민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격동 한세기, 인천 이야기'가 선보인지 이제 8년째 접어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첫장을 장식한 해외 이민 역사(하와이 이민과 인하대학교)를 주제로 한 '이민사 박물관'이 얼마전 월미도에서 문을 열었다.
사실 처음 책이 나올 때와 비교해 볼 때 인천의 지방사 연구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맞이했다. 특히 학적 체계 속에서 인천을 연구의 테마로 삼는 작업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인천대학에서 인천학연구원을 설립, 인천학 연구의 토대를 든든히 하고 있는가 하면, 인천사연구소가 등장했고 소장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인천학 연구'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격동 한세기, 인천 이야기'가 상당부분 이러한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시에 '인천이야기' 내용 중에서 몇 가지의 오류와 사실 확인 여부가 확실치 않은 점들이 발견되었는가 하면, 현재와 미래 인천에 대한 내용이 수정·보완되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는 기존 내용을 보완·수정한 증보판(增補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경인철도 제1차 기공식.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 증보판은 인천근현대사를 살피는 과정에서 '대중적 역사교과서'로 나름의 몫을 한 초판의 가치를 증폭시킨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이 인천시민(나아가 타시도 주민에게도)에게 우리 인천의 역사를 이해하고 지역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있는 만큼 정확한 역사 기술과 함께 재미있는 사실 기술이 기본이라는 판단에 따라 문장, 이야기 전개에 대폭적인 수정을 가함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상권은 가급적 '역사'에, 하권은 '풍속' 등에 중점을 두어 기존 상·하권 편제의 틀을 일부 수정했다.
특히 부록에는 '개항', '근대화의 시작', '광복, 그리고 전쟁', '근대화를 넘어 선진화의 문턱으로', '인천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각 장마다 인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사진과 기록들을 추가했고 송도·영종·청라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비롯, 구도심 재생사업의 현장, 2009인천세계도시축전, 2014 아시안게임, 인천대교 등 세계 일류 명품도시로 향하는 인천의 역동적인 모습들을 담았다.
▲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 그 곳에서 자식을 낳은 어머니들.
물론 증보작업은 간단치가 않았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초판에서 발견되었던 오류를 바로 잡는 일이었다. 이 책이 본격 학술서나 논문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혹여 인천의 역사를 잘못 전달할 소지가 있다면 그 책임은 책 발간 주체들에게 있다는 점을 깊게 새겼기 때문이다. 상(上)권은 발간위원회에 참여한 이희환(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 연구원) 교수가, 하(下)권은 김윤식(시인·인천문인협회장) 선생이 책임지고 윤문과 수정·보완 작업을 했으며, 이것을 총괄 정리하고 부분적으로 추가할 내용을 보완하는 작업은 출판기획자 유봉희(인하대 한국학대학원 박사과정)씨가 맡았다.
유봉희씨는 "아무쪼록 '인천이야기'증보작업을 통해 지난 한 세기 인천의 모습이 재정립되고, 미래 인천을 그리는 데 하나의 참고서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며 "이제 언제 또 다른 증보작업이 있을지를 기다리며 독자들의 많은 격려와 지적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초판 발간 당시 '인천을 관통한 한국근대사 100년'이란 말로 요약된 서문의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격동 한 세기, 인천이야기'는 인천의 발자취와 항상 궤를 같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 시청청사 기공식(1983년), 지금의 시청 청사가 자리한 곳은 당시에는 허허벌판이었다.
"이 책은 인천 근대사 100년을 종관한다. 과거를 현재와, 또는 현재를 과거와 마주 세우는 복안(複眼)으로 격동의 역사 속에서 단절된 역사적 지층들을 하나의 온전한 기억으로 복원함으로써, 연대기 속에 죽어있는 인천을 미래를 향해 열린, 살아 숨쉬는 역동적 공간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이 책을 통독하노라면, 일제의 식민루트로 개발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도시의 위대한 실험실로 재창안된 식민지시대의 인천, 남북분단과 6·25의 발발로 그 어떤 곳보다도 분단의 비극을 통렬하게 겪었지만, 그럼에도 전후복구와 개발독재의 드라이브 속에서 남한부흥에 중대한 역할을 맡았던 해방 이후의 인천, 그리고 냉전체제의 붕괴와 분단체제의 와해 과정에서 창조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의 인천, 이 세층 위의 인천이 독자의 마음 속에 스스로 정렬하여 하나의 통합된 상(像)으로 떠오름을 즐겁게 확인하게 된다."
▲ '한인이민사 100년'을 기념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지난6월13일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에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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