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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인천이 담긴 詩 ⑫박 송의 제물포

by 형과니 2023. 5. 19.

인천이 담긴 박 송의 제물포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09-01-20 00:27:44

 

인천이 담긴

 

낯선 연륜의 뒤네미 속에

여기 제물포의 애수가 크고나

 

- 박 송의 제물포

 

·김학균 시인

 

얼굴 없는 시인하면 천형의 시인 한하운과 노동시를 쓰며 민중에 어필했던 박노해를 꼽는다. 허나 우리 인천에도 그런 시인이 있었다면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얼굴이 없다고 하긴 그렇고 얼굴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시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아니 다른 별칭으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 ‘크레믈린같은 시인이라고. 도무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은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자물쇠를 잠가버린 이가 오늘의 주인공 시인 박송이다.

 

어스름 해 떨어지면 누항의 거리 신포동은 다시 이야기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잔 나누며 정보를 얻고 주고 하는 터, 말 그대로 터진개다.

 

영락없이 보름에 한 주기씩 나타나는 시인 박송은 당당한 체구에 심통 사납도록 볼 살이 많았으며 허구헌날 파이프를 입에 물고 베레모(도리우찌)를 쓴 모습이 흡사 마도로스나 영화감독, 화가를 떠올리게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시인이었다. 그에 비하면 정()은 좀 메마른 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기가 먹은 술 값은 꼭 자기가 계산하고 후배들에게 줄줄 모르는 사람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하물며 주소, 전화 등 알려줘도 괜찮을 기초적인 정보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분이다. 감정이 있는 분일까? 그래도 시를 쓰는 시인이며 더군다나 아동시를 쓰니, 감정없이 창작이 되겠나 싶은 별스런 선배 시인이다.

 

어느날 미미집이라고 기억되는 819, 나는 선배시인과 잔을 나누고 있었다. 내심 술 값 걱정은 붙들어 매고 시작된 것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숭산, 내 살아있을 동안 할 일이 두 가지 있네.”

무엇입니까?”

, 하나는 외인부대연작시 후편을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페라 대본을 쓰는 것이야.”

 

그 날 서사시집 ! 정주성을 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끝내 이루지 못하고 간 시인, 연락처도 몰라 문상도 못한 나의 불차례가 심히 후회스럽다.

 

1925년 평북 정주 출생, 철도국 공직생활을 하며 시를 썼던 박시인은 최병구, 김양수, 윤부현과 교류하며 시 작업에 몰두, 1858자유문학지달래꽃 샘터’ ‘동정등으로 문단에 데뷔 한 후 철도국을 떠나 자유로운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61년 동시집 불어라 은피리를 먼저 상재하여 주위를 어리둥절케 하더니 그 이듬해 여정’(국제 문화연구원)을 표제로 한 첫 시집을 발표하여 문단에 우뚝 섰다.

 

인천의 문단사에 기록될 동인의 역사를 본다면 육록이란 동인회를 빼 놓을 수 없다. 당시 호반다방에서 모이는 시인들 (이관재, 손설향, 박송, 최병구, 이홍우, 화가 김찬희)로 구성된 멤버들은 인천이 아니라 전국에서 처음 시도된 시화전을 1953년에 개최하였으니 이 또한 문단사에 길이 남을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1965산골아이’ 1970세마음의 동시집을 상재 아동문학에 깊은 뿌리를 내렸으며 외인부대’(67, 협성문화사 발간)의 연작시를 발표하여 욕심쟁이란 별칭을 듣고 제 2의 고향 인천으로 낙향 2~3년 얼굴을 감추더니 아아! 정주성’(81, 예술문화사 발간)을 펴내어 세상을 또 한번 놀라게 한 시인 박송은 고향땅 정주의 혼을 홍경래에 실어 인간회복을 서사적으로 부르짖었다.

 

85년 제 4시집 청산별곡’(예술문화사 발간)을 펴내며 서정의 깊이를 더듬고는 지병인 폐암으로 96년 필을 놓고 말았다.

65년 경기 문화상을 수상한 시인 박송의 제물포는 인천의 대표시로 전해지고 있다.

 

 

 

제물포

 

무슨 소리 이토록

가슴 설레어

내 홀로 저무는 거리에 서서

 

호궁소리 따라

청관길 오르면

이국의 정취가 향수처럼 스민다.

 

컴컴한 이곳

반백년 역사 이어온 거리

 

균열진 담벽에사

무슨 사연 있기에

불현듯 옛 정 새롭혀

 

화평동 저기는 갈밭이고

낚시배만이 소리없이 드나며

무던히도 인정 아름답더니

 

낯선 연륜의 뒤네미 속에

여기

제물포의 애수가 크고나.

 

여정/1962.10